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할수 Feb 09. 2023

[100-100]초보 식집사

식물의 기브 엔 테이크

식집사란 말은 '식물'과 '집사'의 합성어로 반려 식물을 키우며 애정을 쏟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또  '식테크'와 '홈파밍'(home farming)이란 새로운 말도 생겼다. 식테크는 희귀 식물을 길러 다 자란 잎을 파는 것을 말하고, '깻잎, 상추, 토마토 등 텃밭 작물을 키워 수확해 먹는 것을 '홈파밍'이라고 한다.  


이렇게 식물을 키우는 것과 관련한 신조어가 탄생한 것은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다. 코로나19는 외부 활동은 물론 가족과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한 마음으로 혹은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 


이런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려고 2030 세대까지 집안을 식물로 장식하는 플랜테리어 혹은 식물을 키우면서 풀멍을 하기 시작했다. 한때는 중년층의 취미생활로 여겨지던 식물 키우기가 2030 세대에까지 확산되었다. 


여러 연구에서도 식물을 돌보는 일은 생명체를 다루는 일이라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해 준다고 나타났다. 


우리가 키우는 식물은 스스로 죽지 않는다. 우리가 잘못 관리한 탓이다. 그래서 우리가 키우는 식물을 죽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죽인 것이다. 식물을 좋아하고 숲에서 활동하지만 식물을 키우는 데는 정말 똥손이었다. 2-3년 잘 키우다가도 어느 날 얼려 죽이고 말려 죽였다. 그래서 식물 키우기를 그만두었다. 


그러다가 다시 식물을 키우고 있다. 식물을 다시 키우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가 시작되고 나서다. 코로나19가 시작될 때 남동생이 세상을 떠나갔다. 그 이후 남동생을 잃은 마음에 코로나19로 인한 불안이 더해져서 힘들었다.  이때 식물을 다시 키우기로 한 것이다.


 이른 봄날 마트에 가서 화분을 사고 꽃집에 가서 고무나무와 스타트필름 등 키우기 쉬운 식물들을 샀다. 화분이 하나둘씩 늘어나서 20 개 가까이 되었다.  그 해 겨울 제라늄에선  빨간 꽃이 3월까지 내내 피었다. 한 해 겨울을 무사히 넘겼다. 


올 겨울이 오기 전까지 고무나무는 쑥쑥 잘 자랐다. 근데 얼마 전에 잎이 누렇게 변해갔다. 줄기까지 상태가 좋지 않다. 깜박 물 주는 시기를 놓쳤다. 물을 제때 주지 않아 호야와 몇 가지 식물들을 함께 죽였다. 


고무나무는 어쩔 수 없이 잎을 하나만 남기고 다 떼냈다. 뿌리도 화분에서 뽑아내 일부 잘라냈다. 이 고무나무를 유리 화분에 넣고 수경재배를 시작했다. 잎 하나를 달고 있는 고무나무가 새 잎을 뾰족하게 내밀기 시작했다. 봄이 오면 화분에 옮겨 심을 작정이다.


식물들을 바라보며 이리저리 관찰했다. 그러다가 위치를 바꿔주고  마른 잎이나 웃자란 가지를 쳤다. 또 상태에 따라 물을 줬다. 이렇게 식물을 가꾸는 동안 코로나19로 인한 불안이나 남동생을 잃은 마음이 치유가 되어갔다. 그래서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의 삶을 살 수 있었다. 애정을 쏟는 만큼 식물들도 애정으로 돌려줬다.  









작가의 이전글 [100-99] 단술에는 알코올이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