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떠올리다
"가만히 엄마 손을 잡았다. 마디마디 주름지고 휘어져 있지만 엄마 손은 언제나 그렇듯 따뜻했다. 그래도 엄마가 아직 살아 있다는 데 감사했다. 응급실을 가득 메운 비현실감 속에 굳어진 팔다리를 닦고 주무르며 조용히 눈물만 뚝뚝 흘렸다. " 김진화, 나는 듯이 가겠습니다.
독박 돌봄에 관한 어느 특수 교사의 2025. 3. 에세이 신간이다.
엄마의 뇌병변 간호를 위해 휴직계를 내고 시작된 돌봄은 예상과 다르게 7년째 이어지고 있는 에피소드와 작가의 깊은 사고가 담겨있다.
철저히 병실에서의 보호자, 독박 돌봄에의 입장에서 쓰였다.
주제는 어쩔 수 없는 '엄마'이다.
나 역시도 책 속 주인공 '엄마'와 같은 병명으로 입원했던 엄마의 병간호를 도맡아 했었다.
도맡아 했다곤 하나 나의 엄마는 의사들도 포기했던 재활치료를 독! 하게 해내셨고, 현재도 옆에 계신다.
오래전의 일이라 얼마나 병원에 입원해 계셨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다.
그때 당시의 나는 회사에서 병원, 다시 병원에서 회사로 출퇴근을 했었다.
나는 자발적 독박돌봄이 아닌 착한 딸로서 다른 선택이 없었다.
그러나 집에는 어렵고 힘든 일은 어릴 때부터 시키지도 하지도 않았던 언니가 있었다.
5월의 캘리그라피 챌린지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문장으로 진행되고 있다.
어느 날 펑펑 울고 싶은 날을 위해 비워둔 드라마다.
"부모는 미안했던 것만 사무치고, 자식은 서운했던 것만 사무친다"
나는 지금 누군가의 엄마로 있음에도, 누군가의 자식으로 서운함을 가득 담고 있다.
그것이 아픔이 되어 내 살갗이 아리도록 사무친다.
나는 엄마가 지금껏 살아계심에 감사한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저 밑바닥 분명 감사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팔순이 넘은 엄마에게 여전히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책 속에는 누워있는 엄마를 보며 한 순간에 인생의 무너졌을 엄마의 마음은 어떠한지에 대해 묘사하는 부분이 있다.
나는 지금껏 무너진 엄마의 삶을 생각해 보지 않았다.
마디마디 주름지고 휘어져 있을 엄마의 손을 잡아 본 적이 없다.
'언제나 그렇듯 손은 따뜻했다'는 느낌도 없다.
'나는 듯이 가겠습니다'는 한 단어에서, 한 문장에서 그런 나의 엄마와 마주쳐야 했다.
책장을 펼칠 때마다 서운함만이 가득한 나와 엄마를 만나야 했기에 읽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막연하지만 그래도 살아계심에 감사하지 않을까?
그래도 살아계시기에 아직도 엄마에게 딸로서 바라고 있는 것이지 않을까?
완독을 하고 나니 엄마의 삶은 어떠했을지 엄마입장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서운하고, 원망스럽다.
엄마에 관한 여전히 10대의 딸로 존재하고 있는 나를 마주하며 그렇게 알아차린 나를 다독인다.
편마비인 엄마는 여전히 성한 왼손으로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 오른손을 습관처럼 문지르신다.
그 모습이 아른거린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