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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Mar 10. 2024

[100-6] 버드나무를 베어내야 했나?

'또 70여 그루 싹둑'이란 경향신문 기사를 읽고


또 70여 그루 ‘싹둑’···시민단체, 전주천·삼천 버드나무 ‘벌목’ 비판'은 경향신문 2024년 3월 4일 기사 제목이다. 이 기사 내용은 제목처럼 전주시가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11km 구간에서 버드나무 336그루를 베어냈다. 전주시가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버드나무를 베어내고 시멘트 둑을 만든다고 한다.  시민단체와 몇 정당이 이를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를 읽을 때, 오래전에 본 버드나무가 생각났다.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대구 봉무공원에 있는 단산지 가장자리에는 버드나무가 몇 그루 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버드나무를 호숫가나 시냇가 혹은 강가에 많이 심었다. 홍수에 흙이 쓸려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단산지 가장자리에 있는 버드나무는  저수지에 물이 가득 차면 물속에서 산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으면 저수지 물이 줄어들면 물 밖에서 산다.  나는 버드나무뿌리가 어떻게 홍수 때 흙이 쓸려가는 것을 막아주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십여 년 전 단산지  물 밖에 드러난 버드나무를  관찰하러 저수지 가장자리로 내려갔다. 


버드나무의  마른 뿌리가 땅 위로 드러나있었다. 실처럼 가는 뿌리가 두툼하게 깔려있었다. 그래서 흙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았다. 버드나무뿌리 위로 올라가 보았다. 푹신푹신했다. 물기가 전혀 없는 마른 뿌리가 이리 두툼한데, 물속에서 살아 있는 뿌리는 더욱 두툼하게 흙을 덮고 있을 것이다.  조상들은 버드나무가 물속에서 빽빽하게 뿌리를 뻗어 땅을 뒤덮는다는 사실을  잘 알았던 것 같다. 


버드나무뿌리는 부근의 흙을 잡아줄 뿐 아니라 물을 깨끗하게 해 주고 또 여러 생명체들의 은신처가 되고 새들의 먹이가 된다. 버드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시멘트 둑을 만들면 많은 생명체들은 살 곳을 잃어버린다. 시멘트 둑은 홍수를 막아줄지 모르지만, 물을 깨끗하게 정화해 줄 기능이 없다. 또 아름다운 경관도 사라질 뿐만 아니라 산소도 만들어주지 않는다. 버드나무 둑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경비는 별로 들지 않는다. 그런데 왜 잘 자라고 있는 버드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많은 경비가 들어가는 시멘트 둑을 만들까?  둑에 버드나무를 더 심고 강물 흐름에 방해되는 몇 나무만 선별해서 베어내면 안 되는가?  


나는 버드나무와 시멘트 둑 중 어느 것이 홍수를 더 잘 막아주는지  비교 분석까지는 하지 못한다. 하지만 지자체는 이 둘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할 능력이 있지 않겠나. 그러니까  지자체에서 이 둘을 분석한  자료에서 시멘트 둑이 월등하게 홍수 피해를 막아준다고 나왔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 둘을 비교 분석한 자료를 시민들에게 제공했는지도 궁금하다. 시민단체가 버드나무 벌목을 비판하는 것을 보면 이에 대한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진 것 같지 않다. 




나무가 자라는 데는 물과 햇빛과 양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셋이 아무리 많이 있어도 오늘 당장 작은 나무를 크게 자라게 할 수 없다. 어린 나무가 큰 나무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것이 우리가 나무를 베어낼 때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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