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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라야 남자 Jun 21. 2021

네 번째 퇴사를 하는 진짜 이유

남이 아닌 나에게 말하는 퇴사의 진심

그제, 나는 네 번째 회사를 퇴사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퇴사하는 이유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그리고 설명해야 할 타인에게 정당성을 부여할만한 답을 찾기 위해 한동안 고민해야 했다.

일이 많아서? 경영진의 비전이 없어서? 앞으로 할 일들에 대한 고생이 보여서? 이직할 회사 연봉이 더 나아서?

그도 아니면 쉬고 싶어서?


퇴사를 결심할 때는 위의 이유들이 내 퇴사의 사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뜩 어젯밤 잠든 아이의 유모차를 끌며, 그리고 오늘 온 제주의 바다를 바라보며 가만히 진심을 마주하게 된다.

단지 나는 시간을 거듭할수록 점차 깊숙이 회사의 톱니바퀴가 되어가는  자신을 잃어가는 기분이 싫어 그곳을 뛰쳐나오고 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본능처럼 살기 위해 회사와 내가 일체화되어가는 것을 스스로가 두고 볼 수 없어서는 아닐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회사에서 그 어떤 때보다 주역이 되어 보았고 나 없이는 일의 톱니바퀴가 잘 돌아가지 않는 일들을 경험했다. 그게 꼭 내가 아니어도 되지만 내가 처음부터 오래 해왔고 관계망을 갖고 있어서 그렇게 되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매일매일 아침, 밤, 때로는 주말까지 쉴 새 없이 울려되는 전화기의 진동음과 나를 찾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나를 옥죄고 지치게 했다. 그것이 진짜 내가 퇴사하고 싶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결국 워라벨이라는 한 단어로 포장한 진심 말이다. 나머지는 부차적인 이유일뿐.


식당에서 농담 삼아 2인분 같은 1인분을 달라고 하듯 이 회사는 5년 같은 만 2년을 보냈다. 약 200회의 홈쇼핑 방송을 진행했고 그것을 위해 준비한 미팅도 200여 회는 될 것이다. 회사가 내 담당 채널을 전략 채널로 생각 한덕에 많은 지원이 있었고 그렇기에 비중 있는 경험을 했다. 그 경험의 기회는 정말 운이었고 감사하게도 경험치라는 실력의 범주에 녹일 수 있었다. 그것을 발판으로 다른 회사로 도약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내와 어머니는 또 이직이냐며 주변에 이직 소식 알리기를 부끄러워하신다. 다른 회사에 적응하느라 고생할 남편이 걱정인 아내, 전통적인 직장생활 방식으로 비추어 볼 때 메뚜기 같이 적응 못하는 것 같은 아들이 못마땅한 어머니. 회사들도 그런 측면이 걱정인지 이직 회수가 많아질수록 최종 합격율도 떨어져 갔다.


사실 스스로도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선배들을 본 적이 없어 내 미래가 어떤 그림이 될지 잘 상상이 가지는 않는다. 한 회사를 10~20년 다니거나 두세 번 이직 끝에 팀장이나 이사로 자리 잡은 선배들은 더러 보았지만 나처럼 업종, 채널을 다양하게 한 사람은 나도 잘 보지 못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지금 나온 회사는 이전 회사들에서 경험한 일들의 집합체였다. 그만큼 업무가 광범위하고 양이 많았다. 이전 회사가 너무 경험할 부분이 부족해 일을 배우려고 온 회사였지만 일에 영혼이 갈리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일과 나를 분리하되 각각의 영역에서 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균형 있는 삶을 이번에는 잘해볼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매일매일 질문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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