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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Mar 26. 2024

[100-22] 발이라는 고정관념

문어팬티/  수지 시니어

그림책 '문어 팬티'는 문어가 팬티를 사러 다니는 이야기야.  문어는 팬티가 없어서 알몸인 것이 부끄러워. 그래서 여러 가게를 다니며 "문어 팬티가 있나요?"라고 물어. 문어가 '문어 팬티가 있나요?"라고 물으면 다들 낄낄 웃어. 그리곤 이렇게 대답해. "우리 가게엔 팬티가 없어. 다리가 여덟 개나 들어갈 수 있는  팬티는 없어.

문어가 팬티를 사러 가는 일이 쉽지 않았을 거야. 알몸인 것이 부끄러운데, 문어 팬티라는 말을 듣고 다들 웃어대니까.


문어는 포기하지 않고, 온갖 것을 다 판다는 인터넷에서 팬티를 찾아봐. 근데 팬티를 못 사고 대구와 참지와 낚싯대를 사고 말았지. 우리도 인터넷이나 마트에 갔다가 엉뚱한 것을 살 때가 있잖아. 그리곤 괜히 샀다고 후회하고. 상어도 오징어도 복어도 팬티가 있는데 문어만 알몸으로 지낼 순 없어. 문어는 팬티를 꼭 사야 했어. 그래야 알몸을 가릴 수 있으니까.


문어는  온갖 물건을 파는 큰 바다 백화점을 발견하고 회전문을 밀고 들어가. 잔뜩 기대를 했겠지. 여기선 팬티를 살 수 있을 거라고. 나비넥타이를 한 해마가 "딱딱한 따개비의 방울모자, 춤추는 뱀장어를 위한 턱시도,  뾰족한 성게를 위한 우주복,  해파리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장신구, 등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답니다. 필요한 것을 말해보세요."라고 말해.


잔뜩 기대를 품고, 문어는  문어 팬티가 있는지 물어봐. 해마가 대답했어. "우리 백화점에 문어 팬가 없어요." 문어가 얼마나 실망했을지 상상이 가지. 그런데 해마가 계속 말해. 당신은 팬티가 필요 없어요. 당신의 다리는 다리가 아니니까요. 여덟 개의 팔이예요."


문어는 큰 바다백화점에서도 팬티를 사지 못했어. 문어는 지금도 알몸일까? 아니야, 문어는 문어 셔츠를 입고 있어. 해마는 모두가 문어의 다리라고 생각하는 것을 팔이라고 했어. 역발상을 한 거지. 그래서 해마는 문어에게 셔츠를 팔 수 있었어.


해마처럼 역발상에 관한 이야기가 여럿 있어. 스님에게 빗 팔기, 아프리카에서 신발 팔기, 에스키모인에게 냉장고 팔기 등등. 이 모두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해야 한다는 이야기지. 역발상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될 수 있어. 물론 문어는  해마의 말에 수긍했기 때문에 알몸을 면했지만 말이야. 문어가  해마의 말을 듣고도 "아냐, 팔이 아니라 다리야."라고 고집을 부렸다면 아직 알몸으로 지내겠지.


문어가 찾아간 가게  주인들을 생각해 봐. 문어가 팬티를 찾을 때 웃지 말고, 문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면,  문어에게 달린 것이 다리가 아니라 팔이라 여겼다면 셔츠를 팔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에게 열심히 노력하지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그건 우리의 고정관념 때문이 아닐까? 해마의 조언을 듣고 다리라고 생각한 것을 팔이라고 여긴 문어처럼 우리도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조언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문어의 말을 흘려들은 가게 주인들과 달리 깊이 생각해보기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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