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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Apr 16. 2024

[100-43] "너한테는 잡아먹혀도 괜찮아."

안도 마키에의 연못의 왕을 읽고


책장을 살펴보는데, 머리를 부딪친 곰 이야기(안도 미키에 지음/문학수첩) 책이 눈에 띈다.  이 책도  한번 읽고 책꽂이에 꽂아둔 후 잊어버렸다.  생태공예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샀는데. 며칠 전부터 책을 읽으면서 녹음을 해봐야지 벼르던 참이었다. 마이크를 찾아 휴대폰에 꽂는다.


이 책에 있는 7 개의 이야기 중에서 '연못의 왕'을 읽으면서  녹음을 한다. 나는 ' 어'로 발음해야 하는 걸 '으'로 발음하기도 하고  이와는  반대로  '으'를 '어'로 발음하기도 한다. '어'와 '으'의 발음을 주의하면서 읽어나간다.


알에서 태어날 때 물음표 모양으로 튀어나와서 '근데'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이름처럼 궁금한 것이 많아 질문이 많은 올챙이의 이야기다. 호기심이 많아 좌충우돌하는 근배를 받아주는 동물이 없어 근배는 외로웠다. 근데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주는 학배기(잠자리 애벌레)와 친구가 된 올챙이 근데는 행복했다. 어느 날 근데를 잡아먹는 악몽을 꿨다고 말하면서 우는 학배기에게 근데는 "너한테는 잡아먹혀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순간 울컥 눈물이 솟아올랐다.


내게 나를 잡아먹어도 괜찮은 누군가가 있나 생각해 본다. 책을 읽으면서 나를 잡아먹어도 괜찮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있나 나를 돌아본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울컥, 울컥거렸다. 친구는 모습이 변해도 서로 알아볼 수 있다고. 잠자리로 변해버린 학배기와 개구리로 변해버린 올챙이 근데는 서로를 알아보았다.


"너한테는 잡아먹혀도 괜찮아.'라고 근데가 학배기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근데가 학배기를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뜨는 드라마 눈물의 여왕 주인공 홍해인의 동생 수철이가 근데 같았다.


다혜는 퀸즈 그룹을 빼앗으려는 윤은성을 도와 수철과 사기결혼을 했다. 다혜가 윤은성의 스파이 노릇을 하고 자금을 챙겨 미국으로 도망하여 갔지만, 수철은 다혜를 진정으로 좋아하고 함께 있기를 원한다. 정말 수철은 다혜 바보였다. 다혜가 낳은 아이가 지산의 자식이 아니란 걸 알게 돼도, 다혜도 자식도 그냥 사랑한다.  나는 근데나 수철이처럼 ‘너한테는 잡혀 먹혀도 괜찮아.'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언제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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