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마다 반복되는 우리 강아지 피부 트러블

어느 동물병원의 일상 #2

by 삐약이수의사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


"선생님, 이번엔 뭘 해봐야 할까요?"


오늘도 그 익숙한 질문을 들었다. 인턴인 내게 누군가 가장 어려운 진료가 뭐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귀와 피부 진료라고 답할 것이다.


호르몬 질환이나 당뇨, 심장병 같은 무거운 질환들도 물론 어렵다. 하지만 그런 케이스들은 아직 나 혼자서는 잘 보지 않고, 들어가더라도 선배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반면 귀와 피부 문제는 '흔한' 질환이라는 이유로 혼자 맡겨지는 경우가 많은데, 막상 해보면 그 어떤 진료보다 복잡하고 막막하다.


특히나 무덥고 습한 여름엔 정말 많이 온다. "귀를 자꾸 긁어서요", "냄새가 심해요", "피부에 뭔가 났어요" 하며 찾아오는 아이들 대부분은 이미 오래된 단골이다.


오늘 온 초코도 그런 아이였다. 7살 말티즈인데, 어릴 때부터 귀와 피부가 안 좋아서 이미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고 했다. 꾸준히 약도 먹이고 있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는 보호자의 말에 벌써부터 마음이 무거워졌다.


"스테로이드 먹일 때만 잠깐 좋아져요. 그런데 끊으면 또 원래대로 돌아가고..."


그렇다. 스테로이드와 항생제가 들어간 약들은 즉효성은 있지만 장기복용이 어렵다. 2-3주 먹고 나서는 반드시 휴약기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약을 끊는 순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속상하다.


초코의 귀를 들여다보니 예상대로였다. 귀지도 많고 빨갛게 부어있고, 가슴 쪽엔 곰팡이 감염으로 보이는 병변들이 여러 개 보였다.


이런 문제들은 대부분 식이알러지 때문이다. 저알러지 사료로 바꾸고 간식을 완전히 끊으면 신기하게 좋아지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사료를 몇 번이나 바꿔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초코는 후자였다.


"사료도 벌써 세 번째 바꿨는데 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 간식도 이제 아예 안 줘요."


보호자의 지친 목소리에서 절망이 느껴졌다. 이럴 땐 정말 미안해진다. "좀 더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라는 말밖에 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또 반대의 경우도 있다. 계속 문제가 생기는데도 식이 관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 보호자들 말이다. 특히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강아지가 그렇게 간절하게 쳐다보는데 어떻게 안 줘요?"라고 하신다. 그 마음도 이해가 되니까 참으로 난감하다.


사실 치료 자체는 비슷하다. 귀에 뭐가 있나 도말검사 해보고, 세균인지 곰팡이인지 확인해서 거기에 맞는 약 처방하고, 만성이면 아포퀠 같은 장기복용 가능한 약 주고, 심하면 스테로이드 주사 맞히고, 매일 귀 청소하고 식이관리 철저히 하라고 말씀드린다.


결국 보호자가 얼마나 잘 따라줄지가 관건이다. 게다가 날씨 영향도 크게 받는다. 수술로 끝낼 수 있는 병이라면 차라리 속 편할 텐데, 알레르기는 평생 관리해야 하는 영역이니까.


그래서 알레르기 없는 강아지 키우는 건 정말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초코는 새로운 처방전을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언제쯤 이 아이가 편안해질 수 있을까. 보호자와 함께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긴 싸움을 계속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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