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의 경계자들
닐스를 따라 취재를 다닌 지 며칠이 지났을까, 숙소로 들어온 와이어트에게 피곤을 곁들인 공허감이 묵직하게 덮쳐왔다. 와이어트는 침대에 누워 자신의 손목에 걸린 시계를 확인했다. 그의 시계는 오후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8시…” 와이어트가 중얼거렸다.
방 안 곳곳에 찬 바람이 스며드는 게 느껴졌다. 와이어트는 바람이 들어오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어둠이 내린 도시 저편에 전광판 하나만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안경을 문지르고 다시 콧등에 올려놓자, 전광판에 적힌 글자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한 글자씩 천천히 읽어나갔다. 잠시 잊고 있던 익숙한 음악소리가 그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처음으로 와이어트는 닐스의 방문 앞에 서 있었다. 문 앞에서 심호흡을 한 그는 천천히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방 안에서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시 한번 두드린 뒤에야, 그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겉옷을 챙겼다.
밤길이 쌀쌀하게 느껴졌다. 옷 깃을 올린 채로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간간이 그를 지나쳐가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앞길을 비춰주었다. 그는 자신이 보았던 그곳의 위치를 잊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고요 속에서 그의 우둔함을 후회할 때쯤, 드디어 그의 귓가에 익숙한 악기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와이어트는 재즈클럽 간판이 희미하게 흔들리는 작은 통로에 멈춰 섰다. 그는 잠시 심호흡을 하듯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발걸음을 뗐다. 오래된 리놀륨 바닥에 신발이 닿을 때마다 낮은 마찰음이 울렸다. 그는 재킷을 벗으며 귀에 들어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베이스의 미묘한 진동음이 그의 귓가에 먼저 들려왔다. 뒤이어 현을 튕기고 있는 듯한, 낮고 점잖은 파동. 이어서 피아노의 리듬이 그를 따라왔다. 몇 박자 뒤에 울리는 드럼 소리는 와이어트의 발걸음과 박자를 맞추는 듯했다.
그 위에 잔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첫눈에 반한 이에게 사랑을 속삭이듯이, 낮고 부드럽게 울렸다. 보라색 조명 아래, 어깨까지 내려오는 금빛 머리칼을 뒤로 넘긴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는 오렌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말간 입술로 선율을 읋조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와이어트에게 여름밤을 수놓는 별을 떠올리게 했다. 혹은, 드넓은 바다에 반사되어 부서지는 햇빛 같기도 했다. 노래는 오래된 재즈 스탠다드. 트럼펫을 연상시키는 짧고 절제된 리듬 뒤에, 그녀는 "This bitter earth…"로 시작하는 구절을 낮게 그리고 천천히 풀어내고 있었다.
와이어트는 무대 쪽 테이블 끝자락에 앉았다. 누군가 와인 한 잔을 내려놓고 갔지만 그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곧장 그녀에게 가 닿았다. 그녀는 그를 보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조명이 닿는 어딘가 먼 곳을 향하며, 오래전 기억 속 그늘 같은 감정을 더듬고 있었다. 말하듯, 속삭이듯, 그녀는 노래 속 어떤 진실을 꺼내는 중이었다. 마치 고백 같고, 기도 같고, 한 사람을 향한 그리움 같았다.
와이어트는 숨을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다. 노래가 끝나자, 박수는 천천히 시작되었다. 그녀가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자, 와이어트 역시 천천히 두 손을 마주쳤다. 그녀의 눈이 무대를 밝히는 불빛을 스치며 주위를 살폈다. 곧 검은 아이라인 속 차분한 눈동자가 번진 듯한 조명 아래서 그를 향하고 있었다.
