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체조 선수가 아프면 어느 병원에 가야 할까
근육통이 아니고 뼈가 아프다고?
작년 4월에 준선수반에서 시작한 체조.
지난 1년 동안 일 주일에 한 번 수업에 참여하고 나면 수업 다음 며칠은 주로 근육통을 호소했다.
학원에서는 주로 마루 운동과 트램펄린을 하고, 이단 평행봉에서는 아주 조금씩 진도를 나갔다. 도마라고 하기에는 무색하게 뜀틀 뛰어 올라 넘어가는 정도로 연습을 했고, 두 시간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평균대 연습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경험했다.
(마루나 트램펄린에서 하는 동작들이 평균대에서도 쓰이기 때문에 아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10센티 폭 나무 위에서 균형을 잡아 가며 동작을하는 것은 긴 시간 훈련이 필요하긴 하다.)
"엄마가 주물러 주는 게 제일 좋아!"
근육통은 냉찜질, 온찜질하고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풀어주면 좋아졌다. 배가 당길 때도 있고, 날갯죽지가 뻐근할 때도 있지만, 항상 주물러 달라고 하는 곳은 아킬레스건이 있는 발목 뒤쪽과 종아리 바깥면이다. 때에 따라 허리뼈 주위 근육이 뭉쳤다고 하기도 하고 허벅지 안쪽 근육을 마사지해 주면 시원하다고 한다.
여기저기 주물러 주는 게 매일 자기 전 하나의 의식처럼 자리잡았다.
체조부 시간표
이제 평일에는 응급 상황으로 야간 진료를 하는 곳이 아니면 병원에 갈 수 없게 되었다. 초등학교 체조부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3시에 시작하고 네 시간 훈련이 기본이다. 다만, 닷새를 내리 훈련할 수 없도록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그래서 하루는 쉬게 되어 있는데, 그 날은 '자유 연습' 시간으로 정해서 5시 반에 끝난다.
월 화 수 목 금 토/일
학기 중: 3시-7시 3시-7시 3시-5시30분 3시-7시 3시-7시 대회 있으면
방학 중: 매일 9시30분-5시
치과에 가게 된 이유
전학 온지 3주쯤 되었을 때, 트램펄린에서 뛰다가 자기 무릎으로 턱을 올려쳐서 입을 벌리지 못하게 아프다고 했다. 마침 수요일이라서 집 근처 치과를 갔는데, 6시가 넘어서 야간 진료를 하는 곳을 찾아가야 했다. 한 시간 넘게 대기하고서야 사진을 찍어 보고, 진료를 받았다.
의사가 우려했던 것은 턱 관절 뼈가 부러진 상황인데, 다행히 타박상이라는 결론이었다. 이 경우, 찜질을 할 필요도 없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좋아진다고 했다. 일찍 마쳐서 좋았던 수요일, 평소보다 더 늦은 8시 반에야 집에 돌아오게 되었다.
"가슴뼈가 아파서 숨도 잘 못 쉬겠어."
2주 전부터 가슴 가운데 뼈가 아프다고 했다. 재채기는 물론, 숨을 쉴 때도 아프다고 하는데, 근육통인지 뼈에 이상이 생긴 건지 알 수가 없어 지켜 보기로 했다. 이단 평행봉 연습을 하면서 계속 부딪히기는 한다고 하는데, 아빠는 피로골절이 생길 수도 있다고 걱정을 했다.
열흘이 지나도록 통증 정도가 줄지 않는다고 하여 토요일 오전에 부지런히 움직였다. 평소에는 늦잠도 자고 어슬렁거리며 피로를 풀었는데, 병원에 갈 생각에 서둘렀다.
아프다고 하는 뼈는 흉골인데, 의사가 촉진을 해 보고 몇 가지 질문을 하더니 골절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이 뼈는 심장 수술할 때 톱으로도 힘 주어 잘라서 벌리는 뼈인데, 웬만한 강한 충격에도 금이 가지도, 부러지지도 않는다고 했다.
통증의 원인은 아마도 팔을 벌리고 힘을 주는 동작을 반복하니 주변에 염증이 조금 생겨서 그럴 거라고 하고, 휴식하며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거라고 했다. 많이 아프면 소염진통제를 처방해 주겠다고 했다.
다행이다.
특별한 진단을 받지 않을 때 병원에 간 보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나름 효과가 있었다. 안 좋은 얘기를 들을까봐 은근히 걱정을 해 왔던 걸까? 다녀온 이후, 아인이는 흉골이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생각보다 많은 경우, 마음의 근심을 덜면 물리적으로 느끼던 통증도 줄어든다.
오늘은 발등에서 연결되는 발목이 아프다고 주물러 달라고 했다. 운동을 하다 보면 통증으로 몸 안에 숨어서 열일하는 근육과 뼈, 건과 인대의 존재를 알아차리게 된다. 아픈 건 힘들지만 신기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