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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내열 Feb 07. 2023

무슨 놈의 현대 의학이 이래?

친구 내 가족과 식당에서 저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와이프가 운전을 해주겠단다. 미국에 살면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운전대를 그녀에게 맡겨본 적이 없을 만큼 언제나 내가 운전을 했다.  오늘은 그렇지 않아도 영업장에서 손님과 다툼이 있어 피곤한 하루였는데 마치 나의 속내를 알아차리고 달래 주기라도 하듯.  반주를 곁들인 저녁식사로 기분이 많이 업(up) 됐지만 귀갓길에 그녀가 운전을 해 주겠다니 뜻밖이다.  오랜만에 운전하는 와이프의 옆자리에 앉아 있으니 그녀가 자기 차로 나를 시내외곽으로 데리고 나가  드라이브하면서 데이트했던 그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다.


한참이나 운전을 하다 말고 차를 도로변에 세우더니 고개를 운전대에 떨구고 있다.


왜 그래?

잠깐만, 어지럽고 숨쉬기가 불편해

그렇다면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 봐야 하는 것  아니야?

안 그래도 한 달 전에 비슷한 증상이 있어 찾아갔더니 아무런 이상이 없대

의사 선생님을 또 찾아가서 이상이 없다는데도 불편하다고 얘기해 봐


“자기야!  아프지 마

나는 벌어놓은 돈도 없어 이 나이에 나와 결혼해 줄 사람도 없어

밥 짓는 일,  세탁 등 집안에서 내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

나는 당신 없이는 못 살아

당신은 나 보다 먼저 죽을 자유도 권리도 없어

내가 당신보다 단 하루라도 아니 단 한 시간이라도 먼저 죽고 싶어”


반은 진심이고 반은 농담 이라지만 웃긴다. 이 나이에 죽음의 우선순위를 혼자서 메기고 있으니 말이다. 또 누구 맘대로 먼저 가고 나중에 갈 수 있단 말인지!


그저 밖에 나가 열심히 돈 버는 재주밖애 없는 남편

그렇다고 대단한 돈을 벌어 온 것도 아니고 그저 남의 집에 돈 꾸러 가지 않을 만큼만 벌어오는 성실한 맹꽁이 같은 남편이다.  아내 또한 나와 결혼한 이래 지금껏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 돈 벌줄 모르는 가정주부가 돼 버린 지 오래다. 남들처럼 돈도 벌고 집안일도 할 줄 아는 부부가 아니라 한쪽이 무너지면 나머지 한쪽도 대책이 없는 기생부부 (서로 얹혀사는 부부)  같은 것이다.


아무튼 그녀가 어지럽고  숨쉬기가 불편하다는 게  뇌리에서 쉽게 떠나질 않고 있는데 이번에는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다 말고 눈을 감고 앉아있다.  또 같은 증상이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앉아서 1-2분 기다리면 좋아진다고 한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있다.


아니 나같이 직장에 얽매인 사람도 아니고 집에서 시간이 많은 사람이니 계속 의사를 찾아가 이러는 원인을 규명해 달라고 해요


그녀는 그동안 심장, 뇌, 호흡기 등을 찾아다녔으나 이렇다 할 원인을 발견치 못해 그저 답답할 뿐이란다.


무슨 놈의 현대 의학이 그래?  

환자는 문제가 있다는데 의사들은 이상이 없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우리는 한의사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진맥을 하더니만


이런 상태에서 당신이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는 게 기적 같은 일입니다.

맥이 잡히지 않아요

이 정도면 환자와 같이 누워 있어야 합니다.


그래 우리 생각이 틀리지는 않았구나  때로는 한 의학이 현대 의학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 영악한 의술도 있으니까. 치료가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치료를 해보잔다. 3개월 동안 침도 맞고 한약도 지워 먹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다.


답답하고 불안하다.

그저 손 놓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 기존에 찾아다니던 의사를 다시 만나 보기로 했다. 의사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날 아침, 그녀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기쁜 내색을 숨기지 않은 게 조금은 예사롭지가 않아 보인다  


자기야 괜찮아?

안 괜찮아. 오랜만에 그 녀석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무슨 말이야? 알아듣게 얘기를 해 줘야지

그 증상이 왔는데 오늘 의사 선생님을 뵈는 날 이거든


아내가 병실 안으로 들어간 지 채 10분도 안돼 의사와 간호사들이 예사롭지 않게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혹시 조금 전에 들어간 아내와 관련하여 무슨 긴급한 상황이라도 발생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에 부지불식간에 머리끝이 솟는 느낌이다.

