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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Apr 03. 2024

[100-30] 벚꽃이 한창

혼자여도 좋은 날

어제 영남대학교에 갔어.  지하철에서 내려 학교로 올라가는데, 학교로 가는 학생들과 학교 밖으로 나가는 학생들로 붐볐어. 학교 안 여기저기 벚꽃이 활짝 펴있었고. 내 마음도 벚꽃처럼 환하게 피어났어. 벚꽃이 이렇게 활짝 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거든. 나는 벚꽃길을 걷기도 하고 연못 둘레길을 따라 걷기도 했어. 연못가엔 개나리꽃과 제비꽃과 큰개불알꽃이 활짝 웃고, 버드나무는 연한 녹색 이파리를 흔들며 나를 반겨주더라.  버드나무속에서 새 한 마리 날아 나왔어. 얼른 쳐다보니 후투티였어. 머리 깃이 곤두서있어 구별하기 매우 쉬운 새야. 근데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가 버드나무에 앉아있었어.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어.


그때 교수님이 앞서고 영남대 학생들이 뒤따라 왔어. 실습을 하러 나왔나 봐. 한 학생이 버드나무를 쳐다보며 친구들에게 "무슨 새야?" 묻더라. 아무도 대답하지 않아 내가 "후투티예요.'라고 했어. 뒤따라 오던 학생이 내 말을 듣고 후투티를 쳐다봤어. "후투티 맞네." "어떻게 알아?" "나 새 진짜 좋아해. 후투티는 머리 깃이 있고 부리는 아래로 구부러져 있어. 깃털은 흰색과 검은색의 굵은 줄이 있지." 그 학생은 친구들을 향해  줄줄 말을 이어갔어. 그 학생 진짜 새를 좋아하나 봐. 후투티는 여름 철새야. 근데 기후가 예전보다 많이 따뜻해졌잖아. 그래서 요즘엔 겨울에도 볼 수 있어. 텃새가 되어가는 중인가 봐.


내가 영남대에 간 주목적은 벚꽃 구경이 아니야. 와서 보니, 벚꽃이 한창이라 구경한 거야. 사실 오늘 영남대에 온 이유는 내 첫 책 '숲이 내게 걸어온 말들'을 교수님과 숲해설가 한 분에게 드리기 위해서야. 연못 둘레길을 걷기  전에 숲체험 활동을 함께 하는 숲해설가 선생님과 교수님을 만났어. 숲해설가 선생님은 영남대 평생교육원 숲해설가 교육을 함께 받았고, 교수님은 숲해설가 교육을 담당하셨지. 지금도 숲해설가 교육을 담당하고 계시고 말이야. 난 그때 숲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교육을 받았어.


영남대 평생교육원 숲해설가 교육 프로그램 중에 스토리텔링 생태공예 교육을 몇 년째하고 있어. 내가 교육을 받던 곳에서 내가 가르치다니! 은근히 기분이 좋아. 이곳에서 숲해설가 교육을 받을 때보다 내가 성장한 느낌이 들거든. 그리고 숲에 관심이 많아 스스로 배우기 위해 왔기 때문에 교육생들의 수업 태도가 엄청 좋아. 나이는 20대에서 70대까지 많지만 나는 수업할 때 재밌고 신이 나.  교수님과 숲해설가 선생님에게 책을 한 권씩 드리고 잠깐 이야기를 나눴어.

그리곤 혼자 벚꽃 놀이를 했지. 혼자여서 좋았어. 다른 사람 신경 안 쓰고 오로시 벚꽃을 즐길 수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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