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 무척 흥미로운 책이 있었다. 제목은 (도파민형 인간, 저자 대니얼 리버먼>이라는 책이었는데 순전히 도파민을 통해 사람의 생각과 사고방식, 행동을 분석한 점이 놀라웠다. 지금부터는 해당 책 내용을 중심으로 도파민의 활동을 살펴보고 여기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하자.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도파민은 그동안 단순히 인간의 쾌락추구 물질로만 알려졌다. 즉 뇌의 변연계에서 욕망 회로를 타고 분비되는 도파민은 인간의 감정과 관계된 쾌락, 재미, 즐거움만을 추구하며 인간의 행동을 더욱 부추킨다는 것이다.
이런 도파민은 만족할 줄을 모른다. 그래서 한번 쾌감을 맛보면 도파민은 더,더,더를 요구하며 더욱 강렬한 자극을 원하는 것이다. 이런 도파민의 더,더,더 성향에 따라 술, 담배, 게임, 도박에 중독되는 사람도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인생을 파멸로 이끌기도 한다.
한편 도파민은 똑같은 자극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성향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은 처음 이성을 만나면 호기심을 가지고 강렬한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금새 사랑이 빨리 식어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바람을 피거나 연예기간이 짧거나 늘 새로운 이성을 찾아나서는 것도 금새 싫증을 내는 도파민의 습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도파민은 뇌의 변연계 회로에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도파민은 뇌의 중피질 경로를 통해 활동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이 회로를 도파민 통제 회로라고 부른다. 뇌의 중피질은 자신의 즉흥적인 감정을 통제하고 이성을 가지고 진취적이고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부위이다.
따라서 이 회로를 타는 도파민은 사람이 추상적이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도록 유도하고 오랫동안 집중력을 유지하고 당장의 욕구를 억제하고 보다 장기적이고 원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욕망회로를 타는 도파민이 즉각적인 감정, 쾌락에 반응하는 미성숙한 물질이라면 통제회로를 타는 도파민은 이를 적절히 통제하고 업무 효율을 높여주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전진할 줄 아는 성숙한 물질이라고 볼 수 있다. 집중력이 약하거나 ADHD성향이 있는 아이는 바로 이 통제회로 도파민의 양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실제 '아인슈타인'이나 철인 '랜스 암스트롱' 같이 원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통제회로에서 분비된 도파민 양이 일반 사람에 비해 굉장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통제회로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이라고 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도파민이라는 것 자체가 동기를 부여하고 목적 지향적인 물질이다 보니, 통제회로의 도파민도 좀처럼 만족할 줄 모른다는 점에서는 욕망회로의 도파민과 그 성질이똑같은 것이다.
한번 업적을 남긴 사람이 해당 성과가 끝나기 무섭게 또다시 더 큰 욕심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실제 무수한 과학 이론을 남겼던 아인슈타인도 늘 현실에 만족할 줄 모르고 새로운 이론을 찾아 곧바로 연구에 착수했다고 한다. '나는 인류는 사랑하지만 사람들은 싫다' 는 말을 남긴 그는 평생 대인관계에 부담을 느끼고 살았다. 그의 인생 자체는 많은 바람과 이혼으로 얼룩졌다고 한다. 그가 진정으로 사랑한 것은 오직 과학 뿐이었다.
한편 도파민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향도 가지고있다. 실제 암을 극복하고 사이클왕에 등극하여 감동을 주었던 랜스 암스트롱은 끝내 약물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복용했던 사건이 있었다. 메이저리그 홈런왕 베리본즈도 약물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는데 결국 이들은 더 큰 업적을 남기기 위해 부정적인 방법에도 손을 대었던 것이다.
사실 도파민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원초적인 생존과 관계되어 있는 물질이다. 도파민이 부족한 사람은 퇴행성 뇌질환 중 하나인 파킨슨병에 걸릴 수도 있고, 좀처럼 외부 세계에 흥미나 호기심을 가지지 못하다보니 실제 늘 무기력하고 우울증인 상태로 있게 될 가능성도 높다. 그런면에서 도파민은 우리의 정상적인 일상 생활을 위해서 꼭 필요한 물질이다.
하지만 좀처럼 현재에 만족할 줄 모른다는 점에서 도파민은 하나의 독이 든 성배와도 같다. 이런 도파민의 목표가 달성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실제 그것도 오래가지도 않지만) 도파민은 자신의 목표가 달성되지 못할 경우에는 사람을 극심한 좌절과 우울감에 빠져들게 만든다.
우리가 자기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 연봉이 높은 사람, 좋은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늘 시기하고 부러워하고 동경하는 것도 바로 만족할 줄 모르고 이상을 추구하는 도파민의 작용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끝내 자신은 남이 가진 것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사로 잡히면 사람은 자신을 비관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비교와 줄세우기에 익숙한 한국인들이 자살율이 높고 늘 삶의 만족도가 낮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사람은 늘 정반합 항상성을 추구한다. 즉 한쪽이 과도하면 반대의 것이 움직이면서 우리 몸은 균형을 유지하게 된다. 사람은 하나의 호르몬만으로는 살 수가 없다. 도파민은 우리가 꿈을 갖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한다는 점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지만, 어느 정도의 목표에 도달하게 되면 이제 도파민은 그 역할을 멈추고 현재에 행복감을 느낄 줄 아는 호르몬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는 것이다.
빛나거나 미치거나
통제 회로 속 도파민은 사람을 빛나게도 할 수 있고, 좀처럼 만족을 모른다는 점에서 사람을 미치게도 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렸다. 자 당신은 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오늘날 현대인들에게는 그 어느때보다 도파민의 효율적 이용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