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제목 고삐 풀린 망아지들
어느 날 오후, 지하철역 하행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올려놓았을 때였다.
"히잉~ 히이~잉 이잉~"
갑자기 고삐 풀린 망아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놀라,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교복을 입은 망아지 세 마리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있었다. 한 망아지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뒤돌아 나를 쳐다보았다.
바로 그때 열기구에서 뜨거운 바람이 빠져 나가듯
맨 앞 망아지의 뱃속에서 ‘자유’란 놈이 제 세상을 만난 듯 세차게 터져 나왔다.
이 소리에, 뒤돌아 나를 보던 망아지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앞에 있는 그 망아지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망아지 놈도
그놈 입에서 튀어나온 자유란 놈도
다른 사람이 에스컬레이터에 탔다는 것,
그래서 친구가 옆구리를 찌른다는 것, 그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히잉 히이이잉~"
그 망아지의 찢어질 듯 벌어진 입 속에서 이제 막 고삐가 풀린 자유는 구불구불 미꾸라지처럼 재빠르고, 둑이 터진 물길처럼 세차게 쏟아져 나왔다. 참았던 그 무엇이 터져 나올 때 그 물길을, 어른인들 어찌 멈출 수 있겠는가.
친구가 몇 번이나 더 옆구리를 찌른 뒤에야 에스컬레이터에 다른 사람이 탔다는 것을 알아챈 망아지 놈이
멋쩍은 얼굴로 뒤돌아보았다. 나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오늘 시험이 끝났어요."
내가 그저 그곳에 서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자유가 맘껏 터져 나가는 물길을 막아선 훼방꾼이 되었다. 세상 일이 이런 의도치 않은 일들의 연속이라면, 우리는 도대체 어디에다 의미를 두어야 할까.
그날, 그 자유는 그 어린 망아지의 몸속에서 모두 빠져나왔을까.
만약 덜 빠져나왔다면, 남은 반쪽은 아직 그 아이 몸속 어디에서 꿈틀거리고 있을까.
그 아이 입에서 튀어나온, 몸이 반쯤 잘린 그 자유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자기의 반쪽을 찾으려고, 그 아이 주변을 아직도 어슬렁거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