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에서 추락하고 있다
나를 구해 주려고 절벽 위에 있는 친구들이 손을 내민다
금방이라도 친구들의 손이 내게 와닿을 것 같은데 미치지가 않는다.
애를 쓰고 또 애를 써봐도 점점 그들과 멀어져 가고만 있다.
벼랑의 끝은 마치 구름 속에 묻혀 있는 듯 그 끝이 보이지가 않는다.
친구들도 점점 시야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도와 달라고 소리쳐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답답하고 안타갑기만 하다. 나는 이대로 죽는 건가?
살려줘, 살고 싶어요, 나를 버리지 마----
곁에서 자고 있던 와이프가 나를 흔들면서 "왜 그래? 악몽이라도 꾸었어?
휴우! 죽지는 않고 살았구나.
너무도 또렷하고 선명한 꿈이었다.
그런데 내가 꿈꾸었던 그 악몽의 주인공을 오늘 만날 줄이야.
아침 일찍 외출했던 와이프와 점심시간 즈음에 명동성당 지하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했다. 커피숍에 들어서니 와이프는 30대 후반의 여성분과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나더러 합석해도 괜찮다고 어서 와 앉으라고 한다.
그녀는 차분해 보였고,
아직은 세월의 때가 묻지 않아 보였고,
조금은 지쳐 보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두 여자분들의 대화에 조금씩 끼어들기 시작했다. 낯가림이 끝났는지 그녀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내 나이 38인데
몸도 자꾸만 허약해져 가고
무슨 일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고
이런 고민을 친구들과 얘기하면 그들은 변치 않고 내 곁에서 도와주려고 노력하는데 나 자신이 그들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기만 합니다.
그래요. 자고 일어나도 머리가 상쾌하지 않고 몸이 찌뿌듯하고 천근만근처럼 무겁지요? 그뿐인가요 점점 무기력해지고 딱히 무엇을 하고 싶다는 의욕마저 상실하고 있으니 당신이 아픈 게 분명하네요.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를 찾아 상담을 받아 보면 어때요?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정신과 의사를 찾는다는 게 아직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요. 아무려면 어때요? 남들의 시선이 나를 대신해 주지는 않잖아요. 내가 먼저 살고 봐야지요.
미국에 있는 둘째 며느리가 결혼 전부터 기르던 고양이가 어느 날 갑자기 죽었어요. 며느리는 그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남편의 위로로도 슬픔을 극복할 수 없었나 봐요. 제 스스로 정신과 의사를 찾더군요. 이후 치료를 잘 받아 어려움을 극복해 냈답니다. 주위를 둘러보지 말고 나 자신만을 생각해요.
그리고 육체적인 건강도 단련하세요. 첫 육 개월은 3 천보 걷기, 그러고 나서 6 천보 걷기, 만보 걷기 순으로 늘려 보세요. 자신감이 붙으면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도 시도해 보시고. 국내에 마라톤대회에도 도전해 보세요.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중도에 달리기를 포기하지만 당신이 완주했을 때의 자신감은 돈으로도 계산이 안될 것입니다. 해 냈다는 자신감.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무슨 일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벌써 세 번이나 이직을 했다고요?
아마 당신 적성에 맞는 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이것저것을 해봤으니 이제는 당신 인생의 목표를 설정해 볼 때가 됐습니다. 보수가 얼마인지도 쳐다보지 마세요. 주위에서 당신을 어떻게 평가하든 개의치 마세요. 당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만 생각하세요. 그리고 10년 후에 당신이 어떻게 되어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세요. 하시는 일이 10년 후에 후회나 실패로 결론이 나더라도 당신의 나이 이제 48입니다. 그때 당신 자신을 reset 재설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당신은 70에서 80 까지는 일을 하고 있을 터이니까요.
어떤 일을 시작하면 최소한 10년을 도전해보고 나서 평가하십시오. 너무 길다고요?. 아닙니다. 어떤 일을 하던 그 분야에 베테랑이 되려면 이 정도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지 않겠어요?. 개인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첫 3년을 넘기기가 가장 어렵다고들 하지요. 100% 동감입니다. 첫 2-3년은 배움의 기간이고 적응의 기간입니다. 그런데 성공여부를 평가한다고요? 그 분야에 20년, 30년 동안 기반을 다져온 사람들은 결코 당신이 파고들 수 있는 공간을 쉽게 내주지 않습니다.
당신이 이토록 무력감과 피곤함을 느끼는 것은 goal 목표가 없기 때문 아닐까요? 당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당신 스스로에게 놀라실 것입니다. 나에게 이런 정열이, 나에게 이런 초인적인 에너지가 있었나 하고.
당신은 성인입니다. 부모의 도움도 이제는 선을 그어야 할 때입니다. 당신들이 나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라고 말입니다. 그동안 호사하고 살았던 과거는 당신의 것이 아니라 부모의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것을 찾으십시오. 당신 부모가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홀로서기를 하다 보면 수중에 만원이 얼마나 큰돈이라는 것을 뼛속으로 느낄 때가 올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당신 자신을 찾았다고 얘기할 수 있어요.
제가 46세에 퇴사하고 한국도 아닌 미국으로 이주하여 일 년 후에 통장에 잔고가 4만 불 남았는데 이렇다 할 직장이나 할 일을 못 구하고 전전할 때 어쩌면 우리 4 가족이 길거리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세상이 무섭더라고요. 이때 와이프가 공장에 취직하여 최저임금으로 1200불을 벌어다 주니 이제는 길거리로 쫏겨나지는 않겠다고 생각하니 1000불이 10만 불 아니 백만 불 못지않게 큰돈으로 여겨지더군요.
당신이 하던 사업이 잘 안 되어 내일 아침 식빵을 살 돈이 없을 때 만원은 당신에게 얼마나 큰돈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그때도 이 세상에 안 계신 부모님을 찾을 셈인가요. 지금부터라도 당신은 당신 앞에 선을 그어놓고 홀로서기를 시도해 보십시오.
우리에게는 오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십 년 후, 이십 년 후도 상상해 보십시오. 골프게임을 보면 해설하신 분들이 뭐라고 하던가요? 18홀을 마치고 골프클럽을 가방에 주어 담아봐야 누가 승자인지를 알 수 있다고 하지않턴가요? 야구게임을 중개 하는 해설자는 패색이 짙어져 가는 경기를 보면서 끝난 게 끝난 것이 아니라고 하지요. 나의 내일은 나도 모릅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최선을 다했을 때 그 결과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