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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내열 Jun 13. 2022

총과 함께 살아야 하는 미국 생활

서울에서 운전하다 신호 위반으로 경찰로부터 정지명령을 받고 차를 갓길에 세웠다.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보여 달라고 할 것 같아 지갑에서 꺼내 들고 경찰을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마국에 와서 지인으로부터 이럴 경우 경찰로부터 총 맞아 죽을 수도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라는 충고를 받았다. 이유인즉 뒤에서 접근하는 경찰은 운전자가 차 안에서 필요 이상으로 움직이면 총을 꺼내는 것으로 판단 공격을 가할 수 있으니

@. 창문을 내려놓고,

@. 손은 운전대에 얹혀놓고,

경찰을 기다렸다가 경찰의 요구대로 따르라는 것이다. 이를 듣는 순간 다소 소름도 끼치고 실제상황에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더군다나 언어가 짧은 이민자들은 경찰 정지명령 만으로도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를 터인데.  미국 경찰의 위압감은 대단하다. 프리웨이에서 차를 추적하는 경찰차는 영락없이 먹이를 쫏는 치타나 사자와도 같고 경찰차가 옆을 지나칠 때면 마치 홍길동이 담장 넘어가는 소리와도 같다. 경찰이 총에 맞아 죽는 경우를 종종 보면서 그들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정지명령 후 차에 접근하는 경찰을 보면 오른손은 언제나 총을 움켜쥐고 있다.


이 세상에서 총으로 인한 사고가 가장 많은 곳이 미국이 아닌가 싶다. 어디에선가 “펑” 소리가 들리고, 이른 새벽 인근 마을에 헬리콥터가 공중에서 빙빙 돌고 있는 것을 목격하면 우리는 직감적으로 총기사고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아침이면 부부가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면서 운동을 하고, 공원에는 수많은 주민들이 나와서 걷기도 하는가 하면, 인근 비치가 에는 날씬한 몸매의 젊은 여성들이 브래지어만 걸치고 모래밭을 뛰는 모습들은 매우 자유 분망하고 평화스러워 보이지만 곳곳이 지뢰밭이라고 할 만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에 총기 대수가 총인구수 보다 많다고 하니 마국인들이 3억 개 이상의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한국사람들은 “총기나 흉기를 갖고 있으면 화를 불러들인다” 는 속념에 총기를 매우 터부시 하지만 이곳 미국인들은 자기 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필수품 과도 같은 것이다. 초기 이민자들이 아메리칸 대륙을 개척할 시 생존을 위해서는 총기가 집안에 숟가락 과도 같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오죽하면 미국 헌법 정신에 반 한다는 이유로 총기규제를 반대할까?


나의 절친한 친구가 이른 아침에 운동복 차림으로 조깅을 하다 총을 들이댄 강도를 마주쳐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 있었는가 하면 프리웨이에서 앞서가는 차를 추월했더니 옆 차선으로 따라붙어 총을 겨누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다. 뉴스 에서나 볼 수 있는 일들이 내 곁에 있는 친한 친구에게서 일어난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자동차 관련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매일 십여 대의 손님 차를 움직여야 하는데 자동차 안에서 심심찮게 총기를 목격했다. 그들은 서부 영화에 나오는 카우보이와 같은 터프가이도 아니고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매일 마주친 아주 평범한 이웃이자 한 공간에서 함께 웃고 즐기는 보통 사람들이다.


-  어느 중후한 점잖은 백인 남성의 픽업트럭 door pocket 에는 실탄이 장전된 권총이 있었고


-  삼십 대 어여쁜 젊은 여자 손님은 운전석 옆 cup holder 에다 권총을 놓고 위에는 휴지로 덮어놨다.


- 그런가 하면 걸음걸이마저 불편한 늙은 백인 할아버지 차 트렁크를 열었더니 장총(사냥용 기다란 총)이 두 자루나 버젓이 놓여있으니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총이란 휴대품이 아닌가도 싶다.


