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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Feb 08. 2023

[100-99] 단술에는 알코올이 없다

소태나무 2

어릴 때 단술을 자주 먹었다. "어린애가 술을 먹다니!"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술에는 알코올이 없다. 달달한 술이 아니라 식혜다. 단술은 식혜의 경상도 사투리다. 소태나무는 쓰다. 그래서 매우 쓴 것을 '소태같다'라고 한다. 근데 엄마는 그 쓴 소태나무 삶은 물로 단술을 만들었다. 


먼저 소태나무를 달이고 그 물로 엿기름을 걸러낸다. 커다란 솥에 붓고 고드밥을 넣고 삭힌다. 그다음 설탕을 조금 넣고 끓이면 완성된다. 


냉장고가 없는 시절이었다. 그래서 단술은 겨울철에 자주 만들었다. 단술의 색깔은 시래기 말린 것처럼 짙고 푸렀다. 단술을 바깥에 두면 살얼음이 끼인다. 살얼음이 동동 떠있는 단술을 한 사발 들이키면 시원하고 쌉쌀하였다. 소태나무를 달여 만든 단술은 내 입에 딱 맞은 음식 중 하나였다. 


시중에 파는 음료수를 먹지 않는다. 건강을 생각해서라기보다 입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캔이나 병에 든  음료수를 마시면 혀에서부터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단맛의 느낌이 썩 좋지 않다. 좋지 않다기보다 괴롭다. 그래서 시중에서 파는 음료 중에 마시는 것은 식혜, 단술뿐이다. 


근데 식혜도 너무 달아서 먹기 거북한 것도 있다. 단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내겐 너무 달지만 다른 사람 입맛엔 그리 달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ㅇㅇㅇ커피에서 할매니얼(할머니와 밀레니얼)트랜드를 반영하여 살얼음 식혜와 한라봉 살얼음 식혜를 출시했다고 한다. 쌀, 엿기름 등 100% 국내산 원료를 활용해 전통방식으로 만든 식혜라고 하니 한번 가서 먹어봐야겠다. 


단술을 좋아한다. 하지만 만들어 먹은 지는 꽤 오래되었다. 왜냐하면 단술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먼저 엿기름을 물에 걸러내야 하고 또 밥을 해야 한다. 이것을 전기밥솥에 넣고 삭혀야 한다. 이게 끝이 아니라 또 설탕을 넣고 끓여야 하니 큰 맘 먹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살얼음이 둥둥 떠있는 소태나무 단술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혀에서부터 식도를 타고 흘러내리는 시원하고도 쌉쌀한 단술, 한 사발 들이키고 싶다. 


생태공예힐링핼퍼 1호/ 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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