다음 노래는 My Funny Valentine. 오랜 시간 저와 함께한 노래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 노래와 같다면 좋았을 텐데요. 잠깐의 침묵이 이어진 후, 그녀는 다시 노래를 시작했다. 그녀는 와이어트를 바라보며 가사를 읊었다. 와이어트는 숨을 죽인 채로 마른침을 연달아 삼켰다. 노래가 끝날 때까지 그는 마치 얼어붙은 듯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무대를 떠난 후에도 그의 시선은 한 곳에 머물러 있었다. 그녀가 걸어간 발걸음을 쫓아 닫힌 문 앞에 와이어트는 서 있었다. 스스로도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모든 건 우연 혹은 운명처럼 느껴졌을 뿐이었다.
노크는 필요하지 않았다.
문이 먼저 열렸다.
녹슨 철제 의자, 수명을 다 한 조명, 주인을 찾지 못한 채 꼬인 선. 그녀는 그곳에 있었다. 한 손엔 반쯤 탄 담배, 다른 손엔 웃음기 없는 채 커피잔을 들고 있었다. 두 눈은 공연 뒤의 침묵을 그윽이 머금고 있었고, 숨은 아직 리듬을 다 내려놓지 못한 듯 느리고 여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누구시죠”
그녀가 천천히 말했다. 당황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노래 좋았습니다. 그 말 하고 싶었어요.”
그녀가 천천히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는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는 듯 자신 옆 벽돌 화분 가장자리에 문질러 불을 껐다. 잠시 둘 간의 침묵이 오갔다.
“실례가 아니라면,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와이어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렉시에요” 그녀가 바로 답했다. 그녀의 음성은 부드럽지만 단호함이 묻어 나왔다.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요?” 그가 용기 내어 다시 말을 걸었다. 그러나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댈 뿐이었다. 마치, ‘여기까지에요. 우리 앞에 놓인 경계는’을 무언의 행동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와이어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돌아 문 앞에 섰다. 그러나 그는 그의 심장이 여전히 두근거리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혹시…”
그가 말하던 도중에, 그녀의 음성이 나지막이 들려왔다.
“한 번은 실수지만, 두 번은 고의예요.”
숙소로 돌아온 와이어트는 마치 술에 잔뜩 취한 듯 몽롱한 기분이 그를 덮치는 것이 느껴졌다. ‘렉시’ 그는 속으로 그녀의 목소리를 되새겼다. 그녀의 목소리가 가져다준 이 감정의 변화를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그녀의 음성이 노래가 되어 잔잔히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울 때쯤에야 그는 잠에 들 수 있었다.
*
며칠 동안, 마노콰리 지역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었다. 와이어트가 서랍장 위에 놓인 TV의 전원을 켜자, 파푸아의 상황을 전하는 뉴스보도가 연달아 등장했다.
“수라바야 대학교에서 파푸아 출신 대학생들이 집단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뉴스입니다. 이러한 사건은 지난 8월 17일 독립기념일 당일, 수라바야 대학교에서 인도네시아 국기가 찢어진 것이 발견된 것으로부터 촉발됐습니다. 발견된 국기가 위치한 곳은 파푸아 출신 대학생이 머물던 기숙사 근처였다는 의혹이 소셜미디어 상에서 확산되었는데요. 현지 파푸아 학생들은 이러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곧이어, 기자들 앞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대통령과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기자의 영상이 잇따랐다.
“상처받은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같은 국민으로서 가장 좋은 것은 서로를 용서하는 것입니다. 감정적인 대응보단 용서와 인내가 더 바람직합니다. 정부가 여러분의 존엄과 번영을 계속 지켜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길 바랍니다.”
“파푸아뿐만 아니라 파푸아 외의 많은 도시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일한 저널리스트로서 인도네시아 식민주의 아래에서 일상적으로 겪는 차별과 인종차별을 경험했습니다. 그들은 분노를 표출할 곳이 필요합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자신들을 2등 시민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와이어트는 호텔 라마의 창가에서 아침 커피를 마시며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평소와 다름없어 보이는 풍경이었지만,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긴장감이 공기 중에 떠돌고 있었다. 마치 폭풍 전의 고요처럼, 너무 조용한 것이 오히려 불안하게 느껴졌다. 순찰차가 더 자주 거리를 돌았고, 정부 청사 주변의 경비가 강화되었다. 닐스와 함께 방문한 상겡시장은, 수많은 가게들의 문이 굳게 닫힌 것을 볼 수 있었다. 주말마다 수많은 인파가 무리를 이어 근처 교회로 이동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간간이 차를 타고 이동하던 와중, 길 한복판에 화염에 타버려 형태만 남은 물체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자동차이기도 했고, 타이어이기도 했으며,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이기도 했다.
