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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도 배도 아닌 것이

제 4화: 나와 같이 놀아줄 친구를 찾지 못했다

by 문 내열

미국에서는 은퇴할 나이가 되면 일을 더하고 싶어도 은퇴를 해야 한다. 부부의 은퇴연금 합이 연간 8만 불이 넘는데도 계속 일을 하면 근로 소득의 80%를 세금으로 징수해 버리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았으니 이제는 후진들에게 일자리를 넘겨주고 편히 쉬라는 의미다.


은퇴는 육체적으로 지치고 정신적으로 멍들었던 자신에게 안식을 주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가슴을 헤집어 볼 수만 있다면 그 속은 정녕 시커먼 잿빛 색깔 일 것이다.


그동안 그들이 살아온 날들을 거슬러보면

수많은 병고에 시달렸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면서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도 많이 받았고,

생활전선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임계점에 이르렀으니

이제는 사회가 나서서 지난날들의 노고를 인정해 주고 보상해 주는 게 연금제도 일게다.


휴양지룰 찾아가 보면, 크루즈 여행을 해보면 백발의 노인들이 인생 황혼기를 마음껏 즐기고 있다. 그들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열심히 살았으니까.


사회복지가 잘된 나라 미국에서 일하다 은퇴를 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한국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지금껏 나와 같이 놀아줄 친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아직도 경제적인 이유로 일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가슴이 더욱 아린 것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이 열심히 살았는데 한국 친구들은 아직도 일을 해야만 하는 처지에 적잖이 놀랐다.

자식들 교육 뒷바라지 하느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사교육에 허리가 휘었고, 스펙관리라는 명분하에 해외어학연수까지 시켜야 하니 그 고통이 오죽했을까? 그 정도면 부모의 서포트가 과분한데도 결혼비와 세간살이마저 챙겨줘야 한다는 얘기에 미국서 살다 온 나에게는 달나라 얘기처럼 들렸다.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내 자식만은 꽃길울 걷도록 만들어주고 싶어서

나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해도 주위사람들아 나를 내버려 두지 않아서


듣고 보니 이유들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자식이 사랑스럽지 않고 아깝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으라고. 자식 돌봄도 성인이 되기 이전까지만 베풀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책임의 한계를 정하고 훗날 가족들에게 서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때가 됐지 않나 싶다.


예전엔 자립하고 싶어도 신문배달 외에는 이렇다 할 일자리가 없어 부모 등에 얹혀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알바자리가 차고 넘친 세상이다.


미국이 오늘날처럼 위대한 나라가 된 원천은 젊은이들의 자립과 경쟁 그리고 독립정신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의 성공한 사업가들은 당대에 일궈낸 젊은이들이다. 2세 경영인은 찾아보기 힘든다. 그런데 한국은 대부분이 대물림을 받은 경영인이다. 경영능력은 차지하고라도 부모 잘 만난 덕택이라고 질투한다.


미국에서는 고등학교를 마친 후에도 부모집에 얹혀살면 친구들로부터 비웃음을 받는다. 아니 무능력자로 왕따를 당한다. 부모로부터 대학 학자금 지원을 받은 것은 고마운 게 아니라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식당에서 일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우리를 접대하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대학생들이다. 그들은 기죽지 않고 살고 있다. 꿈과 희망이 있기에 당당하고 의기양양하게 일한다. 일찍이 온실을 박차고 나와 사회에 적응한 젊은이들이 현재의 위대한 아메리카의 주인공들이다.


금수저들이 출발은 우리보다 앞설지언정 정당한 노력이 보상받는 세상이 됐으니 기죽지 말고 미국처럼 당당하게 도전했으면 좋겠다


부모는 자식 사랑에 눈이 멀어 자식들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데도 먼저 도움의 손을 내밀고 있다. 아니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자식들이 되려 사랑에 눈이 먼 부모들에게 “당신들의 역할은 여기까지 “라고 선을 그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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