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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진정한 리더가 필요할 때

by 한동훈
Episode 1


남극에 무리 지어 사는 펭귄의 먹이는 크릴새우나 물고기, 오징어 등으로 이들은 모두 바닷속에 살고 있다. 따라서 펭귄은 평소 얼음 위에 살지만, 먹고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바다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런데 펭귄 무리는 배가 고파도 바다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며 서로 눈치만 보는 모습을 보인다. 바다표범이나 물개와 같은 천적이 바닷속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렇게 눈치만 살피다가 어느 용감한 펭귄이 먼저 바다에 뛰어든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안전이 확보되면 뒤를 따라 수백, 수천 마리의 펭귄이 물속으로 뛰어든다.


이렇게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용기를 내 앞장선 펭귄을 우리는 '퍼스트 펭귄'이라고 부른다.

출처 : unsplash


Episode2

명량해전에 출전한 당시 조선군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한 후 조선군의 사기는 곤두박질쳤고 남아있는 배와 군사의 수도 얼마 되지 않았다.


이순신은 선조에게 장계를 올릴 때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아마 그도 앞으로의 전투에서 과연 승리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을 것이다.


전투 당일이 되었을 때는 더욱 가관이었다. 조선군의 규모는 대장선을 포함해 고작 13척에 불과했지만 일본군의 배는 330여 척이나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순신의 부하 장수 배들은 지레 겁을 먹고 도망갈 준비를 하기에 바빴다.


실제 전투가 개시되었을 때 일본군에 맞서 오롯이 전투를 벌인 함선은 이순신이 타고 있는 배, 즉 대장선 하나에 불과했다. 당시 이순신이 어떤 심정으로 전투에 임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런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이순신의 대장선은 밀려오는 일본군을 족족 격퇴해내며 무려 반나절을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것이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반나절 동안이나 고작 배 한 척으로 끈질기게 버텼던 이순신의 활약은 부하 장수들에게 큰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결국 초요기를 내걸자 부하 장수들의 배는 하나둘씩 모여들어 전력은 강화되었고 마침 조류도 아군에 유리하게 바뀌어 조선군은 명량에서 일본군의 배 133척을 격퇴하는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두었다.

출처 :네이버영화


실제 학교에서의 나는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퍼스트 펭귄과 이순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혹시나 여러분이 사회에 나가서 리더가 되었을 때 이순신처럼 위험한 일에도 용기 있게 앞장서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내 말에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 뿐이다.


“쌤 요즘 시대에 누가 그렇게 자신을 희생하려 해요? 어차피 각자 인생이고 저마다 자기 살기 바쁘지 남 챙길 시간이 어디 있어요. 이타적으로 행동한다 해서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요.”


이기적인 사회와 경쟁에 익숙한 요즘의 아이들에게는 100년 전 제국주의 시대의 이론이던 적자생존이나 사회 진화론이 현실적으로 더 와닿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


실제 요즘의 우리 사회에는 진정한 리더가 없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 저마다는 리더나 상류층이 되고자 하는 욕구는 강하지만 막상 그들은 리더나 상류층이 되었을 때 자신이 사회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생각 안 하고 있고 오로지 개인의 영달과 자신의 잇속만 챙길 뿐이다. 진정한 리더는 우리 사회에 없는 것이다.


오늘날 정치인들의 모습을 가리키는 말로 강병서라는 말이 있다. 이는 ‘강남 거주, 병역 면제, 서울대 졸업’을 가리키는 것으로 자신이 사회의 상류층으로서 병역면제나 입시 편법 등 온갖 특권을 누려도 괜찮다는 것을 뜻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입시 경쟁 속에서 학교 현장에서도 제대로 된 인성 교육이나 리더십 교육은 소홀한 편이다. 학업에 뜻이 있는 아이들은 배움의 이유를 진지하게 고민하기보다 오로지 성적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고 성적이 좋으면 모든 것이 용인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학교에서도 시험 및 성적 만능주의가 팽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어른 세대의 삐뚤어진 인식과 마인드가 아이들에게도 잘못된 생각을 심어준 것은 아닌가 반성해본다. 아이들은 금방 관찰하고 쉽게 배운다. 이기적인 행동을 해도 손해보지 않고 잘 먹고 잘 사는 어른들을 보며 아이들은 자기들도 그렇게 살아야겠다 생각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진정한 리더들이 출몰하여 위험에 앞장서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어떨까? 아이들은 퍼스트 펭귄의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아 자신도 타인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이타적으로 살아야겠다 배우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해지는 현실 속에서 서로에 무관심하고 각자도생이라는 개인주의마저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그 옛날 조선이라는 국가는 양반의 면세와 각종 특권을 보장하는 신분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이 국가의 고질병으로 남아 결국 멸망했다. 오늘날 산업이 고도화되고 안정기에 접어든 현대 우리 사회의 모습도 이와 비슷한 형국이다.


이기적인 사람이 많아지고 리더가 리더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사회는 결국 분열 및 쇠퇴의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어렵고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또 진정한 사회통합을 위해 나설 줄 아는 리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제도적 마련도 구체적으로 고민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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