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고통에서 벗어나기 어려울까
우리는 하루에 기침을 몇 번 할까. 우리가 기침을 할 때 기침을 하는 것을 인식할까.
갈비뼈가 부러지고 난 후 며칠 동안 하루에도 여러 번 기침이 나왔다. 기침이 나오려고 할 때마다 갈비뼈 부러진 곳에서 통증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아프지 않기 위해 입을 꾹 다물고 참았다. 그때마다 물을 마셨지만 목 안은 계속 간질거렸다. 건강할 때는 기침은 하는지도 잘 모른다. 그런데 갈비뼈가 부러지고 난 후엔 잔기침이 나오려고 할 때도 그 기침이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신경이 곤두 쓰였다.
근데 우리가 기침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하품도 하고 재채기도 한다. 이럴 때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참아야 한다. 아프지 않기 위해서. 근데 참다 보면 목 안이 간질거리면서 기침이 터질 것 같아 괴롭다. 그리고 몸을 움직일 때마다 갈비뼈 부러진 곳이 아파온다. 그리고 잠을 잘 때도 마찬가지다. 잠을 자다가 뒤척거릴 때마다 옆구리가 아파 잠에서 깨어나곤 한다.
소소하게 몸을 움직일 때마마 갈비뼈 부리진 곳에서 시작하는 통증을 느끼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우리 마음에 있는 상처에 관해서다. 우리가 살다 보면 마음에 크고 작은 상처를 받게 된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 몸의 작은 상처가 흉터를 남기지 않듯 우리 마음의 작은 상처도 흉터를 남기지 않는다. 우리 몸의 큰 상처는 흉터를 남기긴 하지만 대부분 낫고 나면 통증이 사라진다. 하지만 마음이 입은 큰 상처는 잘 아물지 않는다. 어떤 상처는 평생 동안 아물지 않기도 한다.
건강한 사람에겐 잔기침이 아무 일도 아니지만 갈비뼈 부러진 내겐 잔기침이 옆구리의 통증을 유발한 일이 듯. 마음에 큰 상처가 있는 사람에겐 아무리 소소한 일이라도 그 상처를 건드리는 일이 될 수 있다. 상처가 크고 깊을수록 그 상처를 건드리는 일이 많을 것이다. 갈비뼈가 부러진 후 이태원 참사와 그와 같은 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왜 그리 고통스러워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갈비뼈 부러진 뒤 앉았다 일어서거나 문을 열 때 혹은 잠을 잘 때와 같은 내 일상생활이 바로 내 옆구리의 통증을 유발하는 일이었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 또한 먹거나 일을 하거나 잠을 자는 일 즉 그들의 일상생활이 상처를 건드릴 것이다. 그래서 상처가 자꾸 덧나 고통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이태원 참사 같은 일만이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기 쉽지 않은 이유다. 우리는 그들이 오랫동안 아파한다고 비난하는 대신,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생태공예힐링핼퍼 1호 / 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