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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Aug 04. 2022

겁 많은  토끼

솥뚜껑 보고 놀랐다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는 토끼. 겁이 많은 토끼가 개구리에게 돌을 던졌다. 한 개구리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 토끼 씨, 돌을 던지지 마세요. 당신은 장난일지 몰라도, 우린 목숨이 왔다 갔다 해요"라는 말을 들은 토끼. 자신이 한 일이 부끄러워 숲 속으로 들어간 뒤 다시는 연못을 찾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숲 속으로 들어간 토끼는 어떻게 살았을까? 토끼인들 갑자기 변할 수 있겠는가. 여전히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냅다 달아날 것이고. 개구리에게 돌을 던진 미안함과 부끄러운 마음 때문에 외출 또한 제대로 못할 것이다.


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겁 많은 토끼 솥뚜껑을 보고 놀란 것이다. 토끼를 놀라게 한 자라는 무엇이었을까. 바스락! 마른 소리에도 놀라 도망칠 수밖에 없을 만큼, 힘겨운 일을 겪은 토끼. 스스로 변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연찮게 어떤 일이 계기가 되어 토끼가 변할 확률보다 숲 속에서 혼자 은둔형 외톨이  살아가게 될 확률이 더 많다.


스토리테링 생태공예 수업을 할 때, 겁 많은 토끼가 숲에서 어떻게 살아갔을까 질문하면. 행복하게 살았을 거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 무서운 일이 벌어질까 두려워 조그만 일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토끼.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토끼가 행복하게 살 수는 없다. 토끼가 행복하게  살기 바라는 마음과  자신도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보태진 대답일 것이다.  


겁 많은 토끼가 개구리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큰 잘못을 했기에 그 행동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당연한데. 잘못을 했다면 해야 할 후속 행동, 사과를 하지 않았다. 토끼가 개구리에게 사과를 한다면 삶이 한층 가벼워질 텐데. 토끼에겐 사과할 내면의 힘이 없다.

내가 그랬다. 폐결핵에 걸린 아버지가 돌아가실까 불안해서, 혹시나 돌아가시면 벌어질 일이 두려워서. 대학을 포기했는데. 대학 못 간  것이 몹시 수치스다. 다른 누군가에게  잘못한 일이 아나라, 사과할 대상이 없는데. 왜 수치스럽게 여겼을까.


공무원으로 근무하기 전까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 기억이 없다. 학교 집 학교 집 쳇바퀴 돌았던 나는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 또한  전혀 없었다. 죽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다가 밤이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죽여 운 기억밖에 없다.


요즘엔 인터넷에 세상의 온갖 정보가 넘쳐나지만, 중학교 졸업 때까지 우리 집 조명은 호롱불이었다. 내가 밤늦게 집으로 돌아올 때, 엄마가 손전등이 아니라 호야 등불을 켜 들고 마중 나왔다. 아버지가 공무원 시험을 쳐보라고 하지 않았다면,  집콕하다가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병에 걸렸지만  살아 계셨는데 왜 돌아가실까 그렇게도 불안해했을까. 이것이  솥뚜껑인가 싶어. 나를 놀라게 한  자라를 찾아 나섰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시간의 구석구석을  더듬었지만 나의 자라는 없었다. 아니, 찾지 못했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같이 흐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울고 있는 열아홉 살의 나를 만났다. 열아홉 살의 내가 예순 후반이 된 내게 미안해서 고개를 들지 못다. "난 괜찮아. 넌 최선을 다했어. 최선을 다해 살아줘서 고마워." 열아홉 살의 를 안아주며 말하는데.


이 말이 내 심장을 퉁, 튕긴다.

심장에서 눈물이 솟구친다.

분수에서 물이 솟구치는 듯.


난 울면서 말한다.

괜찮아.

괜찮아.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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