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80] 미니멀리스트 그녀 13

평생 쪽진 머리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by 할수 최정희

"야야, 이리 와봐라."라고 미니멀리스트 그녀가 말했다. 미니멀리스트 그녀가 옷장에서 옷 두 개를 꺼냈다. 그리곤 "나는 이제 어데 갈 일이 없다 아이가. 그래서 이 옷 몬 입는다 아이가. 그러이 니가 입어라."라고 말했다.


미니멀리스트 그녀의 옷 중에서 가장 괜찮은 옷이었다. "아니에요. 어머님 입으세요."라고 했지만 미니멀리스트 그녀는 끝내 그 옷을 넣어주었다. 그중 하나는 형님이 짜준 스웨트였다. 스웨트는 색깔도 갈색과 회색의 중간 어느 단계에다 단순한 모양으로 젊은 사람도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이었다. 내가 몇 번 입다가 딸이 가져가 입었다.


미니멀리스트 그녀는 맨날 알록달록한 몸빼이를 입었다. 여름엔 얇은 것을 겨울엔 두꺼운 것을 입었다. 미니멀리스트 그녀의 머리 스타일은 쪽진 머리로 수십 년 한결같았다. 평생을 쪽진 머리로 몸빼이를 입고 산다는 건 어떤 걸까.


그녀가 떠나가고 난 뒤 짐을 정리하면서 몸빼이 하나를 남겨 뒀다. 그녀의 옷장에 걸려있는 알록달록한 몸빼이는 논밭에서 일하던 그녀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가을이면 텃밭에 쪽파를 심고 이른 봄 내다 파는 그녀를 기억할 것이다. 고추를 다 따고 난 뒤 마른 고춧대를 뽑을 힘이 없을 때까지 텃밭에서 일하던 그녀와 치매를 앓던 남편을 십 년 동안이나 간병하던 그녀를 기억할 것이다.


미니멀리스트 그녀가 치매에 걸린 남편을 오랫동안 간병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그래서 효부상을 준다고 동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그때 " 이게 뭔 상 받을 일이고."라고 말하면서 거절했다고 한다. 그녀의 빈 집에 가면 가끔 옷장 문을 열어본다.


옷걸이에 걸린 몸빼이를 그녀처럼 바라본다. 그녀도 엄마이기 전에 여잔데. 여자로서의 그녀는 없었다. 그래서 이 몸빼이도 자신의 여성성을 없애버린 것일까. 몸빼이가 그녀처럼 애처롭다. 근데 그녀 대신 몸빼이가 나를 바라보면서 말한다. "야야 잘 왔데이. 내가 없어도 마당에 풀도 뽑고 해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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