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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May 24. 2022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초강력 전자석

나는 사는 동안 책 한 권을 써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굳이 꿈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리 강력한 소망이 아니니까. 어느 날 문득 또 책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어 책꽂이에서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책을 찾아 꺼냈다. 책 표지를 넘기니 '2013년 1월, 교보문고에서 내 인생의 첫 책 쓰기를 결심하다'라고 적혀있다.

이 책을 꺼낸 날이 2021년 6월이니까. 8년 하고도 5개월을 단숨에 건너뛰었다. 시간 건너뛰기 종목이 올림픽에 있다면 단연 국가 대표감이다. 그것도 금메달 후보로.


뭔가를 시도하려고 하면 무의식이란 지하실에 탑재된 초강력 전자석에 내 몸이 딸려가 덜컥 붙어버린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손가락 까닥하면 할 수 있는 클릭조차 제대로 못 하겠는가.


7월까지는 브런치 작가가 되고 말리라는 다짐 하며 집안일도 내버려 두면서 글을 썼다. 겨우 내가 정한 디데이에 맞춰 작가 신청을 했는데, 떨어졌다.

떨어지면 어떤가? 또 신청하면 된다. 또 신청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재신청하는데 10개월이나 걸렸다.


나는 작가 신청을 나의 디데이에 맞춰한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번번이 나를 주저앉히는 무의식이란 나를 끌어내리는 초강력 전자석의 힘을 떨치고, 앞으로 전진했기 때문이다.


브런치 작가 신청에 재도전하면서 내가 알게 된 것이 있다. 물론 작가로 선정되고 나니 보이는 것인데.

그것은 나를 꼼짝 못 하게는 초강력 전자석 같은 힘에 정면으로 맞서는 일은  매우 어리석다는 거다.


당기는 자석의 힘보다 더 큰 힘이 있어야 떨치고 나갈 수 있는데, 젖 먹던 힘과 죽을힘까지 끌어와도

내가 그런 큰 힘을 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자석에 끌려가지 않은 성질을 지니게 되면 저절로 자석에서 떨어지니 힘을 조금도 쓸 필요가 없다. 이 앎은, 나 자신에게 힘이 모자라서 못했다는 변명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내 인생의 첫 책 쓰기보다 중요한 건 내가 초강력 전자석에 끌려가지 않은 성질을 지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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