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지난 2분기 출산율은 0.75명(한 여성이 가임기간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 수)까지 감소했으며 이는 OECD 국가 중 단연 꼴찌 수준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인구절벽에 한국이라는 국가가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학자들은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 다양한 이유들을 이야기한다.
첫째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높은 집값과 물가이다. 이는 현재 한국의 가계에 상당히 많은 부담을 주고 있고 부부가 결혼 후에도 자녀를 낳는 것을 꺼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 내 주변에도 자녀를 낳지 않는 '딩크족'이나 자녀를 의도적으로 하나만 낳아서 키우는 가정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이 분들은 현재의 소득 수준으로는 기본 생활비를 감당하기에도 벅찬데 여기에 집값 대출금이나 자녀 양육비, 학원비까지 부담하게 되면 도저히 자신들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그래서 차라리 자녀를 낳지 않는 쪽으로 선택하거나 아니면 하나만 낳아서 그 자녀에게 모든 것을 집중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적으로 효율성과 실리를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생각과 연관된 것으로 문제의 원인이 현재 한국의 양극화된 경제 구조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늦어진 부모의 초산 연령과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꼽을 수 있다. 현재 한국은 청년의 대졸자 비율이 70%가 넘을 정도로 고학력 사회인데도 불구하고, 저성장 국가로서 취업난 문제가 계속해서 심각한 상황이다. 한편으로 대기업 -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가 심하다 보니 청년들은 스펙과 학력을 조금 더 연장해서라도 좋은 대우를 받는 직장에 입사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문제는 한국의 대부분 청년들 계획이 선취업, 후결혼 및 출산이다 보니 평균 결혼 연령과 초산 연령도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의 경우 평균 35세, 여성의 경우 평균 32세가 결혼 연령인데 이렇게 늦어진 만혼은 여성이 첫 자녀를 출산하는 연령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요즘은 30 중후반이 되어야 출산하는 여성을 꽤나 볼 수 있고 노산이다 하는 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실정이다.
출산 후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도 심각하다. 효율성과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에서는 여성의 육아휴직이나 육아시간, 산후조리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당장 일자리의 공백이 생긴다 하여 직간접적으로 임신을 반대하거나 출산을 할 때가 되면 권고사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학창 시절부터 남학생들과 같이 학업에 열중하며 수많은 스펙을 쌓아왔던 여성들에게 상당히 치명적인 것으로 자신의 커리어 신장을 원하는 여성들이 임신과 육아를 망설이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와는 별도로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한국의 줄세우기식 입시 교육이 저출산의 또다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나라 대입에서 명문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수능에서 타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성적을 받아야 만이 가능하고, 학교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내신 성적을 받아야만이 가능하다. 이러한 입시 체제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문제는 수능과 내신의 이런 평가들은 모두 상대 평가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나와 타인은 협력자가 아니라 항상 경쟁 상대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평가방식 체계 속에서 아이들은 이기적으로 살아야 하고, 세상은 승자와 패자로 나누어져 있고, 내가 승자가 되지 않으면 결국 패자로서 비참하게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실제 학교에서 수업을 해보면 수업을 듣는 아이 10명 중 1등인 1명만 행복할 뿐이다. 나머지 2,3등은 1등을 추격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느라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나머지 7명은 무기력하게 교실에 앉아 있을 뿐이다. 즉 7명의 아이들은 자신들은 사회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이미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줄 세우기식 입시교육체계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그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미 어릴 때부터 남과 비교하는 것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학업에서 물질적인 것으로 항목만 달라졌을 뿐 남과 비교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직업, 외모, 연봉, 자산, 사는 곳 등 물질적인 것들을 가지고 그들은 서로 계급을 나누고 서로를 끊임없이 비교 평가한다.
결국 이런 비교 사회에서는 1등급인 최상위 그룹만 행복할 뿐이고, 나머지 2~9등급 사람들은 늘 자신을 1등급과 비교해 부족하고 모자르다 생각하기 때문에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자신을 흙수저라고 자칭하며 가축의 소, 닭, 돼지에 비교하기도 하며 '자식을 낳아서 평생 자식이 소 닭 돼지로 살게 할 바에는 차라리 낳지 않겠다.'라고 선언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는 꿈도 희망도 없다. 물질적인 것들이 아무리 풍요롭다 한들 남과 비교해 항상 자신은 불행하다 여기는 지금의 한국 청년들에게 정부에서 자식을 낳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그 기대 자체가 모순적이다.
결국 한국인들의 이러한 사고방식이 달라지지 않는 한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의 사고방식은 그 사람이 어떤 교육 환경에서 자라왔고, 어떤 교육을 배워 왔는가에 따라 좌우된다. 결국 저 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지금의 줄 세우기식 입시 교육 체제부터 전면적으로 바꾸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타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타인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나 자신을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교육 전환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1단계 방법일 것이다.
저출산 시대에 아이들 한명 한명은 모두가 소중한 국가의 보물이자 자산이다.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을 사회 낙오자 내지는 실패자로 만들 수 없다. 이제 이 아이들이 교육을 통해 희망을 가지고 행복한 모습으로 살 수 있도록 우리는 도와주어야만 한다. 그래야 희망을 가지고 아이들은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지금의 아이들 모두를 존중하고 그들이 각자 자신의 능력을 실현할 수 있는 변화된 미래 교육 체제를 생각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