섬뜻했다.

아뿔싸 한 시간 정도 지나니까 아내가 수술환자와도 같이 몸에 4-5개의 줄을 걸치고 있고 손에는 모니터를 들고 걸어 나오고 있다.   간호사께서 너무 놀라지 마라면서 부인께서는 맥박이 너무 약하고 심장박동이 불규칙하여 바로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24시간 심장박동을 모니터링하는 중이란다.  

예상치 못하게 중환자와 같은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는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한참이나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니


잘됐어,  이제 그놈을 잡았으니

수술만 하면 괜찮을 거야.  


큰 수술이 아니고 심장 박동기를 몸속에 집어넣은 간단한 수술 이라면서 나를 진정시킨다. 언제나 그랬드시 오늘도 그녀는 자기보다는 내가 먼저다. 너무 걱정 말란다.


우리는 다음날 수술을 받기 위해  Lakewood Memorial Hospital에 입원했다. 미국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2-3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하나 사안의 위급함 때문에 초특급으로 24시간 이내에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약 없이는 담당의사 얼굴도 보기 힘든 미국에서 어떻게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순번 타기가 가능한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다른 환자의 수술을 연기했거나 아니면 예정된 수술들을 지연시키지 않았나 추측을 해보지만 수술을 바로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행운이다.


안내차 간호사가 나타나 지금부터의 진행순서를 설명해 주고 환자인 아내를 3층 수술실로 데리고 올라간다. 간호사의 얘기로는 3시에 수술을 시작하고 회복실로 옮겨지면 면회가 가능하다면서 5시 이전에는 환자를 만나볼 수 있으니 나더러 1층 로비에서 기다리면 연락을 주겠단다.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수술실로 걸어 들어가는 내 여인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미국에 와서 아들을 초등학교 일 학년에 입학시키고 교실로 들여보내려고 하니 가던 길을 멈추고 뒤돌아서


엄마, 애들 파란 눈이 무서워요

그리고 시커먼 애들도 (흑인)….

아니냐 다들 착한 애들이야, 걱정 마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하는 수 없이 선생님 손에 이끌려 들어가는 그 아들을 보는 것 같다.


여보야, 걱정 마

당신 곁에 믿음직한 의사 선생님이 계시잖아

저 간호사가 데리고 간 사람이 내 여인이 아니라 차라리 나였으면 좋겠다.


사실 나는 겉으로는 씩씩하고 천하무적처럼 용감하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가 여행차 아니면 친정집을 방문키 위해 집을 떠나면  


요리를 할 줄 몰라 부엌을 닫아 버리고 밖에 나가 세끼 음식을 사 먹어야 하고

세탁기를 돌릴 줄 몰라 일주일 아니면 이주일치 속옷을 그녀가 챙겨 줘야만 하고

집을 떠난 지 이틀후면 어김없이 신경성 위통이 찾아와 약을 사 먹지 않으면 식사도 못할 만큼  


아내가 없으면 날갯죽지 빠진 새처럼 맥을 못 춘다.   


5시 30분이 되니까 간호사가 1충 로비로 내려왔다.  


그래 수술은 잘됐고?  

면회가 가능합니까?

아니요. 수술이 지연되고 있어요.  아직도 수술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신 아내께서 남편이 걱정하고 있을 것 이라며 1층 로비로 내려가 현재 상황을 설명해 주라고 해서 왔습니다.


그녀는 이런 상황에서도 내가 먼저다.


저녁 7시가 넘어서야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로 옮겨져 그녀를 만나볼 수 있었다.  

사람이 살면서 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우리의 만남이 우연이었을 련지는 모르나 함께하는 매 순간은 참으로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4시간 회복시간이 필요했기에 환자를 병원에 두고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다음날 아침  꽃을 사들고  다시 그녀를 찾으니 어제 보다는 더 밝은 모습으로 나를 반긴다.  내 마음이 좋다.   


식사 시간에  음식을 들고 들어온 간호사에게 아내가 고맙다고 인사를 하니 간호사가 나를 쳐다보며


내가 20년간 이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웃는 얼굴로 나와 대화를 하는 환자는 당신 와이프가 처음입니다.  당신은 행복한 남편이에요.  이처럼 웃는 얼굴을 하는 부인과 함께 사시니…..


(제2편은 수술 후 집으로 돌아왔으나 의사의 실수로 약물을 과다 복용해 생사를 오고 간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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