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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Apr 02. 2024

[100-29] 세상 참 많이 변했다.

나도!

영남대역에서였어. 화장실로 가는데 자판기가 보였어. 무슨 자판긴가 생각하며 흘낏 쳐다보았지.  임신테스트기란 글자가 눈에 들어왔어. 화장실 부근에 생리대가 아닌, 임신테스트기라니! 세상이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예전에 약국에서만 생리대를 팔았잖아. 약사는 대개 남자였고. 고등학생이던 나는 남자 약사에게 “생리대 주세요.”란 말을 하는 것이 고역이었어. 그래서 여자 약사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기도 했지. 임신테스기를 자판기에서 살 수 있다니! 얼마나 좋아. 세상이 변했다고 해도 아직 젊은 여성이 임신테스트기를 사려고 할 때 사람과 마주쳐야 한다면 얼마나 불편하겠어.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세상이 변하였듯  나도 변했기 때문이야.


예전엔  남녀가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거나 성관계를 하면 나쁜 일로 간주하고 집안 망신시킨다고 난리가 났어. 나는 집안 망신 시키는 일은 아니어도 도덕적으로 깨끗하지  못하다고 생각했거든.  결혼한 후 배우자 관계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거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어서지. 하지만 이 시대에는 동거하는 것이나 혼전 성관계를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이라 여기잖아. 일부 사람들은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말이야.


어떤 일이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불편하게 하는 일이 아니라면, 또 성인이라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게 당연하잖아. 성에 관한 일도 이와 같지 않나? 성인 두 사람 관계의 일이니까.  단 결혼 관계에 있지 않다면 말이야. 어떤 행동이든 행동을 하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듯, 이 일도 마찬가지로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뿐. 이 일로 인해 닥치는 현실이 행복하던 그렇지 않던 말이야. 그래서 신중하게 선택하고 행동해야 하는 일 중의 하나인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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