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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훈 Jun 27. 2022

디지털 세대인 Z세대에게도 삶의 밸런스는 필요하다.

음성 되먹임과 양성 되먹임은 무엇인가?


생물학적 용어로 음성 되먹임(음성 피드백)과 양성 되먹임(양성 피드백)이라는 단어가 있다. 음성 되먹임은 기존에 있었던 반응을 억제하는 것으로 호르몬을 예로 들면 사람 몸의 항상성 유지를 위해 사용되는 호르몬을 말한다. 예를 들어 내가 심한 배고픔을 느끼면 나는 음식을 먹게 된다. 하지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 양은 한계가 있고 계속 음식을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즉 어느 정도 내 몸에 필요한 음식이 섭취가 되었을 경우 우리 몸은 포만감을 느끼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여 식욕을 억제하게 된다.


 반면 양성 되먹임은 기존에 있었던 반응을 계속 촉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역시 호르몬을 예로 들면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있다. 이는 뇌하수체 후엽에서 분비되는 자궁 수축 호르몬으로 출산 시 태아 머리가 자궁 경부를 자극하면, 자극이 뇌하수체 후엽으로 전달되고 이에 따라 옥시토신 분비가 더욱 많아져 출산을 촉진하게 되는 것이다.



인체는 음성 되먹임 기계(AI)는 양성 되먹임에 가까워.


 이렇듯 호르몬에는 양성 되먹임 호르몬, 음성 되먹임 호르몬 두 종류가 있다. 하지만 숫자만 놓고 봤을 때는 인체에는 음성 되먹임 호르몬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앞에서 말했듯이 사람의 몸은 전체적으로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즉 사람이 지나치게 특정 반응만을 지속할 경우 신체 내 다른 기관이 파괴되고, 각종 질환이나 장애 등이 생길 수 있게 된다. 특히 각종 질병의 대부분 이유도 우리 몸이 항상성 유지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반면 양성 되먹임의 대표적 사례로는 인공지능(AI)을 포함한 기계를 들 수 있다. 기계는 정지하거나 멈추는 일없이 양성 되먹임을 계속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우리가 게임이나 인터넷 검색을 하면 할수록, 기계는 알고리즘을 통해 이를 더욱 많이 제공하고 관심을 더욱 가지도록 유도한다. 기계의 무서운 점은 24시간 밤낮없이 계속 작동하며 사람의 체력과 몸의 항상성을 갉아먹는다는 점이다. 게임이나 스마트폰에 빠져든 사람일수록 밤낮 가리지 않고 이를 계속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양성 되먹임을 추구하는 기계에 인체가 중독된 탓이다.

기계는 근본적으로 체력이라는 것이 없다. 전원이 꺼지거나 부품이 고장 나서 수리나 교체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계속 작동한다. 기계와 인체는 이렇듯 다른데, 기술이 진보할수록 기계의 페이스대로 움직이려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큰일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Z세대(현재의 중고등학생)


 Z세대는 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의 출생 세대를 일컫는 말로 현재의 중고등학교 학생들(04-10년생)이 바로 여기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Native) 세대로도 불리는데 이들이 태어날 시점이 바로 초고속 인터넷이 대중화되는 시점이었다. 이들 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인터넷을 가정에서 접하고, 디지털 매체를 받아들이고 사용하는 방식을 어린 나이부터 학습했다. 그래서인지 이들과 디지털은 정말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학교에서도 이들 학생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꼭 지참하고 다니고 있고 전자기기가 있을 때만이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자습을 시키면 절반 이상이 태블릿 PC나 스마트폰을 활용해 공부를 하는데, 정보 검색이나 인터넷 강의뿐만 아니라 심지어 노트 정리까지 태블릿 PC에 의존하는 편이다. 이 때문에 요즘은 수업 시간에조차 태블릿 PC와 터치펜을 꺼내놓고 수업 듣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밀레니얼 세대인 나조차도 조금은 납득이 잘 안 가는 풍경이다.(요즘은 교육계에서도 전자기기 등 태블릿 PC 사용을 권장하는 상황이라 무턱대고 이를 통제하기도 어렵다.)



디지털 기계 의존 학습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문제는 이런 태블릿 PC나 스마트폰은 학습과 놀이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즉 학생들은 학습과 노트 정리를 위해 태블릿 PC를 꺼내 놓는다고 말하지만, 실제 앞에서 수업하는 내 입장에서는 이들이 수업을 듣고 있는 것인지 게임이나 SNS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일일이 확인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이런 기회(?)를 활용해 수업시간에도 게임이나 SNS 활동을 하는 케이스가 부지기수로 늘었다.

 자습을 할 때도 에어 팟을 귀에 꽂아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를 한다든지, 10분 공부를 하고 10분 게임이나 유튜브 영상을 보는 패턴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이 늘었다. 문제는 이런 모습들이 궁극적으로 집중력 분산을 가져오고 사람의 집중력 지속 시간을 짧게 만든다는 점이다. 사람의 뇌는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즉 음악에 흥겨워하면서 어려운 수학 문제를 잘 풀고 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모습인 것이다. 또한 지필평가의 기본적인 시험시간은 50분, 수능시험의 경우에는 100분인데 10분 단위로 끊어지는 이런 짧아진 집중력은 시험을 대비하는 측면에서도 사실 올바르다고 볼 수는 없다.



Z세대 생활도 여전히 아날로그가 많다.


Z세대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고 하지만 아직은 이들 생활 속에서도 아날로그적인 모습이 많다. 가족들과 같이 밥을 먹는다든지, 친구들과 함께 대화를 나눈다든지, 친구들과 뛰어놀기를 한다든지, 운동을 한다든지,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다든지, 함께 토론을 한다든지, 같이 여행을 간다든지 하는 모습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이다. 관건은 이런 디지털과 아날로그 삶의 균형이다. 인간의 몸이나 신체는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형태로 구성되어 있고 음성적 되물림을 선호한다. 기계는 원래 인간에게 편의를 제공하며 인간이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도록 태어났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기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기계의 생활 패턴에 맞출 경우, 뇌의 건강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과 인간관계 또한 심각하게 파괴될 수 있다. 우리는 하루를 최상의 컨디션으로 생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하루에 몇 번만큼은 기계에 멈춤 버튼을 누를 줄 알아야 한다. 신체를 위해서도, 몸의 항상성을 위해서도,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서도 말이다. 잊지 말자. 우리의 몸은 기계가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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