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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Mar 20. 2024

[100-16] 우리의 두리안과 생선은

비위 약한 도마/ 김승찬 글 그림

비위가 약한 도마가 있었대. 도마는 음식 재료들을 올려놓고 써는 도구잖아. 음식 재료 중에는 고약한 냄새나는 것들이 많은데 도마는 어떻게 참아왔을까?  우리 사람들과 비교하면 적성에 전혀 안 맞는 일을 하는 건데. 어느 날 주방장이 두리안을 자르려다 화장실에 갔대. 도마는 두리안을 밀쳐버렸대. 두리안은 달콤한 천국의 맛을 가지고 있지만, 냄새는 지옥의 냄새라고 할 정도로 고약하거든.


 근데 이번엔 주방장이 생선을 들고 왔어. 도마는 생선 냄새를 맡지 않으려고 도망쳤어. 도마는 주방장이 생선요리를 할 때마다 구역질 나는 냄새를 참아왔을 거잖아. 그러니 더는 맡고 싶지 않았겠지. 우리도 그렇잖아.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 괴로우니까.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말하자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기도 하지.  어른들은 퇴사를 하고 직업을 바꾸기도 하고 말이야. 


길을 가던 도마는 엄청 낡은 집을 발견했어. 겁이 났지만 집안으로 들어갔어. 한 사람이 보였어. 탁탁 소리가 울려 퍼졌어. 그 사람이 무언가를 들고 도마에게 다가왔어. 도마는 벌벌 떨었어. 그게 두리안이었거든. 도마는 문을 박차고 도망쳤지만, 결국 그 사람에게 잡히고 말았어. 


근데 도마는 활짝 웃었단다.  어떻게 도마가 웃을 수 있었을까? 그 집이 매우 낡은 집이라고 했잖아. 그 사람이 도마로 집의 외벽 구멍을 막았단다. 근데 말이야, 도마 앞은 꽃밭이었고, 온갖 향기로운 꽃이 피어있었어. 도마는 이제 고약한 냄새를 맡지 않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향기로운 냄새를 맡으며 살 수 있게 되었어. 그러니까 활짝 웃을 수 있었던 거지. 이 그림책의 제목을 행복을 찾은 도마라고 해도 괜찮겠어. 


도마가 비위에 약한 것은 냄새에 민감해서 그렇잖아. 냄새에 민감한 것이 도마에겐 좋지 않지만, 향기감별사사나 와인감별사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에겐 장점이잖아. 도마처럼 우리도 자신의 특성을 찾으면 좋겠어. 자신의 특성에 맞는 일을 찾지 못했다면 이것저것 해보면 좋겠어. 나이가 좀 많으면 어때. 어리면 어때. 도마가 꽃밭 앞에서 살게 될 줄 알았겠어?  우리가 우리의 두리안과 생선에서 도망치려면, 도마가 용기를 내어 낯선 집에 들어갔듯이, 우리도 낯선 환경으로 들어가야 할 거야. 그래야 도마처럼 우리 앞에 꽃밭이 펼쳐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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