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 명대사 중용 23 장을 실천하는 삶, 모두가 최고
정자를 짓고 정원을 꾸미는 새가 있다. 이 새는 바우어새로 정원사새, 정자새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컷 바우어새는 정자를 짓고 정성을 다해 정원을 꾸민다. 암컷의 이목을 끌어야 구애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집이 아니고 구애를 하기 위해 노래하고 춤을 추는 무대라고 할 수 있다.
수컷은 온갖 물건을 주워와 정자 주변을 장식한다. 바우어새는 20 종 정도가 있는데, 종마다 푸른색, 빨간색,검정색 등 다른 색깔의 물품을 사용한다. 수컷 바우어새는 열매, 나뭇가지, 나뭇잎, 딱정벌레, 꽃 등 장식품을 그냥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각도와 위치를 고려해서 갖다 놓는다. 새가 원근감을 이용한 장식을 한다고 하니 놀랍기 그지없다. 꽃이나 나뭇잎 같은 장식물이 시들면, 버리고 새로운 것을 교체한다고 한다. 이런 일은 사람들이 오래되거나 낡은 벽지를 바꾸고 새로운 장식용 소품을 갖다 놓은 것과 다르지 않다.
수컷 바우어새가 정원을 꾸미는 일에 정성을 다하는 이유는 정원을 아름답게 꾸민 수컷이 암컷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요즘 수컷 바우어새는 자연물이 아닌, 비닐, 플라스틱, 깡통 등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왜 수컷 바우어새가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사용하는지 잘 알 수는 없다.
꽃이나 나뭇잎은 시들지만, 인간이 버린 쓰레기는 시들지 않는다. 새롭게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장식물을 사용하는 것은 수컷의 입장에서는 수고를 덜 하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플라스틱 같은 쓰레기가 새에게 해를 끼칠 염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수컷 바우어새가 장식을 끝내면, 암컷 바우어새를 향해 구애의 노래와 춤을 춘다.
수컷 바우어새가 정원을 장식할 때나 구애할 때 어떤 마음으로 할까? 수컷 바우어새가 대충 정원을 꾸미고 대충 노래와 춤을 추면 암컷의 사랑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수컷 바우어새는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정원을 꾸미고 구애의 노래와 춤을 추어야만 한다.
나는 바우어새 수컷이 영화 역린의 명대사 논어 중용 23장을 그대로 실천하는 삶을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우어새 수컷은 정원을 장식하는 돌멩이 하나 나뭇잎 하나를 주워서 갖다 놓는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어디에 놓을지 생각한다. 그리고 생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기 놓았다가 저기 놓았다고 하면서 살펴보고 또 살펴본다. 그리곤 가장 아름다운 곳을 선택해 놓아둔다. 정말 정성스럽지 않은가. 수컷의 그런 정성이 겉으로 배어 나오게 되고 밝아져서 수컷 바우어새는 암컷 바우어새를 감동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드디어 짝짓기를 하고 후손을 남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논어 중용 23장을 실천하는 삶을 사는 동물이 수컷 바우어새뿐일까? 나는 동물이나 식물과 우리 사람도 대충 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잘 났다고 여기는 사람이나 동식물은 그렇게 태어났고 환경이 받쳐 주었을 뿐이다. 좀 못 낫다고 여기는 사람이나 동식물은 그렇게 태어났고 환경이 받쳐주지 못했을 뿐이다. 잘 났다 못났다고 하는 것은 비교해서 그런 것이다. 사실 공정하게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없다. 그 무엇도 똑같은 상태로 태어난 존재가 없고, 똑같은 환경에서 자라난 존재도 없다. 그도 저도 모두 최선을 다해 정성스럽게 살고 있으니. 그도 저도 존귀할 따름이다. 비교하지 않으면 모든 존재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모두 최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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