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67] 119 구급차를 불렀다

마네킹 같은 팔

by 할수 최정희

그저께 화장실에서 일어서는데 옆구리가 툭 결렸다. 그날과 그 다음날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다. 그런데 조금도 낫는 것 같지 않았다. 잠을 자다가 뒤치럭거릴 때마다 옆구리가 아파서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 사진을 찍기로 했다. 아침에 머리를 감는데 왼쪽 새끼손가락이 마네킹 손가락처럼 허옇게 색이 변해 있었다.


깜짝 놀라 손가락을 움직이며 팔을 마사지하니까 색깔이 도로 돌아왔다. 방 안으로 와서 머리를 말렸다. 드라이기를 사용하다가 손을 바라보게 되었다. 손만이 아니라 팔꿈치 아래까지 모두 하얗게 변해있었다.


깜짝 놀랐다. 급히 병원에 가야만 할 것 같아 119를 불렀다. 머리를 제대로 말리지도 못한 상태라 모자를 눌러썼다. 큰 병에 걸린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면서 팔을 마사지하면서 기다렸다. 119 구급대원들이 도착하니 벌벌 떨던 마음이 조금 안정이 되었다. 119 구급대원들이 가까운 병원 응급실에 데려다주었다.


응급실에서는 손과 팔에 대해 몇 가지 묻고는 지금 괜찮기 때문에 해 줄 것이 없다고 했다. 막막했다. 왜 팔이 완전 핏기 없는 미색이 되었는지 이유를 모르니까.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잠자는 동안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걱정이 되었고 또 병원에 입원해 있는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 일에 대해서는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하고 일단 정형외과로 갔다. 엑스레이 사진에는 갈비뼈 골절된 것이 잘 안 보인다고 초음파를 다시 찍었다. 갈비뼈가 조금 부러진 것이었다.


부딪친 적도 없는데 뼈가 부러지다니. 갑자기 움직이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갈비뼈가 부러진 줄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더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약은 일주일치를 처방해 주었다. 그것도 아프면 먹고 안 아프면 안 먹어도 된다고 하고. 일주일 뒤에도 아프면 병원에 오라고 했다.


정형외과 의사가 드라이를 하는 중에 팔이 하얗게 된 이유를 말해주었다. 팔을 들고 드라이를 하다 보면 어깨 앞 쪽에 있는 혈관이 눌려서 피가 안 통할 수 있다고. 그래서 팔을 너무 올리고 드라이를 하지 말라고 했다.


큰 병에 걸린 줄 알았는데 마음이 놓였다.


가족이 없는 것도 아닌데 혼자 있다가 이런 일을 당하니, 당황스러웠다. 요즘 노인 1인 가구가 많다는데 그분들이 이런 일을 당하면 얼마나 놀랄까.


위급한 상황에 달려와준 119 구급대원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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