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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알수록 귀중한 인연

내게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by 소소한 특별함
운현궁 앞에서


쑥스런 민낯으로도 언제든지 만날 수 있고 집 앞 편의점에서도 몇 시간씩 떠들 수 있는 소탈한 관계.... 그간 어떤 일들을 겪으며 살아왔는지, 우리가 함께 외쳤던 다짐, 하물며 단골이 되었던 음식점까지. 굳이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우린 이미 알고 있으므로 걱정이 사라진다. 안심하게 된다. 때론 자랑스럽다. 지나온 세월이 쌓은 귀중한 인연, 오래도록 깊어지고 싶다.

일홍,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중에서




내게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갑상선암 수술 이후 회복되지 않는 몸을 위해 애써 수영장을 찾았다.

조용한 것을 본래도 좋아하지만 수술 이후 사람 많은 곳에서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외면하고 있을 때였지만 건강을 위한 선택이었다.


음파 음파.

물속에서의 기본적인 호흡법을 익히고 나면 나머지 수업은 마음 안에서 지워버리기 일쑤였다.

발차기는 형식일 뿐.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크게 일어난다.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샤워를 할 때면 물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는 소리를 키우며 서로 인사들을 나눈다.

소란스러운 그 틈을 급하게 빠져나오려 할 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어~? 이 언니도 같은 단지에 사는데~!"

(날 언제 봤다고)



우리들은 그렇게 만났다.

말 수가 적은 나를 언제나 살펴주었고, 쉽게 지치는 나를 위해 항상 맛난 음식이 있을 때면 나누었다.

나는 아직도 그들 앞에서는 얘기하다 눈물을 흘린다.

마음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삶이 나타나는 부분이다.


누군가 사정상 지방으로 내려가야 했을 때, 아이는 그래도 서울에서 공부하는 게 좋지 않겠냐며 양육을 맡기라 먼저 제안할 정도로 아이들만큼은 서로가 같이 걱정해 주었다.

7살에 만난 우리 집 아이는 군 입대를 목전에 두고 있고, 임신 중에 만났던 아이는 내년에 중학교 입학을 한다. 귀여움을 도맡았던 막내는 세상 가장 과묵한 시기인 중2를 맞았다.


외식보다는 각자의 집으로의 초대를 즐겼고, 국수만 놓고 먹어도 이야기는 풍성했다.

우리들은 지금껏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욕하지 않는다.

하다못해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향해서도 그런 마음을 비취지 않는 것에 우리들은 더 매료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서로가 서로를 더 이해하려 하는 마음을 동네에서 마주하니 내게는 낯설면서도 따뜻했다.

눈빛만 봐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주는 그런 사람들이다.


무엇이든 함께하는 부부를 보면서 삐딱하게만 보았던 종교인의 시선이 바뀌었고, 특별하지 않지만 언제나 내어줌이 무엇인지를 그들과 가까이 지내며 배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옅어지기보다 점점 깊어지는, 세월이 쌓인 귀중한 인연이 내게도 있다.





책 속 문장을 통해 떠오른 잔상을 적어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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