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의 '나무 그늘에게 감사'를 읽다가 쓴다.
정호승 시인의 '나무 그늘에게 감사'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런데도 나는 줄곧 햇빛만을 갈구했다. 내가 햇빛만을 원한다는 것은 내가 소망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계속 햇빛만 원한다면 내 인생이라는 대지는 사막이 되고 만다. '항상 날씨가 좋으면 곧 사막이 되어버린다.'는 스페인 속담은 나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호승 시인처럼 나도 햇빛만을 갈구한 적이 있다. 우리가 사는 지역에 비가 오지 않고 햇빛이 쨍쨍한 날씨만 계속되면 가뭄으로 고생한다. 그러다가 계속 비가 오지 않으면 사막이 되고 만다. 이처럼 우리 인생에도 햇빛이 오래도록 내리쬔다면, 사막이 되고 말 것이라고 쓰는데, 영화 오징어 게임이 생각난다.
오징어 게임 판을 벌이는 사람들은 햇빛이 지속적으로 그들 인생의 대지를 환하게 밝혀 주었다. 그들은 능력이 너무 탁월해서, 햇빛을 지속적으로 쬘 수 있었을 것이다. 근데 너무 오랫동안 햇빛을 쬐다 보니, 햇빛이 주는 안락함과 행복과 즐거움이 권태롭게 느껴진 것이다. 그들은 무료함을 달래고자 돈에다 사람 목숨을 건 잔혹한 게임을 계획하고 실행했다. 그들은 능력 있는 자도 운 좋은 자도 아니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인생이 황폐한 사막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인사말을 할 때가 있다. 우리는 잘 알지 않나? 꽃길만 걸을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정호승 시인의 말대로 꽃길만 걷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상대방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인사말을 하는 것이겠지만, 이 말은 그리 좋은 말이 아니다. 꽃길만 걷다간 사막이 되고 말 테니까. 나는 꽃길 만에서 '만'을 뺀 "꽃길 걸으세요."란 인사말을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꽃길을 걸으면서 꽃길을 찾아다닌 적이 있다. 그땐 걷고 있는 길이 꽃길인 줄 알아보는 안목이 없어서다. 꽃길을 찾아다니다가 지나온 길이 꽃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참 허망했다. 지금은 웬만하면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이 꽃길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지금 걷는 길이 좀 험해도 나를 성장시켜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인데요. 나를 성장시켜주는 길이라면, 좀 걷기 힘들어도 꽃길이라는 제 생각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