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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Feb 02. 2023

[100-93] 꽃보다 양파

부케

필리핀의 한 결혼식에서 신부가 양파로 만든 부케를 들고 등장했다.  필리핀뉴스통신(PAN)과의 인터뷰에서 28세의 신부가 이렇게 말했다. "물가가 너무나 올라 시들면 버리는 꽃이 아닌 먹을 수 있는 양파를 이용했다." "결혼식 후 가족들과 들러리들과 함께 나눠 먹고 있다."라고.


최근 필리핀 물가가 치솟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특히 양파는 kg당 약 700페소 우리 돈으로 약 1만5860원 까지 올랐다. 이는 필리핀 수도권의 일일 최저임금을 넘어서는 금액이다.


그래서 필리핀 현지 식당에서 양파 토핑이 안 된다는 안내문을 붙이기도 하고 또 항공사 승무원들이 양파를 밀반입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고 한다.


2023년 우리나라 최저 시급 9,620원에다 8 시간을 곱하면 76,960원이 나온다. kg당 가격이 거의 8만 원에 육박하니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다.


필리핀의 한 신부가 결혼식에 꽃 대신 양파 다발을 들고 등장한 것을  두고 영국의 BBC가  '글로벌 인플레이션 시대를 상징하는 산물'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이 신부가 꽃이 아닌 양파 부케를 잘 선택한 것 같다. 비용을 아낀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 자기만의 스토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또 가족들과 들러리들이 결혼식 부케로 사용한 양파로 음식을 만들면서 또 먹으면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부케에 꽃을 사용했다면 새롭고 특별한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신부가 꽃 대신 양파를 사용했기에 양파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즐거움을 준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이렇게 나만의 이야기 혹은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생태공예힐링핼퍼 1호/ 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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