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살고 있는 나는 세 살, 다섯 살 한국계 어린이와 시간을 보내면 묻고 싶은 게 많다. 그들이 영어로 언어를 습득하기 시작하지만 한국말도 몇 마디씩 할 줄 한다.
그들에게 한국어로 말을 건넨다.
안녕?
그러면 그들도 한국어로 대답한다
안녕하세요?
칭찬을 해준다.
한국말도 할 줄 아는구나!. 그런데 "안녕하세요"가 무슨 뜻인지 알아?
How are you?
그래 맞았어. Give me a high five. 그러면 "만나서 반가워요"가 무슨 뜻인지 알아?
몰라요
2세로 태어나 미국에서 살고 있지만 그들의 뿌리가 한국인 이라는 것을 확인 해주고 싶었고 한국말을 할 줄 아는 그들을 칭찬해주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의 부모를 향해
"비록 우리가 이곳 미국에 와서 살고 있지만 한국말도 가리켜 너희들의 뿌리가 미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각인시켜 주세요" 라고 부탁하는 것 일지도 모른다.
우리 애들도 한국말을 잊어먹지 않고 썩 잘한다. 주위에서 "어쩌면 저토록 한국말을 잘할 수 있어요?" 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이따금씩 그들에게서 미국식 한국어가 튀어나와 나를 미소 짓게 한다.
시간에 맞춰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아들에게 전화하여
"너 지금 어디에 있니? where are you at?
지금 오고 있어요. I am coming."
내가 미소 짓는 이유는 아들의 미국식 한국어 때문이다. "I am going" 이 아니라 "I am coming" 이다. 그래서 그이는 "지금 오고 있어요" 하고 어설프게 대답한 것이다.
며칠 전에는 미국에서 다섯 살 짜리의 재치 있는 숫자세기에 나는 한참을 웃으며 행복해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이는 한국어로 하나, 둘, 셋 ----열, 열하나, 열둘, 열셋 ---열아홉, 열열 하고 넘어간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애 아빠가 "열열이 아니라 스물"이라고 정정해 준다. 나도 모르게 "둘 다 맞아. 열이 두 개니 열열 하는 게 아니겠어?" 너는 나에게 새로운 숫자세기를 깨우쳐 주는구나.
그래 이번에는 숫자세기를 거꾸로 내려가볼까? count up 이 아니라 count down 이야.
ten, nine, eight ----three, two, one 거침이 없다.
그러면 한국말로 해볼까?
열, 아홉, 셋, 하나. 모르겠어요
거꾸로 숫자세기가 한국말로 안 되는 이유는 그저 외웠을 뿐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그들에게 한국어가 언어로 체득되지 않았나 싶다.
너 tiger 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
예
그러면 호랑이도 알아?
예
tiger와 호랑이 둘 중 어느 게 더 무서울까?
tiger
언어를 습득해가고 있는 5살짜리 어린이는 호랑이가 tiger라는 것을 연계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 나이에는 닥치는 대로 언어를 주어 담고 각인시킬 뿐이다. 마치 스펀지처럼 취사선택 없이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한국에서 영어를 가리키려는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엄청난 투자를 하는 학부모들을 보았다.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자식으로 (bilingual) 키우고 싶다면 초등학교 나 중등학교 시절 많은 돈을 들여 영어학원을 보내기보다는 3살에서 6살 사이에 두 개의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줌이 어떠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