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길이 없다."라고. 최진석 교수가 말했다. 대부분의 지식인들이 책 속에 길이 있다며 책을 많이 읽어라고 한다. 근데 최진석 교수는 이 말을 뒤집어 버렸다. 책 속엔 "책 쓴 사람만의 길이 있다."라고. 자기 길은 자기 안에 있다며 단지 책을 읽으면 자기 안의 길이 더 잘 찾아진다고 한다.
또 청년과 꼰대의 차이점을 설명한 최진석 교수의 정의도 남과 다르다. 보통 꼰대는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그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남을 가르치려는 사람을 말한다. 근데 최진석 교수는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은 사람을 청년이라 하고 궁금증과 호기심이 많으면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청년이라고 한다.
내게 궁금증과 호기심이 많은가 생각해 본다. 말하자면 나는 청년인가 꼰대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난 청년이고 싶은데 꼰대인 것 같다.
최진석 교수는 궁금증과 호기심은 자기한테만 있고 자신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다른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은 궁금증과 호기심이 발동할 때 자기 자신이 되고 질문할 때만 자기 자신이 된다고 한다.
나로 살고 싶었다. 왜냐면 나로 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로 산다는 게 어떻게 사는 건지 고민을 해왔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기도 하고 나로 살기 위해서 뭔가를 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적이 있다.
그때 이것저것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근데 그때마다 할까 말까 망설이다 그만둔 일이 많다. 해봤자 안 될 것 같아서, 혹은 돈이 들 것 같으면 포기해 버렸다.
어떻게 하면 나를 바꿀 수 있을까. 이대로 사는 건 정말 싫은데 왜 몸이 안 움직여주지. 생각에 생각만 하는 나를 행동하는 나로 바꾸기로 했다.
생태공예 작품을 찍기 위해 카메라도 사고 조명도 샀다. 그리고 스피치 학원과 사진학원에도 등록했다. 나의 음성은 톤은 높은 편인데 가늘고 조금이라도 큰 소리를 내려면 캑 기침이 나온다. 목소리가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듣기는 하지만 안정적인 목소리를 갖고 싶다.
근데 스피치나 사진 찍는 것도 학원에서 배우는 시간보다 혼자 연습하는 시간을 더 많이 내야 하는데 왜 몸이 안 움직여 줄까. 습관이 안 되었기 때문일까. 원하는 일이 아닐까. 내 의지가 약한 것일까 생각에 생각만 하고 있는 나.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인간에겐 의지가 없다. 그래서 작심삼일일 수밖에 없다. 자신을 철저히 시스템 안에 가둬야 한다는 김경일 교수의 말에서 내게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시스템을 만들었다. 할 일 목록을 작성한 것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그것을 할 때마다 표시를 해나갔다.
그런데 테이블 위를 청소하면서 이 목록을 다른 곳으로 옮겨 놓았다. 그리곤 다시 테이블 위로 옮겨 놓지 않았다. 목록 적은 종이를 옮겨 와야지 하면서 하루 이틀 지나간 게 열흘이 지나버렸다. 김경일 교수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우리에게 의지가 없기 때문에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할 일을 다 세팅해 놓고 자야 한다. 말하자면 볼펜 하나까지라도 제자리에 갖다 놓아야 아침에 바로 실행할 수 있다.
오늘 아침에 목록을 적은 좋아를 테이블 위로 가져왔다. 지나간 열흘 동안의 목록엔 글쓰기와 스피치 연습을 제외하곤 모두 빈 공간으로 남았다. 목록 없이도 열흘 동안 계속 글쓰기를 해온 것은 백일백장 글쓰기라는 시스템에 나를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스피치 연습을 해 온 이유 몇 년 전 학원에 낸 거금 백만 원이 아까워서다.
최진석 교수는 말했다. 자기한테 자기가 누구인지 물어야 한다고. 몇 번 그러다 보면 어디로 건너가야 할지 알게 된다고. 내가 백일백장 글쓰기를 완주한 뒤에도 매일 글을 쓴다면. 매일 스피치 연습을 한다면. 일주일에 서너번 사진을 찍는다면. 나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나는 일 년 후의 나를 만나러 간다.
생태공예힐링핼퍼 1호/ 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