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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내열 Jun 07. 2022

미국 부자들의 휴양지를 다녀와서

미국 속의 화이트 아일랜드

내가 이곳 미국에서 살고 있는 생활수준은 극히 평범하다. 아담한 집에, 자동차도 럭셔리하지 않은 보통 차, 외식도 고급식당이 아닌 그저 곰탕이나 삼겹살 정도를 즐기는 일반 대중식당이다. 그런데 우리 가족 중에 한 사람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일 년에 한 번씩 전 가족을 고급 휴양지로 초대해 휴가를 함께 보내다 보니 돈 많은 백인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게 돼 그 일부를 소개하고 싶다. 말 그대로 미국 속에 “화이트 아일랜드” 에서의 휴가다.


한국에도 돈 많은 사람들이 집단촌을 이루고 사는 강남에는 아파트 한 채가 40-50억씩 한다고 하지만 그들만이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는 별난 곳이 있는지 모르겠다. 서울 외곽에 몇 안 되는 별장? 남해안에 있는 요트 리조트? 기업 사장이나  대기업 간부급이 이용하는 고급 골프장 서너 군데? 그 규모가 너무 왜소하고 별천지 같아 보이지가 않아 보인다.


세계의 금융 허브로 부의 상징인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돈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했었다. 일반 서민들이 그 섬 안에서 생활하려면 연간 수입이 최소한 십만 불 정도는 돼야 조그마한 원룸 아파트에서 어렵사리 살 수 있다. 한 달에 렌트비가 $4,000 정도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센트럴 파크 주변 고급 아파트는 얼마씩이나 할까? 수십억, 수백억?


돈도 문제이지만 맨해튼에서 사는 것 자체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종일 내 뉴욕경찰 사이렌 소리가 그치지 않고, 길거리에는 밤낮없이 사람들이 북적거린 데다 물가는 혀를 내두룰만큼 비싸다. 식사 후에 먹는 디저트로 2인분 정도 되는 손바닥만 한 사이즈의 파이 하나가 $25, 설렁탕 한 그릇이 $30, 차이나 타운에서 단감 두 개에 $5이다. 반면에 돈 많은 부호들이 찾은 어느 고급 일본 식당은 한 사람당 $1,000 이란다. 그것도 삼사 개월 전에 예약해야 한다나?


생활 거주지로는 열악한 맨해튼에서 미국 부호들이 만족할리 없다. 그들은 두세 시간 운전거리에  있는 롱 아일랜드 섬에 별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저택들을 갖고 있어 주말이면 이곳에서 가족들과 휴식을 취하면서 재충전을 하고 있다.




우리 가족은 2박 3일 짧은 휴가를 보내기 위해 맨해튼을 출발 롱 아일랜드를 찾았다.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어두운 밤 8시 30분. 섬 길이가 118 마일로 자동차로 두 시간을 운전해야 하는 길쭉한 모양이다. 초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여느 마을과 다름없는 타운이다. 그러나 한 시간 이상 운전하여 들어가면 인적이 끊기고 각종 편의시설도 없는 조용한 저택들 뿐이다. 여기가 바로 맨해튼 부호들이 주말에 머무는 곳이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바로 여기다.


우리 집은 바다에 인접해 있었는데 창문 너머로는 바닷물이 출렁거리고 있어 금방이라도 집안으로 달려들 것 같은 느낌이다. 마치 바다에 떠있는 느낌이다.  


집안 장식은 값비싼 고가품이 아니라 자연목으로 만든 것 들이며 바닥에 깔려있는 러그(바닥 깔개)들은 수제품 인지라 마치 깊은 산속에 원주민들의 생활을 맛볼 수 있도록 꾸몄다. 자연 속에서의 낭만이 물씬 풍긴다. 화장실 변기 옆에 그리고 거실 티 테이블에는 옛날 문학작품들이 놓여 있고 주인장이 읽다가 마음속에 와닿은 부문은 연필로 밑줄을 쳐 놓았다. 주인장의 삶의 깊이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어쩌다 맨해튼 월가에서 떼돈을 번 졸부가 아니라 내공이 쌓인 미국 상류층 백인일 것으로 짐작해본다.


