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 내열 Jun 07. 2023

외국인이 돼서 고국으로 돌아와 한달살이

코탱, 좃마탱을 들어 보셨나요?

일주일 만에 발급된 카드 (교통카드 와 체크카드 겸용)를 은행에 가서 찾아 처음으로 시내버스 타기를 시도해 보려고 한다.  버스문이 열리기에 여느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버스기사를 쳐다보며 "노원역 갑니까?" 하고 물으니 "예" 하고 답한다.  버스에 올라 카드를 기계에 댔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앞면에다 대보기도 하고 기계 위에다, 옆에다 대봐도 역시 반응이 없다.  당황한 나머지 버스기사를 쳐다보니

"잘 찍으세요"

처음으로 홀로 나서기를 시도하기 위해서 탔던 버스 안에서 당황했다.  버스기사가 퉁명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그래도 이 카드 한 장으로 버스, 택시, 전철을 모두 탈 수 있다니 "아! 대한민국"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용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금 버스를 타려고 정거장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버스가 나타나자 저 먼발치에 앉아있던 아주머니 두 분이 다가와 내 앞을 가로막더니 먼저 오른다. 마음속으로 "그래 이것은 변하지 않았구나" 했다.  버스 뒷문 편에 자리를 잡았는데 할머니 한분이 등에 가방을 메고 맨 마지막으로 버스에 오른다. 마음속으로 저 정도  할머니면 내가 자리를 양보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했는데 버스기사께서

"누가 할머니께 자리를 양보해 드려요" 한다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니

"그것도 할아버지가 자리를 양보하는구먼" 하고 중얼 거린다.

미국에 살면서 십 대, 이십 대 들도 나를 보면 "hey friend" 하고 불렀는데 중년의 버스기사가 나더러 할아버지라고 부르다니 맥이 풀리는 하루다. 아니 차라리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외국인이었다면 좋았을걸.


조금씩 행동반경을 넓히면서 길거리를 걸어도 보고, 버스와 전철 타는 횟수도 점점 늘려만 갔다. 미국에서 한국에 가면 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맛집 찾아다니기다.


오늘 맛집은 동네에서 소문난 생태탕

식당문을 들어서자 주인장께서 식재료가 마지막 분 이라면서 우리더러 운이 좋았단다.

음식을 가다리면서 식당을 두리번거리니 "손님께 드리는 부탁말씀"이라는 벽보가 눈에 들어온다. 한참을 읽고 나니 마지막에 "코탱을 하지 마십시오"라고 쓰여있다.  우리 일행에게 "코탱"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아주머니,  저 코탱이 무슨 뜻이에요?   

코를 탱 풀지 말라 는 뜻입니다.


미국에서는 식사 중에 코를 풀어도 괜찮은데....!   실례가 아니에요.  저도 종종 코를 푸는데요.

여기는 그렇지 않아요. 일전에 식사 중에 어떤 손님이 코를 풀었는데 옆자리에 있는 손님이 더럽다고 항의하다 두 사람이 멱살을 잡고 크게 싸웠어요.

이게 새로운 환경이구나 싶다. 어쩌면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조심해야 할 첫 번째 주의사항?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에 들렀다. 역시 소변기 위에는 휴게소나 다른 식당에서 보았던 메모가 적혀있다.  

1. 소변시에는 한 발짝 앞으로 다가서서 용무를 보십시오

1.  휴지나 담배꽁초를 변기에 버리지 마십시오

라고 쓰여 있는데 마지막 문구가 흥미로웠다.

1. 오늘 제가 본 손님 것은 못 본 걸로 해 드리겠습니다.


자리에 돌아와 혼자서 웃고 있으니 "왜요? 또 못 볼 것이라도 봤나요?" 하고 묻기에

"변기님이 맘에 들었어요. 변기님이 저의 ㄱㅊ를 봤는데 못 본 걸로 해주시겠대요"

어제만 해도 맥이 풀리고 당황스러웠는데 오늘은 맛집에 있는 익살스러운 표현들로 조금은 up 된 하루를 맞이했다.


두 번째 맛집 투어는 멸치쌈밥이었다.  미국에도 한국음식 식재료가 풍부하여 서부 캘리포니아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모든 종류의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그러나 재료들이 한국처럼 싱싱하지 않고 거의가 냉동식품이다. 채소들은 사막지대에서 재배되어 질기거나 딱딱한 편이다. 오늘 찾은 맛집 "싱싱한 생멸치탕"은 과연 어떤 맛일까? 기대된다.


식당에 들어가면 대부분이 손님들에게 알리는 주의사항 또는 홍보 문구들이 붙어 있는 게 미국과는 대조되어 빠뜨리지 않고 읽어본다. 그러나 이곳에 사는 분들은 몇 번이고 같은 식당을 들렀지만 무심코 지나쳤다고들 한다. 어떤


중국식당 에는

“짬뽕에 제 인생을 걸었습니다"

인생을 걸 정도로 정성을 다 했다니 오죽이나 맛있을까?  언젠가는 꼭 들러서 먹어보고 싶다.


문구점에는

“더 까까주까"

가격에 얼마나 자신이 있으면 •••••••. 저 상점에 들어가는 손님들은 그 정도 가격이면 됐어요 하겠지?


멕시칸 식당에는

“타코에 꼬치다"


오늘 찾는 맛집에 벽보는 "멸치탕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었다.  상당히 장황하게 설명을 했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해서 드시면 JMT입니다"

음식을 들고 우리 테이블로 걸어오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JMT 가 무슨 뜻이에요?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에는 좀 그렇습니다.

우리 일행 누군가가 "아! 좃마탱 이구나?"

맞아요

좃마탱이 뭔대요?

ㅈ나게 맛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쓰는 신조어?

상스러운 비속어를 불쾌하지 않게, 재치 있게 즐기며 사는 이곳 젊은이들이 좋았다.











  





작가의 이전글 외국인이 돼서 고국으로 돌아와 한달살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