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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왜 자퇴를 할까?

by 한동훈

중학교와 비교한 고등학교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바로 자퇴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중학교는 의무교육인데 비해 고등학교는 본인 선택이니까 그런 것이다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그걸 감안하더라도 자퇴하는 학생수는 많은 편이다.


우리 학교에서 1년마다 평균적으로 자퇴하는 학생 수는 대략 2-30명 안팎이다. 사유로는 대부분 '학교생활 부적응'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런 사유는 솔직히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 사유는 다양하다. '내신 하락으로 인해 학교에서 학업의욕 저하' '결석수 누적으로 유예처리 가능성 높음' '외국 유학 준비로 인한 시간 부족' 등이 자퇴의 실제 사유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학생들이 자퇴하는 이런 사유들 중에서도 단연코 가장 압도적 1위를 꼽는다면 바로 '교우 관계' 문제를 들 수 있다.


아이들에게 교우 관계 문제는 학업 성적만큼이나 중요하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교실이라는 20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2-30명의 학생들이 매일 같이 밥을 먹고 8시간을 함께 생활하며 수업을 듣고 있는 상황인데 친구들 관계가 중요하지 않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교실이라는 공간은 매우 좁다 보니까 학급에서 소외되는 학생은 금방 티가 난다는 것이다. 수업에서 모둠활동이나 학급 활동을 한번 시켜보면 의도적으로 아무도 함께 하지 않으려는 학생이 바로 드러난다. 그런 학생을 바라보는 담임의 눈빛과 마음도 솔직히 좋지는 않다.


아이가 이렇게 소외되어버린 데에는 이유가 다양하다. 학기 초부터 소극적이고 말없이 생활하다가 의도치 않게 그렇게 될 수도 있고,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행동이나 특성으로 인해 주변 아이들이 의도적으로 멀리하여 그렇게 된 케이스도 있다. 한편으로 처음에는 잘 지내다가 갑자기 특정한 문제로 친구들과 사이가 틀어져서 그렇게 되어버린 경우도 있는데 1년을 이 아이를 보살펴야 할 담임의 입장에선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런 교우관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두 가지다. 바로 문제에 맞서서 교우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적극적 방법이 하나 있고, 자퇴를 통해 학교생활을 정리하는 소극적 방법이 하나 있다. 아쉬운 것은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후자를 택한다는 것이다.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적극적 방법을 택하지 않는 아이들을 나약하다고 비난하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당장 우리 어른들을 생각해보자. 어른들이라 해서 한번 사이가 틀어져버린 관계가 과연 쉽게 회복이 되는가? 특히 그 사람이 나와 정말 가까운 사이 이거나 앞으로도 함께 해야 할 정도의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는 손쉽게 그냥 '무시'하거나 '손절'을 선택하고 만다.


아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등학생쯤 되는 성숙한 아이들의 관계 문제는 누구 한 명의 일방적인 실수나 잘못으로 빚어진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 입장과 주장이 있고 그만큼 복잡하고 해결하기가 힘들다.


고전적인 방법으로는 학교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교사들도 이런 문제 해결에는 나름 어려움이 있다. 특히 개인 인권이 강조되고 학부모들도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요즘의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급 문제에 개입해서 아이들에게 이래라저래라 지시하면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본인 아이는 다른 아이와 교우관계를 잘 유지하며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는데 교사가 개입하여 학급의 교우관계에 변화를 줄 경우 이에 반발하거나 교사를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요즘의 교사들은 학급에 이런 문제가 생겨도 학생과 상담을 하면서 학생 입장을 들어주거나 한번 잘해보라는 격려 정도에서 그칠 뿐이다. 결국 해당 문제의 해결은 소외된 학생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외된 아이 입장에서도 주변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기란 두렵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온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SNS를 통해서도 서로 활발히 교류하며 교우관계를 맺는 편이다. 아이들은 끼리끼리 활동하며 친구들과의 비밀 톡방을 통해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 친구들의 행동에 대해서도 평가를 해놓는 편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소외된 아이 입장에서는 본인이 그런 평가의 대상이 될까 봐 두렵고, 혹시나 아이들에게 다가갔다가 더 무시를 당하고 미움을 받을까 봐 걱정인 것이다. 이렇게 학급에서 소외당한 아이가 주변 아이들에게 접근하기란 실로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이다.


두 번째로 고등학생의 경우는 교우관계뿐만 아니라 입시나 학업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당장 대학과 수능이 목전에 있는 고등학생 입장에서는 입시와 학업에도 온 힘을 쏟기 모자랄 판인데 여기에 풀리지 않는 교우관계 문제로 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며 학교생활을 해나가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몇 개월 상황을 지켜본 부모와 아이는 상황이 이렇게 악화될 바에는 차라리 자퇴를 하고 가정과 학원에서 학업에만 집중하자고 결정을 하는 것이다.


처음에 나는 이 문제를 교우관계를 풀지 못하는 아이들의 소극적 해결 방법으로만 생각했다. 특히 학창 시절에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아이는 사회인이 되어서도 또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고 힘겨운 생활을 해나갈 것이라고만 바라봤다.


하지만 의외로 자퇴생 선배들은 사회에서 생활을 잘해나가고 있었다. 이들은 본인이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여 홀로서기를 결정한 만큼 자기 선택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고 스스로의 인생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한편으로 그때 학교생활에서의 실패의 경험이 해당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할 때도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처신과 직장 동료관계를 유도하고 있었다.


실제 자퇴생 중에는 디자이너, 교사, 공무원, 사기업 직장인, 간호사 등 다양한 직종에서 큰 문제없이 잘 살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나는 비록 학교 교사이지만 이들의 사례를 볼 때 꼭 고등학교를 정상적으로 졸업하는 길만이 진로의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제 자신의 인생 선택에 책임을 지고 한걸음 더 성숙해져 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것이 진로의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자퇴한 그들의 결정과 선택을 지켜보고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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