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윙윙 분다. 반면 교실에서는 이런 바깥 바람을 막기 위해 교실 창문을 단단히 닫아 놓는다.
아이들은 12월이다 보니 입고 온 패딩으로 자기 몸을 꽁꽁 감싸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것마저 부족하다 생각한 것인지 교실 히터마저 빵빵하게 틀어 놓는다.
그렇게 히터가 '위~잉' 계속 가동된 교실은 어느새 한기가 느껴지기는 커녕 외투를 입고 있으면 살짝 더울 지경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5교시 국사 시간.
과연 수업이 잘될까?
아니. 30분 정도 수업을 하고 있으면 어느새 눈 감고 자고 있는 아이들이 절반 이상이다.그나마 깨어있는 아이들도 흐리멍텅하고 졸린 표정으로 제발 수업을 여기서 끝내 달라고 눈빛으로 애원하고 있다.
그럴 때 나는 말한다. 단호히 손을 내저으며 "NO"라고.
그리고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말한다.
당장 창문 열어. 지금부터 자는 애들 있으면 쉬는시간까지 수업 연장이다.
'돈의 속성'의 저자 김호중 씨는 '두량족난 복팔분'을 이야기했다.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그리고 배는 과식하지 말고 80%만 채우라는 뜻이다.
복팔분. 즉 음식에 욕심이 나더라도 식사를 과식하지 말고 자기 배의 80% 정도만 채우면 몸의 순환이 좋아지고 병이 생기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호중 씨는 건강과 투자 원칙으로 두량족난 복팔분을 이야기했지만 난 이용어가 공부자세에 더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우선 두량. 머리는 시원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머리가 따뜻하면 공부는 잘 될 수가 없다. 이는 원시 시대부터 살아온 우리 뇌의 특성 때문인데 우리 뇌는 따뜻하고 편안한 환경 속에서는 안도감을 느끼고 쉬고 싶어한다. 집에서 그토록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해도 몸이 책상보다 침대로 먼저 향하는 것은 원시 시대부터 체화된 우리 뇌의 습관 때문이다.
반면 뇌는 차갑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는 집중력이 강해진다. 이는 추운 겨울이 다가올 때 하루빨리 음식이나 먹잇감을 확보해 두지 않으면 내가 굶어 죽을 수 있다는 원시 시대부터의 인간(원시시대에는 짐승) 생존 본능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뇌는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하면 위기의식을 느껴 집중력이 높아지고 업무(학습)효율도 증가한다.
평소 수업하는 교실에서 빵빵하게 히터를 틀어놓는다든지, 따뜻하고 편안한 집안 분위기가 사실 공부환경에는 별로 좋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다음 족난. 그럼 발은 왜 따뜻하게 해야 하는가?
이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으려 하는 우리 몸의 항상성 때문인데 몸의 순환이 원활하게 되려면 찬 기운과 따뜻한 기운이 번갈아가면서 순환이 되어야만 한다. 특히 몸의 가장 위쪽인 머리가 차가울수록 반대로 가장 아래쪽인 발은 따뜻해야만 한다.
만약 발까지 차게 된다면 몸 전체에 찬 기운이 스며들어 몸의 기운이 약화되고 질병으로부터 면역력도 떨어지게 된다. 특히 발은 우리 몸의 혈액 펌프 기관인 심장으로부터 가장 먼 신체부위로서 혈액 순환이 약화될 경우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부위라고 한다. 우리가 항상 발의 건강과 따뜻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 에 있는 것이다.
공부할 때 복팔분이 중요한 이유는?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수업을 들을 때 가장 집중력이 높아지는 시간대는 바로 4교시이다. 내 수업을 생각해보면 놀랍게도 4교시에 잠자는 학생이 가장 적었고 학생들의 집중력과 참여도도 4교시가 가장 좋았다.
4교시는 점심식사를 하기 바로 전 시간으로 배고픔을 느끼는 공복이 최대치에 달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사람에게는 공복도 위기 상황이다. 지금의 이 배고픔을 해결하지 않으면 나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역시 우리 뇌를 자극한다. 자연스럽게 집중력과 학습(업무)능력이 좋아질 수 밖에 없다.
또다른 이유로 우리 몸은 배고픔을 느끼게 되면 그렐린이라는 소화관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혈관을 따라 위장에서 뇌 그리고 시상하부에 전달되고 식욕을 증진시킨다. 배가 고파질 때 식욕이 강해지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그렐린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렐린은 학습에 필수적인 해마에도 작용하게 되는데 그렐린이 해마에 도달하면 시냅스 수가 크게 늘어나고 학습 활동도 활발해진다. 공복 시 학습 효율이 늘어나는 과학적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계속해서 이런 공복상태에 있을 수 만은 없다. 지나치게 공복상태로만 있을 경우 집중력의 한계가 오고 스트레스가 심해지거나 갈수록 배고픔만 강하게 느낄 것이다. 결국 적당한 식사는 필요한데 여기서 추천하고 싶은 식사량은 80% 정도 내 배를 채우는 것 복팔분이다.
지나치게 식사를 할 경우(과식) 우리 몸의 혈액은 온통 복부에만 집중된다. 자연스럽게 학습을 해야 할 뇌에 필요한 혈액은 줄어들고 수업 집중력도 크게 약화된다. 수업을 하는 교사 입장에서는 스폐셜한 점심 메뉴가 나온 날의 5교시 수업이 반갑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반면 적당한 식사는 우리 몸에 충분한 영양분을 제공하고 소화기관에도 크게 무리가 가지 않을 것이다. 물론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는 나부터가 복팔분을 실천하기 쉽지 않지만(항상 먹고나서 후회한다) 그래도 식사할 때는 공부를 위해 언제나 복팔분을 생각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다시 5교시 국사시간
내 호통 속에 활짝 연 창문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교실 안으로 들어온다. 아이들은 툰드라초원 속의 맹수처럼 풀렸던 눈빛과 집중력이 살아나고 다시 사냥(수업)할 자세가 되어 있다.
나는 그들을 각성시키고 잘 조련하여 오늘도 그들이 많은 사냥감(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