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하다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주구장창 수영장에 들어가 하루종일 나올 생각을 안하는 사람부터 접배평자(접영-배영-평영-자유형)20분 바짝 전력으로 하고 바로 샤워장으로 향하는 사람까지.
또 수영을 왔는지 카페를 왔는지 의심될 정도로 출발선에 붙어 앉아 하루종일 사람들과 수다만 떠는 사람이 있고, 대화는 일절없이 남들 신경 안쓰고 묵묵히 자기 수영에만 집중하는 사람도 있다.
내성적 성향인 나 같은 경우는 후자 쪽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회원들과도 서로 인사만 할 뿐 특별한 말은 하지 않는다. 같은 직종이나 친척도 아니고 목적에 의해 만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목적이 없어지면 관계가 끊긴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난 폭넓게 또 얕게 사람들과 관계를맺고 싶지는 않다. 때론 지인의 폭이 너무 넓어지면 정신이 없고 개인적으로 피곤해지기도 하다.
전날 봤던 수영 유투버들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나 스스로 힘차게 스트로크를 시작한다. 오늘은 어제 좀 무리하게 한 여파 탓인지 어깨가 살짝 뻐근하다. 하지만 점차 내 몸도 물에 적응해가며 계속해서 움직이며 그 뻐근함을 풀어낸다. 그리고 물속에서 계속 체내의 열(땀)을 뿜어낸다. 개운하다.
그렇게 50분 수영을 마치고 나면 나는 오늘의 목표 달성 여부를 다시 한번 체크한다. 그리고 계획을 세운다. 내일은 발차기 몇번 자유형은 몇번 배영은 몇번해보자 그렇게 운동 계획을 다시 세우는게 내 하루 일상, 루틴이다.
난 학교 다닐때부터 성실성 하나만큼은 인정 받았다. 심각한 천재지변이 나거나 몸이 아파서 누울 정도가 아니면하루 계획된 것은 꼭 해야 한다는게 내심지였다. 그래서 지금도 일주일에 5일 이상은 늘 수영장으로 발걸음이 향한다. 학창시절부터 굳어진 습관이랄까, 그런 꾸준한 반복의 삶이지금의 나에게도 영향을 미쳐 계속 수영장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수영 강습을 받다 보면 같은 시간대 회원들끼리 레일에 차례로 서게 되는데 이때는 보통 실력 순으로 서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가장 앞에 서는 사람은 그 반에서 실력이 제일 좋은 사람이다. 그 다음 사람은 두번째 실력이 좋은 사람, 그 다음은 세번째.... 이런식이다.
순서를 왜 그렇게 서냐 하면 첫번째 서는 사람이 속도가 느리거나 처지기 시작하면 다음 출발 주자인 사람도 자연스럽게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이는 정체구간이 생기면 나머지 뒤에 차들도 막히게 되는 병목 현상과 비슷하다. 사실 그러다 보니 가장 처지거나 자신이 없는 사람일수록 맨 뒤에 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같이 강습을 받고 있는 A씨가 그런 분이었다. 아직은 물을 무서워하는 기색이 있고 남들만큼 레일 완주가 잘 되지 않던 A씨는 자발적으로 맨 뒤 순서를 자청했다. 자연스럽게 나도 주목해서 그 분을 바라보게 되었다.
보통 사람은 자기가 잘하는 일에는 의욕이 생겨 더 열심히 하는 법이지만 자신이 없거나 못하는 일은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수영 강습이 3달째 접어드니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그런 분들 대부분은 아마 자기가 '수영에 잘 안맞나보다.' 생각하며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A씨는 달랐다. 그 분은 강습이 있는 날은 늘 꾸준하게 참석했다. 남들이 뭐라하든 말든 자기의 리듬에 맞춰, 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런 모습이 내 눈엔 보였다.
어느 순간 A씨는 좀처럼 되지 않던 25m 레일 완주를 마침내 해냈다. 그때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며 만족스런 표정을 짓던 A씨의 모습을 난 잊을 수가 없다. '하니까 되네' 교훈을 얻게 된 A씨가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강습에 임할 것임은 누가 봐도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실제 그 이후 A씨는 더 적극적이고 열심히 강습에 임했다. 한 단계 올라간 A씨는 아마 앞으로 받은 탄력을 토대로 실력이 계속 일취월장할 것이다.
실제 나는 학교의 아이들에게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소위 정신차린답시고 한동안 공부 안하던 아이가 갑자기 어느날 책을 트럭 만큼 가져와서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본다.
그런데 보통 이런 아이들의 결심은 한달을 못간다. 워낙에 기초가 없어서 뭐든지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되짚어가는 공부를해야 하다보니 아이들은 금새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역시 나는 공부머리가 아닌가 봐' 하며 결국 자발적으로 포기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수영도 그렇지만, 수학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실제 우리가 배울수 있는 모든 것들은 과거부터 이어져 온 여러 사람의 노력과 연구의 산물이다보니 어느 정도 체계화와 정형화 되어 있는게 사실이다. 사실 그리하여이를 제대로 배우고 때론 즐기는 단계까지 가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때론 스트레스까지 뒤따르는 법이다.
결국 병아리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힘들지만 스스로 알을 깨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듯이 말이다.
사람은 늘 자신을 상대와 비교한다. 특히 스스로 평가시 남들에 비해 못한다 싶으면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A씨의 사례에서 보듯 뭐든지 처음엔어렵지만 자꾸 하다보면 자세나 생각, 습관도 거기에 맞춰 변화하고 점차 숙련되게 되는 법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보는 것, 그리고 성공하는 것. 이는 더할 나위없이 성취감을 줄 것이다. 나도 그 맛을 잘 알기에 새로 배운 수영의 여러 자세를 다시 시도해보며 오늘도 열심히 스트로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