이러한 긴장상태가 심화되고 있던 와중, 와이어트는 닐스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가 머무는 방 너머로, 격양된 그의 톤과 한숨으로 이어지는 다툼이 들려왔다. 열린 창문 사이로, 그가 피우는 담배연기가 이전보다 많아졌다는 것도 그러했다. 부쩍 허둥지둥 대는 그의 모습이 와이어트에 호기심을 자극할 때쯤, 난처한 표정의 닐스가 먼저 이야기했다.
“정말 이런 말 해서 미안하네, 와이어트. 내가 급히 말레이시아를 가봐야 할 사정이 생겨서 요 며칠만 자리를 비우겠네.” 그는 심하게 다리를 떨고 있었다.
와이어트는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급한 일이신 거 같은데, 당연하죠.”
“거 참, 자네와 함께 일을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말을 해서 부끄럽구만. 오래는 걸리지 않을 걸세. 나흘정도, 잠깐 갔다 오겠네.”
닐스가 와이어트 앞을 서성거리며 말했다. 그의 머리 끝부분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짐을 챙기려는 듯 방으로 들어가던 닐스는 뒤돌아 외쳤다. “그동안 방은 자네가 써도 괜찮네. 생각해보니, 내 방이 조금 더 경치는 좋을테니!”
막상 닐스가 떠나자, 침대에 누운 와이어트의 가슴 한가운데로 차가운 구멍이 뚫린 듯했다. 선풍기 날개가 돌아가는 소리만이 그 허전함을 채우고 있었다. 움직여야겠단 생각이 떠오른 것은 그다음 날 정오쯤이었다. 그는 간단히 빗질을 한 뒤, 거리에 나가 정처 없이 걷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시계를 바라보니 그가 한 시간 정도 걸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때, 건물에 가려진 좌측 도로 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건물 모퉁이를 지나자, 그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인파가 행진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맨 앞줄에 서 있는 이들은 웃통을 벗은 채 얼굴과 몸통에 무언가가 칠해져 있었다. 푸른색과 흰색 줄무늬, 그리고 빨간 별이 칠해진 얼굴 아래, 비장한 표정으로 그들은 소리쳤다. “우리는 원숭이가 아니다!” 그들이 들고 있는 현수막에는 짓밟히고, 피 흘리고,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담겨 있었다. 그들로부터 날아온 먼지와 모래 폭풍이 와이어트를 덮쳤다. 그는 눈을 문지르며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상가 앞에 놓인 천을 한 장 찢어, 얼굴에 둘러싼 채로 그들을 천천히 따라갔다.
