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괜찮은가?
아침 출근길.
집에서 역까지 가기 위해 마을버스를 타야 한다.
마을버스의 배차간격과 지하철의 시간이 맞지 않아 대문을 나서는 순간 경기버스정보와 지하철 앱을 동시에 열어 시간을 대조하며 이동 경로를 결정한다. 7분이나 대기해야 하는 마을버스를 기다릴 수 없다.
평소에는 지하철 도착 시간이 15분의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경보 수준의 걷기를 택한다.
그러나 오늘은 좀 차려입은 탓에 걸을 의사가 없다.
마을버스의 좁은 도로에서 벗어나 8차선 큰 차로로 나가는 다른 교통수단을 택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버스가 오지 않음을 확인하고는 어쩔 수 없이 걸어야 했다.
35분 열차를 놓치면 15분을 대기해야 한다. 이럴 경우에는 어김없이 지각이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이 훌쩍 지났기에 경보 수준의 걷기로는 35분 열차를 도저히 탈 수 없다.
숨이 턱에 차도록 뛰어 힘겹게 열차에 올라탔다.
허벅지가 터지는 느낌과 함께 등줄기에 땀이 또로록 흐른다.
오늘만큼은 아침의 모습이 이런 분주함이고 싶지 않았다.
힘이 쭉 빠져 들고 있는 가방의 무게가 무겁다 느껴졌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괜찮은가?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는 사는 것이 바빠 생일에 커다란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제 아이가 커 자기 몫을 잘 해내고 있으나 엄마의 생일이 언제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아이를 탓할 수 없다.
작년부터 음력과 양력의 차이를 아이에게 얘기하며 올해 엄마 생일은 언제야! 쌔기를 박았다.
어젯밤 12시를 지나자 아이가 한 마디 한다
"엄마 축하드려요"
올해는 작년에도 없던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다 해야 하나 보다.
말을 아끼는 아이의 성향에 이 만큼까지 소리를 내었으니 나는 여기서 만족해야 하나 보다.
우울해진다.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보다 '당신이 여기 있어줘서 고마워요'라는 말이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괜스레 부재중 전화도, 문자 1 통도 없음을 확인한다.
사무실에 도착해 냉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찾는다.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아침 모습이지만 오늘만큼은 특별하고 싶었다.
주변의 것들의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나의 마음 상태가 바뀐 것이다.
생일이란 결국, 내가 존재함을 인정을 받고 싶은 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