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68] 무장애길

행복할 권리

by 할수 최정희

복지관 복지사님들과 장애인들의 숲체험을 새로운 곳에서 하자는 의견을 나누는 중이었다. 주변의 웬만한 곳은 다 가보았기 때문이다.


어디가 좋을까 생각하는데 마천산 산림욕장이 생각났다. 오래전에 그곳에서 유치원 아이들과 숲체험 수업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포장이 된 널찍한 산책로를 따라 유치원 4 살 유아도 달려갔다. 그래서 마천산산림욕장에 가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제안해놓고 생각하니 한번 가봐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같이 수업을 하는 숲해설가님과 마천산에 갔다.


4 살 유아도 달려 올라갈 수 있는 산책로를 장애인의 입장에서 다시 바라보았다. 비장애인에겐 산책로의 경사가 완만한 했지만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 오르기엔 너무 가팔랐고 또 미끄러웠다. 장애인에겐 마천산 산책로가 장애길이었다.


숲에서 산책하면 몸과 마음이 치유가 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걸을 수 있는 무장애길이 있는 숲은 별로 없다. 있더라도 너무 짧아서 걷다 보면 아쉬움이 생긴다.


산림청에서 해마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도 숲에서 산책할 수 있는 무장애길을 조성하는 공모사업을 하고 있다. 이미 조성된 숲을 보행약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사업과 숲에 새로운 무장애길을 만드는 사업이다.


숲에 산책로를 만들 때 장애인이든 비 장애인이든 누구나 쉽게 숲에서 산책할 수 있도록 완만한 숲길을 조성해주면 좋겠다. 오랫동안 장애인들과 숲체험을 하면서 갖게 된 생각이다.


어제 갈비뼈가 부러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보통 일주일 정도 지나면 통증은 없어진다고 한다. 지금은 미닫이 문을 열 때나 생각 없이 몸을 움직일 때 찾아오는 통증이 있다. 특히 기침이 나오려고 할 때 갈비뼈 부러진 곳에서 통증이 시작되는 것을 느낀다.


기침을 하면 아플 것 같아 입을 꾹 다물고 참는다. 기침 한 번 하고 나면 시원해질 텐데. 찜찜하다. 감기가 걸린 것도 아닌데 하루에도 몇 번씩 기침이 나오려는 순간이 있다. 갈비뼈가 부러지지 않았다면 기침이나 재채기 몇 번 하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근데 지금은 옆구리가 아플까 봐 신경이 매우 곤두 쓰이는 일이 되었다.


숲길을 걷는 것이 비장애인에게는 즐겁고 신나는 일이다. 그러나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은 숲길이 아니라 인도를 걷는 것조차 신경 곤두 쓰이는 일이다.


숲길 조성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비장애인들을 위한 숲길을 어떻게 낼 것인지 포함시켜야 한다. 우리 모두는 행복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생태공예힐링핼퍼 1호/ 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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