그들이 울리는 북소리가 점차 그의 심장소리만큼 커져갔을 때, 저 앞에서 헬멧과 보호장비를 차고 온 경찰이 서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헬멧과 가슴팍에는 주황색으로 ‘Polisi’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와이어트는 그 사이, 어디쯤에서 옆으로 빠져, 그 모든 일들을 지켜보았다.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그의 코를 자극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꽃이 그가 볼 수 없는 반대편에서부터 타오르기 시작했다. 경찰들의 경계가 조금 더 조심스러워진 것이 느껴졌다. 곧이어, 누군가의 선창에 따라 행렬로부터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와이어트는 그들이 부르는 노래의 가사를 알 수 없었다. “파푸아.” 그 한 글자만이 그가 들을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러나 그들이 표출하고 있는 울분과 분노는 이해할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확성기를 든 한 남성이 경찰 뒤로부터 소리쳤다. 그러나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또다시 시간이 흘러갔다. 시계를 본 와이어트가 다시 30분이 지났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양 측으로부터 괴성이 들려왔다. 서로가 뒤엉켜 죽일 듯이 밀치고, 다투고 있었다. 서로가 지닌 무기들로 상대를 위협하고 가격했다. 와이어트는 얼어붙은 듯, 제자리에서 가만히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뒷걸음질이라도 쳐야 했다. 그러나 그의 발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는 연신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그제야, 조금씩 그는 그를 옥죄이던 근육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와이어트는 몸을 돌려 그가 왔던 방향을 쳐다보았다. 이미 수많은 이들이 얽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야 했다. 그러나, 고개를 돌린 그의 눈앞에 헬멧을 쓴 경찰이 그를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손에는 검은색 몽둥이가 들려 있었다. 와이어트는 몸을 틀어 행렬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한참을, 그들이란 파도 속에서 헤엄을 쳐야만 했다. 그는 반복적으로 고개를 뒤로 돌리면서, 앞으로 내달렸다. 그러던 와중, 와이어트는 누군가와 크게 부딪혔다. 그와 부딪힌 상대는 예상치 못한 충돌에,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남성의 얼굴을 감싸고 있던 검은색 헬멧이 벗겨졌고, 와이어트의 가려진 얼굴 틈새로 눈이 마주쳤다. 그 옆에, 머리에 피를 흘리는 한 젊은 남성이 그를 보며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와이어트는 쓰러진 사내 둘을 동시에 바라보았다. 그의 동공은 갈 길을 놓친 듯 방황했다. 피 흘리는 청년의 눈빛이 그의 심장을 꿰뚫는 듯했다. 그의 뒷모습에 쏟아지던 수많은 시선들. ‘겁쟁이’라는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듯했다. 피를 흘리는 청년이 땅바닥을 기어 와이어트의 신발에 손을 대자, 와이어트는 결심한 듯 사내를 들쳐 업고 내달렸다. 헬멧이 벗겨진 남성은 다리를 부여잡으며, 사라져 가는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한참을 내달렸다. 와이어트의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호흡은 이미 가빠져, 쇳소리를 낸 지 오래였다. 그의 등 뒤에 매달려 있던 남성이 속삭였다. “그만 달려도 돼요. 아무도 우리를 쫓아오지 않아요.”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에 덮은 천을 벗어던지고는 마른기침을 계속해 뱉기 시작했다. 온몸의 근육들이 찢어질 듯한 고통을 쏟아냈다. 그 옆으로, 사내가 절뚝거리면서 다가왔다. 청년은 와이어트의 이국적인 외모를 보고 놀란 듯했다. 그러나 곧, 진심이 깃든 표정으로 한 손을 내밀었다. 와이어트 역시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맞잡았다. 서로의 팔은 흙과 땀, 그리고 피로 더럽혀져 있었다. 와이어트의 호흡이 다시 돌아오자, 청년은 그에게 다시 한번 부탁했다.
“정말로 염치없지만, 제가 가야 하는 곳이 바로 이 골목에 있습니다. 다리가 이래서, 혹시 조금만 더 업어 주실 수 있나요?” 젊은 남성의 진심 어린 부탁에 와이어트는 고개를 힘겹게 끄덕였다.
그는 다시 한번 청년을 등에 걸친 채, 앞으로 나아갔다. 그가 알려준 집은 골목 한가운데 위치해 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와이어트는 그의 집을 쳐다보았다. 석회반죽과 목재로 만들어진 집은 한눈에 봐도 노후해 보였다. 절뚝이며 문을 열고 들어간 청년은 손으로 들어오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는 문 앞에서 고민했다. 단순한 문이 아닌, 새로운 세상, 우주가 그 앞에 놓여 있는 것만 같았다. 바로 전, 그가 이 사내를 구했을 때부터, 어쩌면, 시위를 지켜보았을 때부터 그는 이 세계에 들어와 있는지 몰랐다. 그의 머릿속은 그가 이전부터 생명처럼 여기던 수많은 철칙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와이어트는 물 한 잔 정도를 꿈꾸며 그곳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