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공부를 함에 있어서 감정 공부를 해야 하는 까닭

by 한동훈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서윤(가명)이는 중학교때부터 학업에서 늘 상위권을 유지했고 학교생활도 원만히 잘해 나갔다. 그런데 어느날부턴가 서윤이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지더니 끝끝내 성적도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서윤이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자주 하던 학교 이야기도 최근 들어 꺼내지 않는 서윤이를 보고 부모는 노심초사했다. 그리고 결국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서야 모든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문제 원인은 바로 서윤이의 교우관계에 있었던 것이다.


서윤이는 중학교 시절부터 늘 같이 다니던 단짝친구가 두 명 있었는데 어느날부턴가 사소한 문제로 이 둘과의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그들이 의도적으로 자신을 멀리 한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서윤이는 스트레스를 받고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도 자습을 할 때도 그들의 웃는 소리, 그들의 문자 메시지 내용이 눈 앞에 아른거려 좀처럼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부모님에게 이야기를 해봤자 딱히 해결책이 나올 것 같지도 않았다.서윤이는 혼자서 이 문제로 끙끙 알으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원인 없는 질병은 발생하지 않는다.


는 말이 있듯이 서윤이가 이렇게 학업성적이 곤두박질쳤던 이유는 친구들 문제로 생긴 불안정한 심리 상태에 있었다.


실제 우리 뇌를 보면 감정과 연관된 신경 세포의 수가 이성과 연관된 신경 세포의 3배라고 한다. 또한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는 대상회를 통해서 이성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사람이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을 내린다 해도 우리는 결코 감정의 영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실제 사람은 정서 상태가 불안정해지면 주의집중력과 기억력이 크게 악화된다. 어지럽고 폭풍치듯 변동하는 정서 상태가 되면 우리는 감정의 뇌에 사로잡힌 채 정작 집중해야 할 것에 좀처럼 집중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기억할 수가 없다. 사람의 기억력이란 그 때 그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다 판단한 것에만 주의(집중)를 기울여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따라서 사람의 주의력이 폭풍치는 자기 감정에만 계속 머물러 있다면 당연히 수업시간 선생님의 목소리나 책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서윤이가 성적이 곤두박질 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학업을 함에 있어서 안정적인 정서상태는 중요하다.


배고픔이 해결되어야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듯이 우리의 감정도 안정이 되어야 온전히 학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안정적 감정 상태는 사람으로 치면 생리적 욕구가 해결된 것과 마찬가지여서 이를 기반으로 우리는 보다 고차원적인 지적 활동이나 예술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학습에 있어서 중요한 호기심도 안정적인 정서 의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 저것 주위를 기울이고 관찰하고 궁금증을 가지는 것도 내 감정이 안정되어 정서적 여유가 생겨야 생각할 틈이 생기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소위 '마음의 문을 닫은 아이, 아무것에도 반응하지 않는 무기력한 아이' 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마음 깊이 어딘가에 감정적 상처가 있거나 정서가 부정적이거나 안정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결국 이 아이들의 긍정적인 학교 활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그 내면의 정서적 상처나 트라우마를 해결해줘야 하는데 ,이미 머리가 굵어지고 독립심이 커진 아이들은 이를 처음부터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다소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익히자.


청소년기는 감정의 굴곡이 심하고 감정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상당히 많이 받는 시기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기 감정을 모호하게 인식하고 감정 표현에 서툰 경우가 많다. 반면 어른들은 어떠한가? 아이들의 사소한 감정 표현을 받아주기보다는 회피하거나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마음 속 감정은 해소되지 못하고 그대로 남는다.


남아 있던 감정은 억압이 되고 결국 폭발하여 심신의 병이 되거나 적극적 저항은 화로 소극적 저항은 무기력으로 표현된다. 또 타인에 대한 거부감도 커진다. 아이들과 감정 대화가 적었던 부모일수록 청소년기 때 어려움을 겪는데 이는 아이들이 자기 감정에 대해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비해 감정 표현마저 해 본 경험이 없다보니 그저 답답하고 감정의 굴레 속에 계속 스트레스만 남아있는 상황이 되어 어른과 소통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반면 감정을 말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일수록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의 활성도는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정리하는 과정 속에서 이성의 뇌(전두엽)가 활발하게 움직여 점차 안정을 찾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갔다. 또한 이에 대해 타인과 같이 공감하며 고민을 나누는 과정 속에서 정서적 안정을 찾고 다시 힘을 얻는 경우도 많았다. 즉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감정 표현을 한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본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지나치게 이성, 지능, 학업능력만 강조하다보니 정작 사람에게 있어 중요한 기본적인 정서, 감정에 대해서는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람의 모든 결정이나 행동은 감정에 영향을 받는다. 내가 특정 활동을 계속하고 쭉쭉 실력이 느는 것도 해당 활동에 대해 좋은 감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학창시절 잘했던 과목을 떠올려 봐도 결코 그 과목에 대해 부정적 감정보다는 긍정적으로 남아있는 감정이 더욱 강할 것이다. 이처럼 사람의 결정 선택 행동은 모두 감정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감정을 잘 인식하고 이를 표현하고 학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