아침에 조깅을 하면서 길거리를 2-3 킬로미터 뛰었는데 지나가는 차량도 없고 나 같이 운동을 하는 사람을 딱 한 명 마주쳤다. 어머어마한 저택들만이  고요한 섬을 지키고 있으며 주말에 찾아올 주인장을 기다리고 있다. 바닷가에 지어진 집들은 저택은 아니지만 전망이 일품이다. 마을 어귀에는 조그마한 배들이 대여섯 척 바닷물에 둥실 거리며 “나와 함께 물놀이할 사람 없소?”  누군가를  맞이할 준비가 돼있다. 그들은 인근에 고급 레스토랑이나 상점, 위락시설도 필요 없다. 주말에 가족들과 자연과, 맑은 공기와 함께 조용히 시간을 보내면서 휴식이 필요했으니까.  우리 가족은 이곳에 사는 사람들처럼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호기심과 관심으로 주위에 집들을 하나라도 더 둘러보고 싶어 걷고 또 걸었다.


섬 맨 끝에는 1796년도에 지어진 Montauk 등대가 있다. 그 옛날 구라파에서 신천지를 찾아 대서양을 건너온 개척자들에게 "머나먼 뱃길을 따라 이곳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당신들이 도착한 곳이 바로 아메리칸 대륙 이랍니다"라고 불빛을 밝혀 주면서 그들의 길잡이 역할을 했음이 분명하다. 20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등댓불은 꺼지지 않고 있다 하니 가히 놀랄만하다. 우리 가족들은 등대 및에 조약돌 해변가를 걸으면서 증명사진도 찍고 뉴요커들 생활의 단면을 맛볼 수 있는 것 만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들이 마냥 부러웠다.




싸우쓰 캐롤라이나에 (South Carolina) 있는 기아와 섬 (Kiawah Island) 리조트를 일주일 일정으로 찾았다. 이 섬은 뉴욕 맨해튼 근처 롱 아일랜드와 같이 미국 남부 부호들이 찾는 휴양지다. 오래됀 자작나무 숲이 볼품이다. 고목은 아니지만 자작나무 가지에는 이끼와도 같은 풀들이 주렁주렁 걸려있어 원시림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다. 콘도 하우스들이 이 자작나무 숲 속에 묻혀있고 이곳 또한 인적이 한가하고 조용한 리조트다.  여느 관광지나 유원지가 아닌 말 그대로 휴양지다. 업무에 지치고 사람에 시달리는 일상에서 일탈하여 가족들과 함께 요리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숲 속 오솔길을 달리 노라면 영화 속 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걸어서 5분 거리에는 비치가 있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깨끗한 모래사장이다. 이 길고 넓은 모래사장에는 몇몇 가족들만이 나와서 걷기도 하고 공차기도 하면서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나만이 즐길 수 있는 세상 같아 보였다.


우리는 대체로 휴가를 사람들이 북적 거리는 곳에서 보내다 보니 재충전을 위한 휴식 이라기보다는 사람들 속에서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온 기분이다.  돈 많은 백인들은 이처럼 아름답고 조용한 리조트에서 확실하게 휴식을 즐기는 것을 보았다. 미국 대통령도 휴가를 보내기 위해 이곳을 찾을 만큼 충분히 아름다운 휴양지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곳 섬 안에는 9개의 골프장이 있는데 그중 ocean course는 미국 PGA 게임이 열리는 유명한 곳이다.  전 세계 프로골퍼들이 바로 이곳에서 트로피를 놓고 일전을 했던 아름다운 골프코스들이다. 우리 가족 4명이 골프를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 기회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사람이 북적거리지 않아 전화만 하고 언제든지 가서 골프를 칠 수 있으며 골프를 마칠 때까지 앞에도 뒤에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우리 가족이 오늘 하루 전세라도 낸 기분이다. 그래 있는 자들은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은 바로 이런 곳을 찾아 휴식을 취하는구나 싶다.




