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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Apr 04. 2024

[100-31] 실천이 기적이란다.

마지막 질문/김종원 지음

실천이 기적이라는 김종원 작가. 그의 저서 마지막 질문 중에서 '나는 내 일상을 장악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김작가는 풀리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톨스토이와 상상의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때 톨스토이가 '자네의 하루는 자네의 것인가?'란 질문을 한 후 김작가에게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었다. 


매우 충실한 노예가 있었다. 주인이 노예에게 "오늘은 감자를 캐서 쌓아 놔."라고 명령했다. 노예는 감자를 상처 하나 없이 캐서 쌓아놓았다. 주인은 칭찬을 한 뒤 "구덩이 두 개를 파서 한 곳에는 큰 감자, 다른 곳에는 작은 감자를 놔두어라."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주인은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왔다. 밤이 되었는데도 노예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밭에 가보았다. 노예가 구덩이를 두 개 파 놓고 그 옆에서 울고 있었다. "왜 노예는 일을 하지 않고 울고 있을까?" 뭐든 지키는 대로 척척 일을 하던 노예가 말이다. 


노예는 다른 일은 모두 할 수 있지만, 큰 감자를 여기에 작은 감자를 저기에 넣는 일만큼은 못하겠다고 했다. 노예는 감자를 집고 큰 감자인지 작은 감자인지 판단을 내리는 것이 너무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이 큰 것인지 작은 것인지 결정을 해주면 할 수 있다고.


나는 말을 잘 듣는 아이였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했고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예를 들면,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횡단보도 바깥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가운데 지점을 걸어갔다. 국민학교 때 선생님이 자리를 비우면서 조용히 하라고 하면 나는 조용히 있었다. 근데 아이들은 선생님이 교실 밖으로 나가면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나는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선생님이 조용히 하라고 하셨는데 왜 떠들어대는지를. 나는 도덕적 잣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못했다. 


그런 내가 고등학교 때 교칙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있었다.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간 것이다. 그 시절 고등학생이 영화관에 가는 것을 금했다. 헤어스타일도 학년마다 모양이 정해져 있었다. 이런 교칙은 학생을 억압하는 것으로 학생이 발전하고 성장하는데 방해가 되는 규칙이다. 


내가 친구들과 본 영화는 모두 청소년이 관람할 수 있는 좋은 영화였다. 그때 본 영화 제목들이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게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중학교 때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살았던, 그래서 라디오도 TV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자랐던 내게 영화는 좀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열린 창문이었다. 교칙을 어겼지만 말이다. 영화관에 가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했다면, 나는 영화관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 영화를 본 이후, 학생이 왜 이런 좋은 영화를 보면 안 되는지 그 이유를 더욱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또 영화관에 갔다.  규율에 갇혀 사는 내가 어떻게 영화를 보러 가겠다고 결정을 내렸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내가 대견스럽다.


'나는 내 일상을 장악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는데, 교칙을 어기고 영화를 본 일이 떠오른다. 내가 내 일상을 장악하려면 남이 나를 규제하게 해선 안 되는 것 같다. 내가 나를 규제하더라도 나를 억압하는 것이 아닌 성장을 위한 도구여야 될 것이다. 우리가 자신의 일상을 장악해야 하는 이유는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가 아닌가? 누가 시키는 대로가 아닌 내가 원하는 대로 살기 위해서 말이다.  김작가가 실천이 기적이란다. 우리,  오늘 나의 삶을 장악해서 기적을 만들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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