지금은 우리 한인 이민자들의 생활이 크게 향상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이민 일세들은 이곳 낯선 곳에서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직업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 소자본으로 그런대로 돈벌이가 괜찮은 리커스토어(편의점)를 이곳저곳에서 운영하고들 있다. 총기사고의 대명사로 불리는 리커스토어에서 새벽부터 저녁까지 단 일순간도 긴장의 끈을 풀 수 없는 주인장은 카운터 밑에 항상 실탄이 장전된 총을 두고서 일하고 있단다. 우리 이웃집 아저씨도 흑인 밀집 지역인 사우쓰 베이라는 동네에서 리커스토어를 오랫동안 운영해 왔는데 지난날들을 돌이키면 마치 한 편의 스릴러 (thriller) 영화와도 같은 사연들이 많았다.


동내 갱단과 공생을 하며 살아야만 하는 그분은 어느 날 하루는 갱단 친구가 손에 두툼한 자루를 (천으로 만든 자루) 들고 황급히 가게 안으로 들어오더니만 그 자루를 쓰레기통에 집어던지고선 뒷문으로 도망친다. 몇십 초 후에 총을 든 경찰 서너 명이 들이닥쳐 그이를 찾기에 뒷문으로 빠져나갔다고 했더니 계속해서 그를 쫏는 것이다. 서너 시간이 지났을까 그 갱단 친구는 다시 이웃집 아저씨 가게로 돌아와 쓰레기통에 버리고 간 자루를 꺼내 들더니 이게 현금이란다. 어디서 한탕했냐고 물었더니 걱정 마란다. 한인타운이 아니고 차이나타운이니까. 그뿐인가 인근에 사는 흑인 젊은이가 가게에 들어와 계산도 않고 물건을 들고나가면서 주인을 빤히 처다 보기만 하기에 배고픈 녀석 이러니 하고 못 본 척했는데 한 번이 아니고 두 번, 세 번 계속 반복하니 이를 참지 못한 이웃집 아저씨는 문밖으로 나간 그 녀석 뒷모습을 향해 총방아쇠를 당기고 말았다. 아저씨는 두 가지 죄목으로 구속이 됐다. 첫째는 가게에서 일어난 일인데 가게 밖에서 총을 쐈고, 둘째는 정면이 아닌 등 뒤에다 쐈다는 것이다. 구속되기는 했지만 보석금으로 큰돈을 지불하고  풀려났다.


이후 돈이 든 자루를 쓰레기통에 놓고 갔다가 다시 찾아간 그 갱단 두목이 흑인 젊은이의 총기 사건을 듣고 찾아와 다음에는 그런 좀도둑이 괴롭히면 자기에게 먼저 알려 달란다. 자기가 이웃집 아저씨의 비즈니스를 지켜 주겠다나?. 이게 동네 갱단과의 공생이 아닌가 싶다


먹고살아야 하는 삶의 현장에서 총과 멀리할 수 없는 마국.  우리 교포들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생활의 지혜를 쌓고 있다. 예컨대


*. 프리웨이 운전 시 앞지르기할 때는 상대방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할 것


*. 어떠한 이유에서도 남의 땅에(property) 접근하지 말 것.  할로운 데이에 남의 집 앞에 있는 호박을 훔치려다 총에 맞아 죽는 일도 있었다.


*. 상대방으로부터 불편함을 느낄 땐 다투지 말고 경찰을 부를 것. 예를 들자면 옆집에서 밤늦게까지 시끄럽게 한다든가 누군가가 집 근처에서 서성 거릴 때


*. 밤에 우리 집 벨이 울리면 여하한 경우에도 문을 열어주지 말 것. 가족이나 친구가 방문할 시에는 사전에 연락을 하고 찾아오니 모르는 사람이면 낯에 다시 찾아 달라고 하고 보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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