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영장에 다니기 시작한지가 벌써 3개월이 넘었다. 사실 처음엔 나 스스로 수영을 본격적으로 배워야겠다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다만 집 근처 체육센터에 방학특강 어린이 수영강습이 있어서 첫째 아들 강습을 등록하러 가는 길이었는데 '방학인데 나도 한번 배워볼까?' 하여 성인 강습도 덩달아 신청했는데 덜컥 당첨이 되어버린 것이다.
평소 적극적인 스타일은 아니지만 수동적으로라도 맡게 되면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열심히 하는 내 성격상 당첨된 수영 강습을 대충 할 수는 없었다.
그 때부터 나는 지금까지 매일 일주일에 5번 이상 수영하러, 체육센터로 발걸음이 향했다.
내 수영 강습은 매주 월수금 아침 6시부터 시작이 된다. 해가 짧아진 지금의 6시는 다들 알겠지만 찬바람이 불고 칠흙같은 어둠이 도사리고 있는 시점이다. 그래서 뭔가 체육센터로 향하는 내 기분은 묘하다. 그냥 오늘은 날도 찬데 한번 쉴까 이런 생각도 종종 하는 편이다.
하지만 나는 성격상 남들이 내가 배우지 못한 진도를 나가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난 우리집 아이들의 경우에도 학원이든 학교든 왠만하면 결석은 안시키는 편이다. 아이들한테 결석을 안시키는데 나라도 빠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컴컴한 하늘에 별을 보면서 체육관에 억지로라도 들어간다.
전날 야근이나 무리라도 하면 온몸이 뻐근하고 여전히 잠에서 벗어나지 못한 비몽사몽한 상태이다. 하지만 샤워 후 수영장 안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법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벌써 수영장 안에서 물장구치고 있다. 물 속에서 철퍽철퍽 소리를 내며 열심히 스트로크를 하는 사람부터 음파음파 하며 처음 수영의 호흡부터 연습하는 사람도 있다. 또 강습하는 코치의 호루라기 소리와 설명, 그리고 수영회원들의 깔깔대는 웃음소리와 잡담 등 아침부터 수영장은 분주한 시장 바닥처럼 활기차게 움직인다.
오늘은 강습으로 처음 출발시 벽을 발로 차고 나가는 자세를 배웠다. 보다 앞으로 쭉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유선형 자세는 물론이고 바닥 깊이 들어가 엉덩이와 발을 최대한 벽쪽으로 당겨서 출발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처음 하다보니 역시 잘 안된다.
하지만 코치님의 쭉 뻗어나가는 시범을 보며 회원들 모두가 감탄하며 서로 해보겠다고 난리다. 나 역시 마찬가지라서 오늘 일과 중에도 그 자세가 계속 생각났다.
수영이 매일 일상이 되다보니 수영을 배우면서, 또 즐기면서 다양한 생각들을 접하고 앞으로 이와 관련해서도 종종 글을 쓰고자 한다.
우선 이 글을 마무리짓자면 내 삶의 루틴이 된 수영을 하면서 난 평일 아침이 그렇게 상쾌해질 수가 없었다.
현재 계절상 아침 6시에는 여전히 하늘이 컴컴한 편이지만 강습을 마치는 7시가 되면 상황이 다르다. 그 시간쯤 되면 해는 본격적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고 하늘은 이미 밝아져 있다. 느낌상 어두울 때는 아침 공기도 춥고 쌀쌀하다는 생각밖에 안들지만 해가 밝아질 때는 공기가 그토록 희망차고상쾌하고 시원하게 느껴질 수가 없는 것이다.
수영강습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보니 많은 사람들이 마라토너처럼 운동장 트랙을 열심히 헥헥 거리며 달리고 있다. 밝은 햇살과 활력넘치는 러너들의 움직임을 보며 나는 오늘도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