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1화. 지하철에 핀 생강나무 꽃
출근길 크로키 에세이
산림청 선정
현대 산림 문학 100선 도서
"숲이 내게 걸어온 말들" 작가
할수 최정희입니다.
오늘부터 매주 수요일 7시
출근길 크로키 에세이를 연재합니다.
제목: 지하철에 핀 생강나무 꽃
저기 한 청년의 머리카락 위에
생강나무 꽃 같은 봄이 내려와 있다.
검은색과 짙은 네이비 오리털 점퍼 사이
지하철 좌석에 앉은 노란 머리청년이
이어폰을 꽂고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입술을 가볍게 움직인다.
무릎 위의 검은 구두를 까닥인다.
아직은 칙칙한 3월의 지하철
검은 양복 아래 하얀 와이셔츠,
그리고 가는 줄무늬 스카프의
저 노란 봄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청년 양옆에서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 화면을 응시하는
두꺼운 오리털 점퍼들은
영화관의 관객처럼 어둡다.
무대 위 주연 배우처럼 홀로
빛나는 봄이
나를 향해 노란 꽃다발을 흔든다.
내 머리는 몇 해전 겨울 쏟아진 하얀 폭설로
길이 폭삭 무너졌다.
이 폭설은 태초부터 예보된 것이다.
내가 생강나무 노란 꽃을 머리카락 위에 뿌려도
이미 내려앉은 칠순의 백설은 녹지 않는다.
봄이 와도 녹지 않고
더 쌓여가는 이 하얀 눈을
지울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할수"는
"넌 할 수 있어."라고
제 자신에게 거는 마법의 주문입니다.
이제 이 주문을
여러분과 함께 외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