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짝궁이었던 성문이는 pc게임 중독이었다. 그러던 성문이는 어느날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을 마치고 결심한 듯 나에게 이야기했다.
"그동안 내가 책을 한번도 보지 않았는데 말이야(공부다운 공부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뜻). 선생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안한만큼 앞으로 노력하면 금방 성적이 오를 수 있을거라 하시더라고. 이제부터는 pc게임을 하더라도 책상에는 책을 펼쳐놓고 할거야. 게임하면서도 버퍼링이나 로딩시간 때 책을 한자 두자 읽고 익혀두면 성적이 금방 오르지 않겠어?"
당시 나는 성문이의 그런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했다. 특히 방과후에는 한번도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성문이라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성문이의 이전 성적이 평균 30점대였다면 다짐을 하고 나서의 성문이 성적도 여전히 30점대에 수렴했다. 성문이가 책을 안 봤던 것은 아니었다. 성문이는 분명 다짐대로 게임 중간중간 책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대체 공부를 하는 것인지, 게임을 하는 것인지 헷갈리는 성문이의 행동은 학습에 아무런 효율도 가져오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올해 고3담임이 된 나는 아이들과 자주 학업 상담을 하였다. 지원이는 그 중 한 아이로 자기가 1,2학년때는 학업에 도통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올해는 고3인 만큼 목표를 향해 열심히 전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원이는 구체적이었다. 1,2학년때의 자기 등급과 자기가 보완할 점, 자기가 목표대학에 가기 위해서 올려야 할 과목 점수들을 상세히 알고 있었다.(아무래도 사교육에서 분석을 해준 것 같았지만) 나는 그런 지원이를 믿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지원이의 공부 모습을 종종 관찰했던 나는 지원이에게서 좋지 못한 습관을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지원이가 늘 자습시간에도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를 가까이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전자기기를 대체 무슨 용도로 그렇게 사용하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지원이는 5-10분 간격으로 수시로 휴대폰을 보고, 만지작거리고 다시 펜을 들고 하는 분주한 움직임을 반복했다.
그래도 아이가 그렇게 다짐을 하고, 본인을 잘 알고 있는데, 어느정도 성적은 오르겠지 ! 나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1차 지필평가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지원이의 성적은 지난 1,2학년때와 비교해 오히려 더 떨어진 것이었다. 혹시나 말하지 못한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나는 지원이와 이야기해봤지만 그런건 딱히 없었다. 그렇다면 이유는 단 하나. 문제의 원인은 스마트폰이었던 것이다.
그렇다. 학업을 함에 있어서 전자기기나 스마트폰을 가까이 하는 것은 그만큼 해롭다. 기본적으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쉬운 과정이 아님은 분명하다.사람은 평소 쉽고 익숙한 것을 추구하는 존재인데 비해, 공부란 것은 새롭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지식을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인내와 과제 지속력, 또 근성과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는 이런 공부에 대한 집중력을 바로 뺏어버리는 도구이다. 쉽고 자극적이고 재미난 것을 제공하는 스마트폰은 사람의 두뇌에는 그만큼 쾌락과 즐거움을 주지만 학습자가 가지고 있던 집중력을 떨어트리고 단기적으로 배우고 있던 학습을 망각하게 만든다. 우리 뇌는 감각을 동원하여 집중하고 있던 것만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습성이 있다. 스마트폰의 오락성 컨텐츠에 대한 집중은 역으로 학습기억을 망각하게 만들고 집중하고 있는 공부 습관조차 왜곡되게 만든다.
고등학교에서 수업시간과 시험시간이 50분인 것은 그 50분 동안은 그래도 학생들이 집중하여 학업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과학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고 1학생들을 기준으로 볼 때 처음 3월 한달은 아이들이 힘들어하지만 그래도 4-5월이 되면 아이들도 점차 50분 수업에 익숙해져 끝까지 집중을 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모습도 여기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규정이 갈수록 완화됨에 따라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은 그만큼 자유로워졌지만 공부를 하는 중에도 수시로 폰이나 전자기기를 만지작 거리는 것은 학업에 있어서는 매우 해로운 습관이다.
사람은 처음에는 힘들더라도 계속 이를 반복하면 점차 익숙해지는 경향이 있다.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는 아이일수록 당장의 50분 공부/10분 휴식 과정이 매우 힘들겠지만 이것이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본인의 학습에 대한 공부능률도 점차 올라가게 될 것이다.
공부를 잘하고 싶다고? 그럼 당장 해야 할 일은 자기 책상 앞에 있는 스마트폰 부터 치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