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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작가 박혜진 May 05. 2024

5. 기계 체조를 하려면 전학을?

선수가 되고 싶은 아이에게 주어진 선택지란

아인이 이야기를 이어가기 전에 엄마의 어린 시절 얘기를 조금 해야 엄마의 고민 지점에 공감이 갈 것이다.  


엄마의 이야기 

삶 속에 축적된 경험은 선택의 기로에 놓었을 때 설레게 하기도 하고, 피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둘 사이에서 흔들리면서도 균형점을 찾고자 부단히 애쓰게 한다. 

경험의 부재, 또는 경험의 과잉은 

기울어진 저울이 수평을 되찾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울기를 맞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

엄마의 어린 시절은 안정의 부재를 채우기 위한 과잉 노력의 연속이었다.

엄마의 어린 시절, 안정적인 학교 생활이라는 경험이 없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니, 유치원 때부터 교육 환경이 자주 바뀌었다. 

버지의 직장 발령으로 서울에서 살다가 파리로 가게 되었고, 3, 4년마다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했다. 

서울에 있는 동안에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 강북에서 강남으로 이사를  왔고,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이사를 하거나 학교를 옮기게 되는 등 이런 저런 이유로 

거의 매년 학교를 옮겼다.


엄마의 초중고 시절, 최대 과제는 적응이었다. 

새 환경, 새 친구, 새 선생님, 새 언어에 적응할 수 있는 만큼 적응하고 

나머지는 전학할 때까지 버티는 것이었다. 

공부가 어려워져서 따라가지 못할 것 같으면 버텼다. 조만간 이사할 것이니까. 

친구와 관계 맺기가 어려워도, 친해지지 못해도, 갈등이 생겨도 불편함을 감수했다. 

조금만 있으면 더 이상 볼 일이 없었으니까. 


어린 시절 엄마는 누구나 이렇게 산다고 믿었다. 대학교를 다니고, 직장 생활을 하고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 그 믿음에 균열이 생겼고, 육아와 양육을 하는 동안 산산조각이 났다. 주변 사람들은 다르게 살고 있었고, 그들이 사는 방식이 좀 더 살기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적응이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긴장 속에 지낸 세월의 흔적을 의식적으로 지우기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엄마는 결혼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변화가 크지 않은'안정적인'인 환경 속에서 살면서

친밀감을 쌓는 법, 갈등을 해결하는 법, 어려움을 극복하는 법을 하나씩 배워갔다. 

하지만, 낯선 환경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릴 적 '적응하는 삶'의 자세로 돌아갔다.

스트레스와 싸울 전사가 되었다.


경험의 부재는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곧장 이어지지 않는다.

스트레스 유발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예측 가능성이나 확신, 소속과 제어 등의 결여로 인지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실제로 문제를 맞닥뜨리지 않고 상상 속에서 인지하고 예측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뇌와 몸의 현실이 되어 스트레스를 온전히 경험하게 된다. 



반면 아인이는? 


위의 언니 오빠와 10년 이상 터울 진 늦둥이로, 엄마는 이미 할머니의 눈길로 사랑스럽게 보며 할머니의 마음으로 모든 것을 다 해주려고 했고, 목표는 단 하나였다. 자립.


따라서 아인이의 행동 기준은 단순했다. 

단순한 기준으로 결정을 쉽게 내렸다. 

  체중(체육중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체조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데를 가야 했다. 

어떻게 하면 많이 할 수 있지? 




A gymnasium is not for gymnastics

체육관은 체조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한 동안 '체육관'이라는 간판만 보면 "엄마! 저기 가면 체조 연습할 수 있을 거야. 한번 가 보자!"라고 졸랐다. 아인이 머릿 속에는 체육관에는 매트리스가 깔려 있고, 각종 철봉과 평균대, 뜀틀, 대형 트램폴린이 있어서 체조 연습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잠실 실내 체육관'을 지나가면서 그 안에서 뭐하는 지 궁금해했다. '종합체육관'은 각종 체조 운동을 할 수 있으리라 상상했다. 

요가 수업을 하고, 헬스 시설이 있는 곳이라고 하니, 실망이 컸다. 


"그럼 난 어디서 연습해???" 

"운동장에서. 거기 철봉 있잖아, 아인아." 

"근데 모래 바닥에서는 무서워. 아프고. 겨울에는 손이 시려워서 할 수가 없어.

푹신한 매트리스가 깔려 있어야 구르기 연습을 하지!"

"....

혼자 연습하기에는 안전하지 않아서 그런 데를 운영하기 어려울 거야."

그때 엄마가 느낀 무력감이란....



체조를 좋아하는 아이가 체조를 배우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1. 체조 학원을 다니는 것이다. 

아인이가 사는 동네에서 가까운 곳은 두 곳이 있었다. ㄷ학원은 동작구에 있는데, 성인들이 주요 대상이다. 아이들을 위한 수업은 하루에 한 타임 있었다. 

ㅈ학원은 송파구에 있다. 전 국가대표 체조 감독님이 세운 학원이고, 선생님들은 모두 체조 선수 출신이다. 3시부터 8시까지 시간별로 수업이 있고, 토요일에는 두 시간짜리 준선수반 수업이 있다. 아인이는 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2. 체조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하기

대동초등학교, 창천초등학교, 전농초등학교, 광희초등학교, 강덕초등학교

아인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는 운동부가 없다. 그런데 어떤 학교에는 축구부, 야구부 같은 운동부가 있는데, 서울 시내 초등학교 다섯 곳에 체조부가 있다. 선수로 등록을 하고 연습을 하기 위해서라면, 관할 초등학교를 다니지 않고 그 학교로 전학을 가면 된다.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약간 안도를 했지만, 

어느 학교를 가든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학교다 보니

전학을 쉽게 결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운동부만 있으면 되고, 매일 운도을 할 수 있는 것이면 충분하다? 

과연 그럴까? 

 


어린 시절, 사람과 환경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던 엄마는 주저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엄마를 아인이는 이렇게 설득시키기로 작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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