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동물병원의 일상 #3
##천사와 악마 사이
오늘은 접종 진료가 유독 많은 하루였다. 우리 병원은 샵과 연계된 곳이라 작은 아기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종종 온다. 보호자 앞에서는 진중한 수의사처럼 행동하지만, 비밀을 하나 발설하지면, 처치실로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사심을 채우기 바쁘다. 세상에 어쩜 털뭉치들은 다 이렇게나 귀여울까.. 가끔 아기가 입원하게 되면 오래 있다 가라는 나쁜 말도 속삭여보곤 한다.
아기 동물들을 보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샵에서 많이들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런 분들이 있어야 우리 같은 동물병원도 운영이 되는 거겠지만 조금 씁쓸한 마음도 있다. 유기동물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더 그런 것 같다. 그냥 부디 우리 병원에 오는 모든 아이들이 끝까지 사랑받으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다.
병원에 오는 아이들 중에는 사연이 있는 경우도 꽤 많다. 앞집이 이사 가면서 버리고 가서 키우게 된 아이도 있고, 방치되어 살아가다 구조된 아이도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짠해진다.
하지만 귀여운 아이들을 보는 것만이 수의사 일의 전부는 아니다. 특히 고양이는 병원 환경에서 예민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먼치킨은 유독 성격이 까다로운 편인 것 같다. 다리가 짧아서 공격이 어려워서 그런 건지, 오늘 온 6개월짜리 먼치킨도 계속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쳤다. 우리가 특별히 아픈 처치를 한 것도 아닌데 괜히 밖에서 기다리는 보호자 눈치가 보였다. 말도 안 되게 귀엽지만, 성격도 그렇고 다리가 짧고 혈관이 휘어있는 경우가 많아 라인 잡기 꽤나 어렵다. 그래서 먼치킨은 내가 맘속으로 항상 건강하길 비는 종 중 하나이다.
더 어려운 케이스는 대형견들이다. 오늘 온 밤톨이라는 진돗개는 덩치도 크고 힘도 세서 5명이서 보정하고 한 명이 채혈과 기본 관리를 해야 했다. 이럴 때가 제일 긴장된다. 남들은 피해 가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밖에서는 순해요, 우리 애는 절대 안 물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보호자들이 있지만, 병원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다. 낯선 환경과 스트레스 때문에 평소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수의사들 팔을 보면 대부분 흉터가 있을 것이다. 발톱에 긁히는 상처는 그렇게 아프지 않아도 흉터가 오래 남는다. 생각해 보니 은근히 체력이 필요한 직업이다. 거기다 겁 많은 아이들은 배설물까지 지리니 정말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다. (항문낭 냄새가 특히..)
그래도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마쳤다. 아기 동물들의 귀여움도, 예민한 아이들과의 실랑이도 모두 일상의 일부가 되어간다. 내일은 또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