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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Apr 21. 2024

[100-48] 김병만, 정글밥에 내 아이디어가

나는 그대로 나다

방송인 김병만이 SBS의 새 예능 프로그램 ‘정글밥’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도용해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기사가 2024년 4월 19일 조선일보에 실렸다. 김병만은 올해 2월경 SBS 예능 스튜디오의 고위 간부를 만났고 정글 생존이 아닌 체험과 힐링을 테마로 한 정글의 법칙의 스핀 오프(파생 작품)를 해보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한다.


이 기사가 눈에 띄었을 때,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나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생기면 이용당한 것 같아서 마음이 씁쓸하다. 김병만은 말을 했지만, 나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나와 함께 활동하는 선생님이 한 기관에 정부의 공모 사업을 설명하고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그 기관에서 공모 사업에 지원하여 선정되었다.  사업 제안서 중에 내가 교육프로그램을 계획했다. 그런데 우리에게 할당된 수업이 너무나 적었다.  공모 사업을 제안하고 교육프로그램도 짰는데 말이다. 공모 사업에 선정이 되면, 우리가 주로 수업을 맡아서 하기 위해서, 제안한 것인데. 기관에서는 이전엔 공모 사업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도 했는데 말이다.


교육 참여자들이 매우 좋아했기 때문에, 기관에서는 다음 해도 공모 사업에 지원한다고 했다.  내게 교육 프로그램 일부를 계획해 달라고 했다. 나는 교육 프로그램을 짜서 보내 주었다. 담당자는 고맙다고 했다. 이번에도 공모 사업에 선정이 되었다. 나는 내가 계획한 프로그램을 그 선생님과 내가 할 줄 알았다.


근데 아무 연락도 없이, 우리에게 수업을 할 기회를 아예 주지 않았다. 우리에게 수업을 배정해 주지 않을 생각이라면 내게 교육안을 짜달라는 부탁을 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는가. 계획한 교육 프로그램을 다른 것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러이러해서 수업을 배정하지 못했다는 전화나 문자 정도는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한 동안 내가 무시당했다는 느낌과 이용당한 것 같은 느낌으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그 담당자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매일 출근하여 눈앞에서 마주친다면 말할 기회가 있겠지만. 이 말을 하기 위해 기관에 찾아가거나 전화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프리랜서 강사는 언제나 을일 수밖에 없다. 불러주지 않으면 그냥 끝인 것이다. 나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나는 무시당한 것도 아니고 이용당한 것도 아니라고, 그 담당자가 상식에 좀 어긋나는 행동을 한 것뿐이라고. 나는 그대로 나인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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