모처럼 장거리 휴가차 하와이 마우이 섬을 찾았다.  공항에서 30-40분 정도 운전하여 도착한 곳은 Kapalua에 위치한 Montage Hotel & Resort. 호텔 체크인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입구에서 종업원 2명이 우리 일행을 반기면서 꽃목걸이를 가족 모두에게 걸어주고 바닷바람이 시원한 곳에 앉아서 이곳 특산물 파인애플을 먹고 있으란다. 우리를 대신해 체크인 수속을 밟아준다. 이후 종업원 한 명이 우리를 4층에 위치한 방으로 안내하는데 눈앞에 펼쳐진 바다 풍경은 감탄을 억제할 수 없을 만큼 장관이다.


방이 3개인데 화장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안방 크기다. 안마용 자꾸지는 취침 전 하루의 피로를 풀기에 충분했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해도 거울에 수증기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환풍시설도 일품이다. 4충에는 우리 일행만이 머물 수 있도록 돼 있어 엘리베이터도 우리 가족 전용이나 다름없다. 8일간 머물면서 한 번도 외부인과 마주쳐본 적이 없었다. 하룻밤 방값이 $5,000이니 이 정도는 돼야겠지?


하와이 음식 맛을 즐길 겸 우리는 전문 요리사를 불러 아침저녁을 부탁했다.  10 끼니에 $3,500. 가장 내 구미에 맞는 요리는 치킨이었는데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움이 일품이다. 아침식사 시간과 우리 가족 골프 시간이 겹치면 요리사가 직접 음식을 들고 골프장을 찾아준다. 관광지라 서비스도 우리 기대 이상이다.  


 resort 안에 Kapalua golf course  있는데  세계 골퍼들이 챔피언 싶을 겨루는 “Plantation Course" 있고 다른 하나는 “Bay Course”. 코스마다 club house 별도로 있어 마치  아파트 단지 안에 부자와 서민을  가르기라도  기분이다. Bay course에서 치던 날은 한국에서 관광차 이곳을 찾은 젊은 부부와 함께하며 즐겼다. Plantation Course에 있는 클럽 하우스에서 먹은 아침식사는 우리 가족 모두가 해피할 만큼 근사했다.  하여 골프를 마치고 나서 저녁도 같은 식당에서 했는데 아침식사 때의 그 맛은 온대 간 대가 없고 엉터리다.


비치를 걷는 것도 한두 시간, 스파도 한두 시간 이면 족하다 싶어 투어를 했는데 가이드  기사 역할을 하는 개인 전용 관광으로  전체를  바퀴 돌았는데 마우이 섬의 동쪽과 서쪽의 전혀 다른 모습은 경이롭다. 한쪽은   포기 없는 척박한 흙과돌 뿐인데 1,000 피트 높이의 산 중턱에서 내려다보고 올려다보는 관광은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 보이고 다른 한쪽은 아열대성 숲이 우거진 정글이다. 정글 코스를 돌다 보면 몇 시간 전 척박한 땅을 비웃기라도 하듯 간헐적으로 비도 내리고 군데군데서 커다란 폭포수도 만난다. 어떤 곳은 도로 바로 밑으로 바닷물이 출렁 거림은 세계 3 미항 중에 하나인 브라질 리오  자네이로를 연상케 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black beach 도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곳이다. 그동안 white beach는 몇 번 밟아본 적은 있었지만 black beach는 이번이 처음이다.


호텔 Hyatt Regency에서 하는 Kaanapali Beach Luau show 하와이 훌라춤과 Samoan fire knife 원주민들의 전통무를 맛볼  있으며 푸짐한 저녁 뷔페는 마우이에서 마지막 날이라는 아쉬움을 떨쳐 버리기에 충분했다.


누구나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삶을 희망 하지만 뜻대로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나같이 질투심이 많고 시기심이 많은 사람은 부자들을 향해 “당신네들은 용케 운이 좋은 사람들이요. 부모 잘 만나 호사하니까.” 그러나 이곳 미국에서는 조금은 달라 보이는 것 같다. 부호들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왜냐면

@ 그들은 신의 은총을 더 많이 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 부호들은 부를 대물림 하지 않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거나 재산의 일부를 기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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