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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Sep 11. 2022

사슴과 사자

순리대로 살지 않기로 했다.

사슴과 사자 이야기다. 사슴 옹달샘에 물을 먹으러 갔다가 물속에 비친 자신의 뿔을 보게 되었다. 이렇게 멋있는 뿔을 본 적이 없었다. 뿔이 너무나 자랑스러운 사슴. 속이 상했다. 다리가 너무 가냘팠기 때문이다.


며칠 뒤 사자에게 쫓기게 되어 숲으로 도망가게 되다. 아뿔싸! 세상에서 가장 멋진 뿔이 나뭇가지 사이에 걸려버렸다.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사슴이 말했다 "내가 꼴 보기 싫다고 한 다리는 나를 살려주는데. 자랑스럽게 생각한 뿔이 나를 죽이는구나."라고.



사슴과 사자 이야기는 사슴의 독백을 통해 세상에 좋기만 한 것도, 나쁘기만 한 것도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해준다. 노인복지관에서 스토리텔링 생태공예 수업을 할 때였다.


사슴과 사자 이야기를 한 후 참여자들에게 "자신의 좋은 점을 한 가지씩 이야기해보세요."라고 했는데. "아무것도 없어요."라고 말하는 분이 몇 분 있었다. "그러면, 단점은 있는가요?"라고 질문했더니. 그분들이 큰 소리로 "많죠."라고 대답했다.


 "사슴은 멋진 뿔이 자랑스러웠지요. 다리는 그 반대였고요. 사슴이 사자와 만났을 때, 볼품없는 다리는 사슴의 목숨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멋진 뿔은 도리어 사슴을 죽게 만들었요. 세상에는 좋기만 한 것도, 나쁘기만 한 것도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좋기도 하고 안 좋기도 합니다.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 표현해 보세요."라고 내가 말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단점이라고 생각한 것을 장점으로 바꿔 말하기 시작했다. 단지 단점이라 생각하던 것을 장점으로 바꿔 말했을 뿐인데. 참여자들은 웃으며 "내게 이런 좋은 점이 있는 줄 몰랐어요."라고 말했다.


숲체험을 할 때  사용하는 숲거울을,  숲체험 참여자들에게 나눠준 뒤.  거울면을 위쪽으로 향하게 하여, 눈 아래 콧등에 대고 숲과 하늘을  바라보게 하면. 참여자들은 "와~"소리친다.


숲거울 속의 풍경. 하늘은 더 높고 짙고 푸르다. 뭉게구름은 새하얗고, 나뭇잎은  선명한 초록색으로 빛난다. 푸른 하늘  깊숙이 키가 쭉쭉 늘어난 나무들 사이에서 천천히 한 바퀴 돌면,  거꾸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발이 위에 있고  머리가 아래로 향해 있는 사람들. 이곳이 바로 마법의 나라다. 참여자들은 소리친다. "환상의 나라예요." "동화 속 나라예요." "신기해요." "너무 재밌어요."라고.


이번엔 숲거울의 거울면이 땅바닥을 향하게 한 다음, 눈썹 위에 숲거울을 대고 거울을 들여다본다. 눈은 위로 치켜떴지만 땅바닥이 보인다. 깊고 푸른 하늘과 나무의 선명한 초록 잎사귀는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발 두 개가 있을 뿐이다.


같은 장소인데, 거울면을 하늘로 향하게 했을 때와 땅을 향하게 했을 때의 풍경은 정말 천지차이다.

숲거울로 하늘을 바라보는 것과 땅을 바라보는 것 중 어느 것이 좋아요?"라고 질문하면. 모두 "하늘요."라고 대답한다. 이제껏 땅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는 참여자는 한 명도 없었다.


숲거울 체험을 해보지 않아도 우린 안다. 숲거울로 땅을 바라보는 것보다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근데, 왜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땅으로 향하기  쉬운가. 그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서라 한다.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일을 기억해야, 그런 일이 또 일어날 때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 한다.


 우리는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을 종종 한다. 여기서 순리대로 라는 말은 유전자의 명령. 살아남기 위한 삶이고,  삶의 숲거울을 통해 땅을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부정적 시선은 우리를 살아남게 할 수는 있어도.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데. 순리대로 살아야  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렇다. 우리는 순리에 어긋나게 살아야 한다.


우리가 어디에 발을 딛고 있건. 그 자리에서. '살아남 위한 행동을 하 유전자의 명령을 거부하고. 하늘을 바라보는 삶. 자아실현을 하기 위한 삶을 선택할 자유가 우리에게 있다.


난 순리대로 살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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