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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닌데

미국에서 영어가 유창하지 않아도 적응할 수 있는 꿀팁

by 문 내열

한국어가 전 세계인들의 공용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지금처럼 유치원부터 영어에 올인해야 할 필요도 없고 영어학원이나 어학연수로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한국어가 아니고 영어다.


미국에 살고 있는 저에게 "당신과 당신 자녀들은 영어에 신경 쓰지 않고 살아보니 어떠하던가요? “ 하고 묻는다면;


한국에 살면서 한국말에 대해서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살듯이 이곳에서도 똑같이 삽니다. 그렇다면 영어를 잘해서 일까요? 결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비록 영어가 현지인들처럼 유창하지 않더라도 몇 가지만 유념하면 큰 문제없이 현지인들과 어울려 살 수 있기에 팁을 주고 싶어 이 글을 썼다.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 또렷또렷하게 다시 말해달라고 부탁해야 한다.(I am sorry. I didn’t get you. please speak slowly and clearly). 그러면 항공사나 전화회사 같이 고객의 문의 전화가 쇄도하는 회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요청한 대로 협조적이다.


대화 중에 충분히 이해가 안 되는 부문이 있으면 그때그때 대화 상대방을 stop 시키고 (one second please, hold on please 등) 완전히 이해를 한 후에 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해야 한다. 이해를 못 하였음에도 쪽팔린다고 생각해 아는 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어리석은 짓이다. 그들은 우리가 영어를 더듬거린다고 "뭐 저런 게 있어?"식으로 비아냥 거리지 않고 매우 진지한 태도로 임해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화 중에 말끝마다 Yes, Yes 하며 응대하는데 매우 조심하여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Yes를 한국식으로 "응, 응 또는 그래, 그래" 의미로 사용하는데 Yes는 내가 당신의 얘기에 동의 또는 이해한다는 뜻이다. 그들은 당신이 Yes 하고 대답해야 할 부문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되려 "내 말을 이해하느냐?"라고 묻는다. 때문에 Yes라는 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리고 대화 중에 상대방의 말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I got you, I see, I follow you, okay, I hear you 등의 표현으로 상대방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나 일반식당에서 서비스를 받으면서 상대방의 말이 너무 빨라 천천히 말해달라고 부탁했는데도 못 듣는 척하면서 오히려 비꼬는 듯하면 당황할 필요가 없다. 이때는 슈퍼바이저나 매니저를 찾는 게 좋다. 그러면 대부분의 종업원들은 태도가 180도 바뀌어 금방 고분고분 해진다. 슈퍼바이저나 메이저를 불러오는 경우에는 왜 이들이 메이저인지 실감할 수 있다. 그들은 손님을 어떻게 모셔야 하는지를 아는 프로페셔널이다. 오히려 내가 민망할 정도로 친절하고 영어도 천천히 또렷또렷하게 말하면서 상대방이 자기 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면서 대화를 이어간다.


지명 이름이나 사람이름, 특정한 단어를 두 번이나 반복했는데도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면 스펠링을 해주는 게 좋다. 예컨대 제가 살고 있는 동네 이름이 Cypress인데 “사이프레스”라고 두 번 세 번 일러줘도 이해를 못 하더군요. C.Y.P.R.E.S.S.라고 스펠링 해줬더니 “오! 싸이프레스“ 하더군요. 심지어는 커피를 주문했는데 못 알아듣는 종업원도 있었어요.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잘도 알아듣는데 이 종업원만 이해를 못 했으니까요. 그래 주저 없이 C.O.F.F.E.E. 했더니 커피를 갖다 주더군요.


Sir 나 Ma'am을 사용하여 상대방을 존중해주면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마켓이나 패스트푸드 식당에 종업원들에게 까지 사용할 필요는 없다. 이 단어는 상대방에게 경의를 표하는 단어 이므로 인색할 필요가 없다. 나는 해외여행 시 복장을 단정히 하고 다니는 편이다. 정장 아니면 최소한 콤비 재킷을 걸치고 다닌다. 그래서인지 권위적이고 위압적으로 소문난 미국 이민국을 통과할 때 직원들이 나에게 Sir 하고 인사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매우 기분이 좋았고 정중하게 대해준다는 기분이 들었다.


"Excuse me"는 여러 상황에서 다양하게 쓸 수 있다. 길거리에서 길을 묻기 위해 상대방을 부를 때, 옆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고 싶은데 쳐다보지 않아 부를 때, 길을 걸으면서 상대방과 너무 가까이 교차하거나 맞부딪칠 때, 식당에서 종업원을 부를 때,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데 그 줄을 끈고 지나가고 싶을 때, 심지어는 재치기를 할 때도 사용한다. 우리 한국어 표현으로는 "여보세요?, 여기요, 미안해요, 죄송합니다"와 상응하는 의미다. 이 또한 Sir 나 Ma'am 못지않게 많이 사용하는 단어다. 사람을 부를 때 Hello 대신 hey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 조금은 무례한 표현이니 Excuse me 사용을 권한다.


영어를 천천히 또박또박 그리고 악센트를 정확하게 발음하면 당신의 영어는 이미 괜찮은 영어입니다. 미국 사람들은 당신이 영어를 더듬거려도 인내심을 갖고 귀 기울여 줍니다. 더듬거리고 있으면 막힌 당신의 말을 완성해 줄려고도 합니다. 내가 미국에서 만난 이민자들 중에 천천히 또박또박 표현을 가장 잘하는 사람들은 이태리나 중남미 사람들이었습니다.


혹여 미국에서 인턴십이나 유학, 어학연수 아니면 장기체류(삼 개월 살이)중 영어 때문에 인종차별을 받는다고 느끼시면 당황해하지 말고 침착하면서 당신의 영어에 자신감을 가지세요. 저 같은 경우는 미국 백인 동네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데 손님이 내 앞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허리를 뒤로 젖히면서 “너 그 영어로 어떻게 이 동네에서 영업을 하고 있느냐?” 고 비아냥 거리더군요. 그래서 “지금껏 내 영어를 못 알아듣는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야 (You are the only guy, who doesn't understand my english)” 했더니 얼굴이 홍당무가 되더군요.


미국에서 오래 살았기에 영어를 잘한다? 천만에요. L.A. 에 살고 있는 교민의 1/4은 영어로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요. 첫째는 교민들끼리 집단촌을 형성하고 있어 영어를 못해도 전혀 불편이 없기 때문. 둘째는 한국어 라디오, 티브이 채널, 신문이 각각 두 개씩 있어 모든 정보를 이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영어를 못해도 불편이 없고, 심지어는 필요성도 느끼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문제는 자신이 현지화하려고 얼마나 노력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혹여 미국으로 어학연수나 유학을 간다면 L.A. 나 New York 보다는 한국인이 없는 내륙 깊숙한 곳 Missouri, Kensas, Oklahoma, Montana, Arkansas 등을 강추합니다.


직장 동료가 오래전에 Missouri 주로 유학을 갔었는데 전교에 동양인이라고는 자기 혼자였대요. 순백색의 (백인들만 있는 곳) 현지인들과 2년 살다가 어느 날 L.A. 와서 한국인을 만났는데 한국말이 안 나오더라는군요. 자신도 놀랐대요. 언어는 현지인들 속에 묻혀서 함께 생활할 때만이 최단 시간에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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